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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정치는 밑져야 본전, 경제는 화병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밑져야 본전? 천만의 말씀이다. 정치가 민초의 삶과 엮이면 안 통한다고 봐야 한다. 한국노동경제학회지 최근호에 이를 경제학적으로 증명한 논문이 실렸다(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팀). 요지는 간단하다. 잘못 뽑으면 경제가 망가지고, 일자리가 사라진다. 다 아는 건데도 이걸 경제학으로 풀어보니 기가 막혔다.
 

“부정한 리더는 경제 갉아 먹어”
반성없는 위기모면용 땜질 정책
회전문 속 본전 챙기는 정치판
민생경제 방역망마저 무너뜨려

민선 1기(1995년)부터 최근 6기까지 전국 광역 자치단체장의 공백기를 분석했다. 구금이나 실형 선고, 선거 출마형 사퇴 등의 이유로 공백기가 생겼다. 그때마다 지역에선 월평균 1만5000명 정도의 취업자가 감소했다. 여성과 청년(20~29세), 장년층(50~59세)이 큰 타격을 입었다. 신용카드 사용액도 월 423억원씩 줄었다. 한데 이상한 게 눈에 들어온다. 신용카드 사용액 중 마트, 편의점 등에서 쓴 생활비와 오락·문화 같은 거의 모든 부문의 지출이 줄었는데, 유독 의료·보건은 1.8% 증가했다. “지역 구성원의 심리적 상실감과 지역민의 건강상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진의 추정이다. 화병(火病) 도진다는 얘기다.
 
‘경제가 호황일 때 국가 지도자가 재임될 확률이 높다’ ‘개별 지도자가 국가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외국의 연구결과와 닿아 있다. 경제가 리더를 살리고, 리더가 경제를 망칠 수도 있다는 말 아닐까.
 
서소문 포럼 2/12

서소문 포럼 2/12

우리도 뼈저리게 체감한다. 정치도, 경제도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을 정도로 나라가 만신창이다. 그것도 부정·불공정·부도덕과 엮여서다. 강 교수팀은 “불법을 저지른 사람을 뽑았을 땐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막대하다”는 요지의 분석결과를 내놨다. 선출직은 물론이고, 그 밑 사람조차 윗선이랍시고 정책을 무시로 주무르면 어떤 결과가 나는지에 대한 경고로 들린다.
 
그런데도 능력은 안 되면서 윗선의 위세를 등에 업고 자리를 탐하는 사람(남우충수·濫竽充數)은 왜 이리도 많은 것 같은지. 이러면 국정이 잘 돌아갈 리 없다. 이런 부류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아서다(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이 드러나면 그걸 모면하려 꾀를 쓰기 일쑤다(고식지계·姑息之計). 조국 전 장관이나 선거 개입 등의 사태에서 진절머리나게 보고 있다. ‘옛말 하나 틀리지 않는다’는 격언만 귓전에 맴돈다.
 
일자리 문제만 해도 그렇다. 통계청은 지난해 비정규직이 역대 최악인 87만명이나 불어나자 “정규직인 응답자가 비정규직으로 착각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이 원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했더니 거짓이었다. 오죽하면 유 교수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운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해명치고는 어이없는 위기모면용”이라고 혀를 찼을까. 유 교수는 “돈을 뿌려서 노인 일자리와 같은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데 골몰하지 말고 정책부터 반성하라는 고언조차 안 들으면 어떻게 경제를 꾸릴 수 있나”라고 했다.
 
11일 고용노동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했다. 주제가 ‘국민과 함께하는 일자리’였다. 여기서도 자화자찬은 빠지지 않았다. “청년, 여성, 5060세대 등 맞춤형 일자리 대책 등에 힘입어 취업자, 실업자, 고용률 3대 지표가 개선됐다”고 서두를 장식했다. “일자리 질도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이 말에 공감할 청년, 여성, 5060세대가 얼마나 될까.
 
일자리 문제를 두고 반성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제조업과 40대 고용 회복이 지연된다”고 했다. 얼핏 듣기엔 정책은 잘하고 있는데 효과가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는 소리로 들린다. 물론 그 자신감의 근거는 대지 못했다. 통렬한 반성을 하고, 그걸 바탕으로 정책의 방향과 집행의 선후, 시기를 포착해야 할 시점에 밑 장 빼기부터 하는 꼴이다. 고용 사정이 어려운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국정과제라고 내세운 것부터 차근차근 해부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도, 일자리도 희뿌연데, 그래도 날은 풀리고 있다. 마음마저 포근해지면 오죽 좋으랴만, 기온 상승과 함께 미세먼지도 기승이다. 눈과 심장을 파고든다. 그저 환경문제일 뿐일까. 정치·경제·정책의 미세먼지는 마스크로도 막을 길이 없다. 소리소문 없이 국가의 폐 기능을 떨어뜨리니, 숨이 막힌다. 그래도 정치인은 회전문 안에서 잘만 돈다. 밑져도 본전이다. 민초는 밑져서 심리적 방역망마저 무너질 판인데.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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