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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신한 거품, 달달한 향, 부드러운 목넘김…나 밀맥주야

기자
황지혜 사진 황지혜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36)

 
가벼운 라거를 제외하고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맥주가 보리와 함께 밀을 주재료로 하는 밀맥주다. 그래서인지 밀맥주를 접해보고 나서 맥주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폭신한 거품에 달달한 향, 부드러운 목 넘김까지…. 그동안 마시던 맥주와 확연히 다른 느낌이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밀 농장사진. [사진 Pixabay]

밀 농장사진. [사진 Pixabay]

 
일반적으로 밀맥주라고 뭉뚱그려 부르지만, 밀을 주재료로 하더라도 지역별로 각각 개성이 뚜렷하다. 독일과 벨기에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지던 밀맥주는 미국으로 건너와 새로운 모습으로 양조되고 있다.
 

독일 밀맥주 ‘바이젠’

독일에서 유래된 밀맥주는 바이젠, 바이스비어 등으로 불린다. 바이젠은 독일어로 밀을 나타내고 바이스비어는 하얀 맥주라는 뜻이다. 밀로 만든 탁한 맥주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들이다. 
 
바이젠은 외관만으로도 시선을 압도한다. 곡선미가 두드러지는 잔에 담긴 불투명한 액체 위로 하얀 거품이 두툼하게 쌓여있는 모습은 독일식 밀맥주의 전매특허다.
 
독일식 밀맥주. [사진 Flickr]

독일식 밀맥주. [사진 Flickr]

 
바나나의 향과 함께 톡 쏘는 향신료의 향이 감지된다. 입술을 갖다 대면 쫀쫀한 거품을 느낄 수 있고 상당한 탄산감이 있으면서도 매끈하게 넘어간다. 효모를 거르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병의 바닥에 남아있는 효모를 볼 수 있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에서 수백 년 전부터 만들어진 바이젠은 상쾌하면서도 독특한 풍미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맥주에 비해 숙성기간이 짧아 양조장 입장에서도 팔기 좋은 맥주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바이엔슈테판(Weihenstephaner)의 헤페바이스비어, 슈나이더 바이세(Schneider Weisse) 운저 오리지널을 비롯해 파울라너(Paulaner), 아잉거(Ayinger), 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 등의 독일식 밀맥주가 수입된다. 국내 양조장 중에서는 크래머리의 바이젠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벨기에 밀맥주 ‘윗비어’

 
셀리스 화이트. [사진 윈비어 페이스북]

셀리스 화이트. [사진 윈비어 페이스북]

 
벨기에 밀맥주는 윗비어(witbier, 네덜란드어로 하얀 맥주)나 비에르 블랑쉐(Bière blanche, 프랑스어로 하얀 맥주)로 불린다. 벨기에 밀맥주도 독일 밀맥주처럼 탁하며 과일의 특성이 느껴진다. 독일 밀맥주에서 나타나는 과일 향이 바나나와 유사하다면 벨기에 밀맥주는 귤껍질 같다. 또 허브나 후추의 알싸함도 감지된다.
 
이런 윗비어의 특성은 부재료에서 나온다. 부재료의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한 독일과 달리 벨기에서는 재료의 사용이 자유로웠다. 이런 배경 때문에 독일의 밀맥주는 곡물(보리맥아, 밀맥아), 홉, 효모만으로 만들어졌지만 벨기에 밀맥주는 말린 오렌지껍질과 고수의 씨앗이 활용됐다.
 
대표적인 윗비어 스타일 맥주로는 호가든이 있다. 호가든에는 피에르 셀리스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가 엮여있다. 윗비어는 1400년대부터 벨기에 호가든 지역에서 만들어져왔지만 가벼운 라거 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1950년대에 완전히 사라졌다. 고향의 맥주가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하던 피에르 셀리스가 1966년 다시 양조장을 만들어 살려냈지만, 화재 등으로 인한 재정 압박으로 결국 회사를 인터브루라는 대기업에 팔게 됐다. 이 대기업은 다수의 인수 합병을 거쳐 버드와이저, 오비맥주 등을 산하에 두고 있는 AB인베브가 됐다.
 
이후 피에르 셀리스는 미국으로 이주해 1992년 셀리스 양조장을 설립, 셀리스 화이트라는 맥주를 내놨지만 셀리스 양조장 역시 밀러에 매각되고 브랜드가 여기저기에 팔려 다니는 운명을 맞았다.
 
피에르 셀리스의 벨기에 밀맥주 스토리는 현재진행형이다. 2017년 피에르 셀리스의 딸인 크리스틴 셀리스가 미국에 다시 양조장을 새로 열고 셀리스 화이트를 생산하고 있지만 과다한 채무로 인해 2019년 7월 파산을 신청했다. 파산 신청 이후에도 양조장은 운영되고 한국에도 제품이 수입된다.
 

미국 밀맥주 ‘아메리칸 윗’

독일과 벨기에의 밀맥주를 아는 사람이라면 미국식 밀맥주를 마셔보고 ‘밀맥주가 맞나’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독일, 벨기에 스타일에 비해 혼탁하지 않고 실크처럼 매끈한 질감도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일 향도 바나나, 마른 오렌지 껍질 향이 아니라 홉에서 나오는 감귤류의 향이 나고 빵과 같은 특성이 느껴진다.
 
아메리칸 윗은 독일의 바이젠이 미국으로 건너와 수제맥주 양조장에 의해 재탄생한 맥주다. 1980년대 중반에 미국 북서부 지역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 수제맥주 업계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다양한 홉이 쓰이고 여러 가지 맛으로 나타난다. 현재 국내에서는 구스 아일랜드(Goose Island)의 312 어반 윗이 수입된다.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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