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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ook] 지소미아는 외교현안, 정치는 국경선서 멈춰야

지난 9일 일본의 정보수집 위성 고가쿠(光學) 7호기를 실은 H2A 로켓 41호기 발사 장면. [연합뉴스]

지난 9일 일본의 정보수집 위성 고가쿠(光學) 7호기를 실은 H2A 로켓 41호기 발사 장면.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관련해 “종료 결정의 효과를 잠정적으로 정지시켜 놓은 것으로, 우리는 언제든지 종료 효과를 재가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수출 당국과 대화를 했지만 우리가 바라고 있는 지난해 7월 1일 이전 상황(수출규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건 분명히 아니다”고 말했다.
 

수출규제 대응으로 지소미아 파기
정부, 결정 근거로 여론조사 들어
미국 ‘한국 국내정치용’ 판단 불러
일본과의 명분싸움서 한국 불리

기자회견에서 원칙적으로 대답한 것일 수 있다. 우리가 지소미아의 종료를 유예하고 있고, 언제든 다시 종료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며,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강 장관의 이번 언급에 무언가 다른 배경이 있지 않으냐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일본과의 수출규제 논의에서 보다 빠른 진전을 보기 위한 압박용일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이 문제를 살펴보자.
  
일본의 규제는 강제징용 판결 불만 표현
 
지난 10일 북한 영변 핵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연구소 인근에서 특수궤도 차량 3대(선 안)의 움직임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밝혔다. [뉴스1]

지난 10일 북한 영변 핵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연구소 인근에서 특수궤도 차량 3대(선 안)의 움직임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밝혔다. [뉴스1]

지난해 11월 22일 자정으로 예정된 종료 시점을 얼마 앞두고 한·일 양국의 극적인 합의로 종료의 효력을 정지시킨다는 매우 독특한 법적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시작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촉발된 일본의 불만이다.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사법부의 결정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반박에 일본은 수출규제 강화와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간소화 대상국) 제외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리 정부는 같은 방식의 수출규제로는 일본에 충분한 반격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했다.
 
문제는 일본의 수출규제 정책에 대한 대응으로, 외교안보 카드를 사용한 것이 합당한가 하는 문제였다.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 당시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했는데, 그중 눈길을 끈 것은 여론조사를 했다는 것과 국가적 자존심을 거론한 부분이었다. 지소미아의 체결 당사자는 아니지만 한·일 간 지소미아의 유지에 지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던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국내 정치적 이유로 지소미아를 파기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미국은 일본의 조치를 반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국제 공급망의 교란이나 실제 한국에 대한 수출 제한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에 지소미아가 파기된다면 그것은 한·일 간 유일하게 존재하는 군사 부문에서의 제도를 없애게 되기 때문에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는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소미아를 흔들게 되면 미국이 일본을 압박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되돌리게 할 것이고, 그때 지소미아를 복원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애초 근본적 문제 개입 불가
 
그러나 이 문제의 근원에는 한·일 간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달려 있다. 미국 정부로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근본적 문제에 개입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는 일본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65년에 해결됐다는 쪽에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일본에 수출규제를 철회하라는 압력을 넣을 가능성은 없었다. 미국은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것과는 별도로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이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경제적 대응에 그쳤어야 할 수준을 넘어 미국을 포함한 안보 문제를 건드렸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야속하게 보였지만, 우리에 대한 압박이 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우리가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했다고 해서 일본이 수출규제를 지난해 7월 이전으로 돌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한·일 간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돼야 한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역시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리가 어떻게 보든 지소미아와 관련한 명분 싸움에서는 미국에 좋은 인식을 주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다시 지소미아 종료 효력 중지 결정의 번복, 쉽게 말해 지소미아 종료를 다시 선언하는 것은 우리 안보를 위해서도, 우리의 대외 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정엽

우정엽

과거에는 “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춘다”라는 표현처럼 외교안보 사안은 국내 정치를 초월한 영역으로 인식했다. 한 국가의 사활이 걸린 외교안보 문제를 정치적·당파적으로 연결시키면 결코 올바른 결정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외교안보에 관한 최고 의사 결정자는 그 나라 정치체제의 최고 의사 결정자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의사 결정이건 정치적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적 고려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외교안보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치적 승리는 대부분 단기적이고 그 승리를 누리는 사람은 소수이나, 외교안보 부문에서의 결정은 한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소미아는 한·미 간 외교 현안인 만큼 국내 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 
 
우정엽 본부장
미국 조지타운대 정책학 석사, 미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 후 서던캘리포니아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국의 대외 정책 및 한·미 관계 등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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