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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로 환자 주변 2m 뒤진다…코로나 추적하는 '질병수사관'

“진술이 불명확하고 카드 사용(내역)이 없다면 종일 폐쇄회로(CC)TV를 뒤져야 합니다.” 
 

박영준 중대본 역학조사 팀장 인터뷰
“지루한 작업에도 긴장한 채 봐야”
“환자 진술 협조 안 될 때 ‘가족과 지인 보호’ 설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나오는 즉시 현장에 달려가는 이가 있다. ‘역학(疫學)조사관’이다. 역조관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CCTV 돌려보기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 2팀장(예방의학과 전문의)은 12일 오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역조관은 ‘감염병 소방수’라 불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C형 간염 등 각종 감염병의 원인과 전파 경로를 추적하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질병 수사관이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 2팀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질병관리본부]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 2팀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질병관리본부]

 
환자가 발생하면 역조관은 두 가지 질문을 품는다. “어디에서 감염됐을까, 누구에게 전파했을까”다. 추가 환자를 막기 위해 환자의 카드사용 내역, 휴대폰 위치추적, CCTV 등을 활용해 재빨리 접촉자를 가려내는 게 중요한 일이다. 
역학조사관 선서. [사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선서. [사진 질병관리본부]

 
박 팀장은 “일단 (환자가) 거쳐간 장소에서 CCTV가 있는 곳은 확인한다. 빨리 이뤄지려면 그 장소에 언제 갔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진술이 불명확하고 카드 사용이 없다면 종일 (CCTV를) 뒤져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나 지루한 작업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는 것이 없도록 긴장하고 봐야 한다. 오후쯤 (그 장소에) 갔다고 하면 오후부터 CCTV를 계속 돌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박 팀장은 “그 장소에서 환자가 기침했는지, 마스크를 썼는지, 몇 분간 체류했는지, 2m 이내 반경에는 누가 있었는지, 대화했는지가 (접촉자를 가려내는) 주된 요소”라고 말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 역학조사 현장에서 회의하는 모습. [사진 질병관리본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 역학조사 현장에서 회의하는 모습. [사진 질병관리본부]

신종 코로나의 전파 경로가 비말(침, 분비물)로 알려진 만큼 접촉자를 분류할 때 기본 전제는 환자와 2m 거리 내에 있는 사람들이다. 1m를 기준으로 하는 나라도 있는데 우리는 보수적으로 더 넓게 잡는다. 박 팀장은 “확진 환자와 2m 이내 ‘페이스 투 페이스’ (직접 대면) 접촉이나 직접적 체액 접촉이 있었는지를 보고 가린다. 접촉자 중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환자, 이후로 넘어가면 또 다른 접촉자가 발생한다. 증상이 없으면 접촉자의 접촉자까지 조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역학조사관(오른쪽)이 환자의 입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오른쪽)이 환자의 입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 질병관리본부]

 
그 장소에 같이 있었다고 다 접촉자로 분류하는 건 아니다. 박 팀장은 “공간 내에 수많은 사람이 있다고 해서 전부 다 접촉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동인구가 많지만, 그 안에서 환자가 어떤 행동 했었는지를 같이 고려해서 접촉자 판단이 이뤄진다. 단순히 (환자를) 지나쳤다면 접촉자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백화점(본점)과 이마트(마포공덕점) 등을 다녔던 23번째 중국인 환자의 접촉자가 23명으로 확인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인상착의 수준의 정도만 알고 있는 상황은 추적에 어려움을 더한다. 박 팀장은 “종업원이 카드를 사용했다고 하면 역추적해서 병원에 있는 환자의 인상착의를 확인하고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 역학조사관 등이 모여 회의하는 모습. [사진 질병관리본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 역학조사관 등이 모여 회의하는 모습. [사진 질병관리본부]

객관적 근거 확보를 위해 CCTV나 카드, 휴대폰 사용내역 등을 활용하기 시작한 건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뒤 2016년 관련법이 생기면서다. 박 팀장은 “메르스 당시에 처음 활용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법적 근거를 가지고 개인정보를 조회하면서 위치 추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계는 있다. 박 팀장은 “본인이 4~5개 카드를 가지고 있고, 어떤 카드를 사용했는지 불명확할 수도, 카드를 다른 사람이 썼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 카드를 썼을 수도 있다. 계속 검증이 이뤄진다. 외국인은 (휴대폰) 위치추적이 쉽지 않다. CCTV도 아무리 빨리 돌려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휴대폰, 카드 사용내역, CCTV 등을 통해 정확성은 향상됐으나 모든 것이 해결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현재까지는 제한적인 지역사회에서의 전파가 있다고 했다. 환자의 가족과 친지, 환자와 상당 기간 접촉이 확인된 경우에서 2차 감염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역학조사의 연결고리가 불분명한 상황이 올 수 있고, 그렇게 될 경우 심층조사를 통해 모든 상황을 면밀히 해서 방역망을 설치하는 접근법이 어려울 것”이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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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감염병과 달리 신종 코로나는 1급 감염병이기 때문에 시간적 압박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박 팀장은 “전염병은 누군가에게 전파되고 누군가에게 전염시킨다. 감염경로, 전파경로 이런 부분들에 신속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추가환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시간적 압박감을 이겨내고 정확하게 조사해서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의 벽도 뛰어넘어야 한다. 박 팀장은 ”사례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데 의심환자로 보고 강제적 개입조치가 들어가도 괜찮을지에 대한 부분이 있다. 반대 측면은 사전예방이다. 사전예방이 공공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건데 사생활 침해 요소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 팀장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처리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즉각적 결정을 내려 조치해야 하는 상황들에 매번 직면하게 된다. 어려운 부분들”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경험에서 쌓인 역조관의 노하우와 팀플레이가 중요하다고 꼽았다. 박 팀장은 “조직적으로 신속히 할 수 있게 정확히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대응팀들이 협업할 수 있는 구조 만드는 게 현장 역학조사”라며 “환자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어서 조사하는 방식은 허점이 있을 수 있다. 어떤 행동을 했을지에 합리적 의심과 추론을 가지고 이끌어내는 게 노하우”라고 했다. 3번 환자도 그랬다. 환자가 언급한 증상 발현 시점과 달리 그 이전 약국에서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를 다시 인터뷰해 증상 발현 시점을 당겼다. 
 
중간에 환자 협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세세한 동선이 언론에 즉각 공개되다 보니 환자로서 부담을 가져서다. 박 팀장은 “진술을 거부한 사례는 없었지만 협조가 어려울 때가 있다. 개인 책임이 아닌데 조사를 하다 보면 범죄자 취급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다 물어보니 심문하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다. 끝까지 설득을 통해서 진술을 유도한다. ‘정확하게 말씀해주셨을 때 가족과 주변 지인이 보호될 수 있다’라는 걸 기본 원칙으로 해서 계속 얘기한다. ‘통제하기 위해 격리하지 않는다. 보호하기 위해 격리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박 팀장에 따르면 현재 역조관은 중앙 소속이 40~50명으로 지방 인력까지 포함하면 70명 가량을 정원으로 한다. 박 팀장은 “조금 더 (인력이)보강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중앙도 그렇지만 지방에 보강될 필요가 있다. 지방은 규모가 적고 팀플레이가 지속될 여건이 안 된다. 과감한 투자와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팀장은 “의사 출신 역조관이 많이 채용되지 못하는 것은 생소함, 익숙하지 않음 때문으로 생각한다. 지방 생활 여건에서도 메리트(이득)이 적어서 지원을 적게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경제적 보상 측면은 민간에 비해 낮다고 생각되지만 결정적 이유라 생각하진 않는다. 역조관의 역할, 요건을 좀더 알리고 접할 기회를 마련하면 충원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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