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권혁주 논설위원이 간다] 달 착륙 50여년 만에 다시 불 붙은 달 탐사

우주 대항해시대의 개막

나사(NASA)가 아르테미스용으로 개발한 로켓. [EPA=연합뉴스]

나사(NASA)가 아르테미스용으로 개발한 로켓. [EPA=연합뉴스]

다시 대항해시대다. 헤쳐나가는 대상은 바다가 아니라 우주다. 무작정 신천지를 찾아 나섰던 옛 대항해시대와는 달리 이번엔 목적지가 분명하다. 바로 달이다.
 

미국·중국·인도 우주선 보내
희토류 등 광물 자원 개발하고
화성 개척 위한 전초기지 건설
한국은 2022년 달 궤도선 발사

달 탐사는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인 지난해 봇물 터지듯 했다. 연초엔 중국의 창어(嫦娥) 4호가 사상 처음으로 달 뒷면에 착륙했다. 미국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로봇 위투(玉兎)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1년 넘게 달 표면을 탐사하고 있다.
 
지난해 봄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24년까지 달에 우주인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2028년 계획을 4년 앞당겼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여년 만에 달에 다시 인간을 보내겠다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다.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의 이름을 땄다.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게이트웨이)을 만들고, 2028년에는 인간이 달에서 상당 기간 살다 온다는 계획까지 포함하고 있다. 최근 미국 하원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계획을 미루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밀어붙일 태세다.
 
NASA의 신형 우주복.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라 최초로 여성 우주인이 달에 발을 딛는다. [EPA=연합뉴스]

NASA의 신형 우주복.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라 최초로 여성 우주인이 달에 발을 딛는다. [EPA=연합뉴스]

인도는 지난해 여름 달의 남극을 향해 착륙선 ‘찬드라얀 2호’를 쏘아 올렸다가 실패했다. 착륙 과정에서 신호가 끊겼다. 인도는 굴하지 않고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일본은 2022년 소형 달 착륙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유럽우주국(ESA)은 2030년께 달 표면에 ‘문 빌리지(moon village)’라는 거주 기지를 건설키로 했다.
 
60~70년대 미국과 구소련의 경쟁 이후 50년 만에 불어닥친 달 탐사 붐이다. 50년 전 냉전 시대에 벌어졌던 미·소 양강의 경쟁은 패권을 다투고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속셈이 다분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보다 실질적인 목적이 있다. 하나는 희토류 같은 자원을 달에서 캐 지구로 갖고 오는 것이다. 중국이 이따금 “수출을 제한하겠다”며 무기로 삼는 바로 그 광물자원이다. 그러나 달에서 희토류를 개발하는 게 경제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달에 얼음 상태 물 존재
 
달 탐사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류동영 박사는 “달이 화성으로 가는 중간 시험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구 증가와 자원 고갈 등으로 인해 인류는 언젠가 우주로 나가야만 하게 될 수 있다. 유력한 후보지는 지구와 가깝고 비슷한 화성이다. 하지만 벌써 화성에 거주 시설을 짓는 연습을 하기는 어렵다. 지금의 로켓 기술로는 화성에 가는 데만 200일가량 걸린다. 짐을 잔뜩 싣고 갈 수도 없다.
 
대신 사흘이면 갈 수 있는 달이 화성 적응훈련 후보지로 두둥실 떠올랐다. 가능성을 엿본 건 2000년대 들어 달의 남·북극에 얼음 형태로 다량의 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부터다. 물은 그 자체로 생존에 필수다. 그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산소는 호흡에, 수소는 연료로 쓸 수 있다. 한마디로 우주 어디서든 인간이 장기 거주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다만, 워낙 무거워 지구에서 충분한 양을 갖고 가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달에서 물을 다량 발견함으로써 해결됐다.
 
여러 차례 무인 탐사를 통해 달에 광물 자원이 상당량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여기에 인류는 3D 프린팅 기술까지 발전시켰다. 달에서 직접 재료를 구해 기지를 지을 여건이 착착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계 조니 김이 화성에 갈 우주인으로 선발됐다. [AFP=연합뉴스]

한국계 조니 김이 화성에 갈 우주인으로 선발됐다. [AFP=연합뉴스]

달은 화성보다 환경이 훨씬 척박하다. 낮에는 섭씨 150도, 밤에는 영하 190도일 정도로 기온 차가 심하다. 공기가 없고 운석이 쏟아진다. 이런 여건에서 버틸 수 있는 시설이 화성에서 안 통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각국이 달을 ‘최적의 화성 적응훈련 기지’로 여기는 이유다. 게다가 달은 중력이 약하다. 때문에 발사 시설을 만들면 똑같은 로켓으로도 지구보다 훨씬 많은 짐을 싣고 훨씬 멀리까지 갈 수 있다. 훈련 기지뿐 아니라 우주선 발사장으로도 활용도가 크다는 의미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도 화성으로 가기 위한 전초전이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따라 달에 갈 우주인을 화성에도 보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올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선발한 11명의 우주인 가운데는 한국계인 조니 김 박사도 포함됐다.
 
우주 강국들은 이렇게 화성 개척, 우주 개척을 위해 먼저 달로 향하고 있다. 한국도 채비를 차리는 중이다. 2022년 7월에 달 상공 100㎞를 도는 궤도선을 발사한다. 착륙선은 2030년 예정이다. 2022년에 쏠 달 궤도선 예산은 애초 1980억원으로 잡혔다가 수행할 임무 등이 늘면서 증액이 불가피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큰돈 들여 달에 갈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항우연 이상률 달탐사사업단장은 “발을 들여놓아야 국제 사회가 한국의 우주개발 지분을 인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달 기지, 달 궤도 우주정거장, 화성 기지 건설 등은 국제 협력으로 추진된다.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 어느 나라가 혼자 하기에는 버겁다. 협력 참여국은 당연히 우주 기술을 가진 나라들이다. 이들 사이에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돼 화성 자원에 대한 점유권 등을 나눠 갖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이 여기에 끼려면 달 탐사부터 기술을 쌓아가야 한다.
  
우주산업 시장 규모 연간 330조원
 
우주기술이 산업과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미국은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면서 자재 운송을 민간 우주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는 2023년 달 관광을 시작한다. 첫 손님은 온라인 의류 판매업체 ‘조조’의 창업자인 일본 부호 마에자와 유사쿠(前澤友作)다. 위성·발사체 제작과 발사 서비스 등 우주산업 시장이 이미 연간 2800억 달러(330조원)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의 달 궤도선은 1년 동안 달 주위를 돌며 2030년 우리의 달 착륙선이 내릴 곳을 찾게 된다. 또한 ‘광시야 편광 카메라’라는 것을 활용해 시간이 흐르면서 달 표면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알아내는 과학 임무를 수행한다. 자원 탐사도 빼놓을 수 없다. ‘감마선 분광기’를 싣고 가서 각종 원소와 방사능 분포 지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경자 박사는 “그간 각국이 주로 달 표면의 원소를 탐사한 것에서 나아가 우리는 표면에서 최대 1m 깊이까지 자원·원소 분포를 알아낼 것”이라고 소개했다.
 
궤도선은 NASA와 협력 임무도 띠고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따라 2024년 미국 우주인들이 착륙할 후보지를 정밀 탐색한다. 달의 남극에서 특히 물이 많고 지형상 착륙하기에 적절한 곳을 찾아내는 과제다. 이상률 단장은 “이런 곳은 대부분 햇빛이 들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이어서 그간 관측을 하지 못했다”며 “궤도선은 NASA가 만든 특수 카메라로 영구 음영 지역을 촬영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달과 지구 사이의 장거리 통신 관련 기술 등에 대해 NASA의 협조를 얻기로 했다.
 
나사도 주목하는 한국의 우주 장비 시험 시설
달 표면의 극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건설기술연구원 장비 시험 시설. [중앙포토]

달 표면의 극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건설기술연구원 장비 시험 시설. [중앙포토]

달에 기지를 지으려면 건설 장비가 필수다. 3D 프린터로 구조물을 찍어낼 수 있다지만, 적어도 지반을 조사하고 땅을 팔 장비가 필요하다. 그것도 낮엔 영상 150도, 밤엔 영하 190도를 오가는 진공 상태에서 흙먼지 풀풀 날리는 가운데 작동해야 한다. 그러니 지구에서 쓰는 장비를 달에 가져가면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하다. 당장 윤활유부터 굳었다 끓었다 할 터다. 그래서 장비가 달에서 제 역할을 할지 미리 시험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시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전 세계에 단 하나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이 경기도 일산에 만든 ‘미래융합관’이다. 우주 선진국에서 진공 상태의 고온·저온 대형 용기(체임버)를 만들어 달 탐사 로봇을 시험해 왔지만, 이곳은 진공과 극한 온도에 더해 흙 쌓인 달 표면까지 재현해 놓았다. 달과 거의 같은 환경에서 장비와 로봇을 테스트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시설이다.
 
세계 각국은 이 시설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NASA는 시설 활용 가능성을 살피러 올 4월 미래융합관을 방문한다. 영국의 우주 벤처 ‘스페이스빗(Spacebit)은 7월에 각종 시험 관련 협의를 하러 이곳을 찾기로 예정돼 있다. 건기연 이장근 극한환경연구센터장은 “각 나라의 우주국과 우주 기업이 여기서 장비를 테스트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우주 기술 활용 방법과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