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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 지지층 결집 위한 지소미아 파기는 안 된다

지난해 11월 종료 직전까지 갔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론이 또다시 청와대에서 힘을 얻는다고 한다. 당시 정부는 “언제든 끝낼 수 있다는 전제하에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희한한 표현을 써가며 폐기 카드를 접었다. 미국의 반발과 한·일 관계 악화 등 지소미아 폐기에서 비롯될 엄청난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권의 반일감정 조장은 위험한 악수
수출규제 못 풀고 한·미 관계 악화뿐

상황이 한 치도 안 변했는데 정부는 지소미아 폐기를 밀어붙일 태세다. 어제 ‘4월 총선 앞두고 지소미아 폐기론, 청와대에서 급부상’이란 중앙일보 기사가 나갔음에도 외교부가 부인하기는커녕 “당시 조치는 잠정적이었다”고 뒷받침하는 발언을 한 게 그 증거다.
 
그간 숱하게 지적했듯, 지소미아 폐기는 악수 중의 악수다. 우선 이 카드는 약발이 듣기는커녕 부작용만 심각한 잘못된 전략임이 드러났다. 미국을 지렛대로 일본을 움직이자는 게 이 전략의 핵심이었다. 지소미아가 위태로우면 다급해진 미국이 일본을 설득, 수출규제를 풀게 할 거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미국은 일본을 압박하기는커녕 우리 정부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
 
지소미아를 깰 경우 가장 우려되는 건 미국의 향후 반응이다. ‘종료 통보 효력정지’란 해괴한 표현을 썼지만, 미국과 일본은 이를 사실상의 지소미아 연장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카드를 또다시 꺼내들면 미국 측이 얼마나 불쾌해할지는 불문가지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한반도 문제가 언제 또 심각해질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킬 일을 감행한다는 건 결코 현명하지 않다.
 
지난해 말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나아질 기미를 보였던 양국 관계도 최악으로 후퇴할 게 틀림없다. 지소미아 폐기를 강행한다면 일본 측은 수출규제에 이은 또 다른 보복 조처를 할 공산도 있다. 그럴 경우 한·일 관계가 얼어붙을 것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가 또 다른 타격을 입게 된다.
 
지소미아 폐기 시 우리 안보에 큰 구멍이 생긴다는 대목도 명심해야 한다. 일본이 정보위성·이지스함·지상레이더·조기경보기 등 정보자산 면에서 우리보다 앞선 게 사실이다. 일본과의 정보 교류가 북한의 군사활동 감시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이렇듯 외교·안보 측면에서 중차대한 지소미아를 깨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숨겨진 속셈이 있지 않고서야 설명이 안 된다. 총선 직전, 반일 감정을 부추겨 지지세력을 결집하려는 정치공작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할 정도다.
 
그러니 정부는 득보다 실이 절대적으로 많을 지소미아 폐기는 접어야 마땅하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다른 방법으로 맞서는 게 옳다. 행여 총선을 의식해 지소미아 폐기를 검토한다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안보를 희생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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