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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선] 황교안의 종로 승부가 중요한 이유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신의 한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종로 출마에 따라붙는 야당의 평가다. 강원도 강릉이 지역구인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강릉 명문 씨족인 모 종친회장이 날 보더니 ‘나 종로로 주소 옮겨 (황교안) 찍어줘야겠다’고 하더라. 침체한 당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을)가 지역구인 김성태 의원도 “황교안 출마 선언 직후인 지난 일요일 교회에 갔더니 교인들 손 잡아주는 온도가 다르더라. 바싹 마른 채 불씨만 기다려온 ‘정권심판’ 민심에 황교안 출마가 불을 댕겼다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황교안의 지인도 “유세에 나선 황교안을 청년들이 반겨주고 사진도 같이 찍더라. 예전엔 볼 수 없던 일”이라 했다.
 

청와대가 ‘정권심판’ 총선 자초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전쟁
‘골목민심’ 얻느냐가 승부 가를 것

황교안이 종로 총선 구도를 이낙연과의 싸움 대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쟁’으로 잡은 건 총선 전체 판세를 좌우할 수도 있는 승부수다. 그런 구도는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민변 소속 변호사마저 “초원 복집 사건은 발톱의 때도 못되고 이승만 시대 정치경찰 활약에 맞먹는 명백한 탄핵 사유이자 형사 처벌감”이라고 비판한 청와대의 울산 지방선거 개입 파동 하나만으로도 이번 총선은 ‘정권심판’ 여부를 판가름하는 구도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제1야당 대표가 청와대가 소재한 정치 1번지 종로에 나와 문재인 정부 2인자였던 직전 총리와 싸우는 모습은 총선의 그런 구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유달리 ‘겁쟁이’를 싫어하는 우리 유권자들의 정서를 고려해도 황교안의 선택은 적절했다.
 
황교안의 결단은 보수통합과 공천개혁에도 커다란 힘을 실어줬다. 당장 유승민이 “공천권을 내려놓고 한국당과 신설 합당하겠다”고 선언해 보수통합이 9부 능선을 넘었고 텃밭 경남의 꽃놀이패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버티던 홍준표·김태호 입도 쑥 들어갔다. “대표부터 희생을 꺼리는 데 왜 우리만 죽이려 하나”며 눈을 부릅떠온 영남 친박들도 물갈이 칼날을 거부하기 힘들어진 형국이 됐다. 이석연 한국당 공관위 부위원장이 황교안에게 “종로 출마 안 하면 내가 공관위를 나가겠다”고 배수진을 치며 출마를 종용한 이유가 있었던 거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종로는 보수에 결코 만만한 지역이 아니다. 2010년 이후 10년 동안 총선 2번, 지방선거(구청장) 2번 모두 민주당 계열 후보가 승리했다. 이런 마당에 이번 총선도 전직 총리끼리 싸움으로 구도를 잡아 전통적인 여야 대결로 가면 정치 초년생 황교안이 4선 의원 경력의 이낙연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하고 정권 심판 구도도 희석되기 십상이다. 반면 이낙연 대신 문 대통령을 정조준해 ‘정권심판전’으로 몰아가면 황교안으로선 충분히 붙어볼만한 게임이 된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종로에서 4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종로엔 지뢰밭이 가득하다. 평창동 등 보수표가 많은 부촌이 창덕궁 기준 서쪽에 몰려있지만, 동쪽엔 창신동 등 진보 지지 성향이 강한 서민 동네가 포진하고 있다. 따라서 황교안은 말 그대로 ‘죽었다’는 심정으로 종로에 올인해야 한다. 어차피 대표로서의 권한은 전부 공천관리위에 넘긴 상태 아닌가.
 
그렇다면 황교안은 혹한 속에 청와대 앞에서 여드레 동안 물과 소금만 먹으며 단식투쟁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종로에 온몸을 던져야한다. 새벽별 보고 나와 저녁별 보고 들어간다는 마음가짐이 필수다. 매일 주민들 수천 명과 악수하고, 아침저녁으로 지하철역에 나타나 인사하는 건 기본 중 기본이다. 그래야 출퇴근하는 주민들이 황교안을 기억하고 입소문을 내준다. 종로는 동(洞)이 87개에 달한다. 서울 최대 규모다. 그만큼 골목 민심이 중요한 지역이다. 호남 4선 출신으로 종로엔 아무 연고가 없던 더불어민주당 정세균이 재선에 성공한 건 오로지 운동화가 닳도록 바닥을 훑고 다닌 헝그리 정신 덕이었다. “종로에 세 사람만 모이면 정세균이 나타난다”는 입소문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황교안은 “종로에 두 사람만 모이면 황교안이 나타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뛰어야 한다. 그런 노력 없이 정치 1번지 종로 주민의 마음을 살 방법은 없다.
 
황교안에게 정말 중요한 건 변화한 세상에 대한 인식이다. ‘1980년 무슨 사태’란 발언을 비롯해 황교안의 입에서 최근 터진 잇단 설화들은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본인의 세계관과 역사 인식이 공안검사 시절의 그것에서 달라진 게 없는 결과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건 참모들이 도와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본인 스스로 깊이 성찰하고 공부해서 시야를 넓혀나갈 수밖에 없다. 절차탁마(切磋琢磨)가 황교안에게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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