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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로의 여정 “1월11일 이미 우린 메인”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

“비행기를 탔습니다. 생애 최장 해외 출장, 최대 캐리어 크기, 경험해본 적 없는 일정들…. 잘 다녀오겠습니다.”
 

‘기생충’ 제작 곽신애의 40일 기록
당시 프랑스 감독 “오스카 너희 것”
1월19일 “맙소사! 미국배우조합상
기립박수 받아 너무 자랑스럽다”

지난달 2일 영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51)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이날 시작된 그의 여정은 아카데미 4관왕의 새 역사를 쓰며 마무리됐다. 12일 오전 곽 대표는 송강호·조여정 등 ‘기생충’ 출연·제작진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금의환향했다. 귀국 현장에서 배우 송강호는 “여러분의 성원으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도 좋은 한국영화를 통해 한국의 뛰어난 문화, 예술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에 40일간의 미국 투어 중 잊지 못할 다섯 순간을 꼽아줬다. 생생한 흥분과 감동을 곽 대표의 페이스북 글로 재구성했다.
  
#1월 3일(현지시간), 첫 파티서 ‘성덕’ 되다
 
오늘은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주최하는 AFI 시상식에 참석했다. 미국에 와 참여한 첫 행사다. 지난 한 해 최고의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각 10편씩 선정하는 시상식. 미국에서 제작한 작품이 대상인데, ‘기생충’은 특별상을 받았다. 비영어 영화가 특별상을 받은 건 ‘아티스트’(프랑스), ‘로마’(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란다. 우리 영화의 위상을 느꼈다.
 
브래드 피트는 송강호 배우 팬이라며 테이블로 찾아왔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이 내 눈앞에 있다니! 영화 ‘판의 미로’ ‘찐팬(진짜 팬)’인 내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사진을 찍다니! 이 정도면 ‘성덕(성공한 덕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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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시아마 감독, 기생충 극찬 “여자 프로듀서여서 자랑스럽다”

 
#1월 5일, 골든글로브상 진짜 받다니
 
다음달 열리는 아카데미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유력하다고 듣긴 했는데 진짜 받다니! 한국영화 최초 수상이라 뜻깊다. 생중계 되는 북미 시상식 첫 경험이었다. 다음 날, LA를 뒤로 하고 뉴욕에 갔다. 뉴욕은 2010년 9월에 처음 와 보고 10년 만의 방문이다. 그즈음 ‘영화를 몇 년이나 더 직업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상태였다가 바른손 입사를 확정하고 새 출발 전 큰맘 먹고 10일간 나 홀로 한 여행이었다. 1995년 영화 잡지 ‘키노’ 기자로 시작해 홍보대행사 바른생활, 제작사 청년필름·신씨네 등을 거치며 적잖은 시간이 흐른 때였다. 이후 나름 치열하게 살며 10년이 흘렀다. 다행히 여전히 영화를 하고 있고 이렇게 출장 와 있다. 감사한 일이다. (곽 대표의 오빠는 ‘친구’의 곽경택 감독, 남편은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이다.)
  
#1월 11일, 내 사랑 LA랑 오늘부터 ‘1일’
 
LA비평가협회 시상식이 남우조연상(송강호)·감독상·작품상을 거침없이 몰아줬다. 송 배우(송강호) 수상 멘트 때 가장 빅 웃음이 터졌다. 송 배우는 “20년 전 봉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티머시 샬라메처럼 날씬했는데 지금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님 같다”고 해 좌중을 웃겼다. 이어 “미국 관객들은 제가 잘생겼다고 보는 듯한데 한국에선 아무도 그런 말은 안 한다. 이상하게 생겼다고 한다”며 “모든 한국 배우가 나처럼 생겼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우리 테이블이 가장 앞, 중앙에 배치됐고 공식 팸플릿 표지도 우리 영화였다. 나도 수상 소감에 “오늘부터 LA를 사랑하기로, 오늘부터 1일!”이라고 말했다.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프랑스 영화) 셀린 시아마 감독이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 말고 다른 상도 받아야 한다. 오스카도 타야 한다”며 “네가 여자 프로듀서여서 자랑스럽다”고 흥분된 어조로 축하와 격려를 해줬다.
  
#1월 19일, 배우들 ‘케미’에 기립박수 받아
 
세상에! 맙소사! 우리 배우들이 미국배우조합(SAG) 앙상블 캐스트상을 받았다! 비영어 영화 최초! 말 그대로 배우 간 ‘케미(호흡)’가 좋아야 주는 상이다. 우리 배우가 5명이나 참석했다. ‘기생충’이 불리자 우리 테이블에선 절반이 펑펑 울고, 봉 감독과 나는 두 팔 들고 소리소리 지르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후보작 5편 중 우리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는데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니, 우리 팀에 투표한 배우가 많아 좋고 축하하는 마음에 자동 기립한 게 아닐까. 기립박수, 환호도 너무 뭉클. 오스카 레이스의 어떤 계기가 된 느낌이다.
  
#2월 9일, 생애 가장 ‘빡센’ 일주일 완주!
 
오스카 작품상(봉준호·곽신애)을 받았다. 감독상(봉준호)·각본상(봉준호·한진원)·국제영화상까지 4개 부문, 트로피가 6개다. 지난달 후보 오찬 행사 후 ‘후보 증명서’ 받은 게 엊그제 같다. 그때 통역 성재(샤론 최)씨가 “아시아 여성 중 유일한 후보셔요” 해서 벅찼는데!
 
작품상은 본디 영화 크레딧에 올린 모든 분에게 주는 상이 아니던가. 참, 혹시라도 작품상을 받으면 다음 순서로 CJ 이미경 부회장님 소감을 듣기로 우리 팀끼리 미리 정해둔 터였다. 감독님은 세 차례 수상으로 소감 소진 상태였다. 봉 감독, 배우, 스태프, 바른손, CJ, 네온 등 모두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실제 내용을 잘 모르는 외부 시선이나 평가로, 우리 팀 누구도 마음 상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장장 6개월에 걸친 오스카 레이스에 가장 먼저 뛰어든 봉 감독 등 함께해준 모든 분께 감사를 표한다.
 
정리=나원정·민경원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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