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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 바다야?" 초현실적 장노출 사진 찍으려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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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중 사진 주기중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15)

 
좋아 보이는 사진의 비밀 ②배경처리의 기술 - '장노출' 사진
 
산이야 바다야?
사진이 사람의 눈과 차별되는 특징 중 하나는 한 장의 사진에 시간의 흐름을 담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눈은 움직이는 형상을 시간순으로 봅니다. 반면에 사진은 조리개가 열려 있는 동안에는 움직임의 흔적이 정지된 이미지로 남습니다. 이를 ‘장노출 사진’이라고 합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카메라는 대개 30초 동안 셔터를 열어 둘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그러나 릴리즈의 셔터 잠금장치를 이용하면 아주 오랫동안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장노출 사진은 삼각대, ND필터(오랫동안 촬영할 수 있기 위해 렌즈를 어둡게 만드는 검은색 필터), 릴리즈 등 보조 장비를 갖춰야 찍을 수 있습니다. 시행착오와 경험이 필요한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초보자도 조금만 연습하면 30분 이내의 장노출 사진은 수동기능이 있는 카메라면 충분히 찍을 수 있습니다.
 
장노출 사진은 움직이는 피사체는 뭉개지기 때문에 고정된 주재(主材)가 돋보입니다. 배경 처리를 위해 자주 이용하는 기법입니다. 또 눈으로 볼 수 없는 장면이기 때문에 훨씬 더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나기도 합니다.
 
필자는 바다에서 파도를 소재로 한 장노출 사진작업 ‘Wave Series’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동해에 파도가 높은 날이 많았습니다. 바다 일기예보를 보며 파고가 높은 날은 동해로 달려가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1. Wave Series, 2020. [사진 주기중]

사진1. Wave Series, 2020. [사진 주기중]

 
사진1은 바다를 산처럼 표현한 사진입니다. 바다에서 장노출 사진을 찍을 때는 파도의 패턴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수면 위로 솟아 있는 바위의 윤곽과 파도가 들이치는 모습을 면밀하게 살핍니다. 파도의 강도와 속도, 포말의 분포 등을 보며 셔터타임을 결정합니다. 경험이 쌓이면 사전시각화가 가능합니다. 보통 8초에서 5분 정도로 다양하게 촬영하며 결과를 봅니다.
 
가장 효과적인 셔터타임을 결정한 다음, 여러 차례 반복해서 찍고 한 장을 고릅니다. 위 사진은 약 2분간 조리개를 열어 두었습니다. 사진은 절대적인 크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바위가 산이 되고, 하얀 포말이 운해처럼 보입니다. 사진 위쪽은 하늘 같지만 바다의 푸른 빛이 뭉개져 생기는 현상입니다.

 
사진2. Wave Series, 2020. [사진 주기중]

사진2. Wave Series, 2020. [사진 주기중]

 
바위 끝에 있는 갈매기를 찍은 사진입니다.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요. 거센 바람과 파도가 몰아치지만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습니다. 고기잡이 나간 지아비를 기다리는 ‘망부석’의 이미지가 오버랩됩니다. 이 사진은 약 1분간 촬영했습니다.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포말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움직이지 않는 갈매기의 도움(?)이 컸습니다. 만약 이 사진을 빠른 셔터로 촬영했다면 파도 포말의 흰색과 갈매기의 흰색이 뒤섞여 어지럽게 됩니다. ‘망부석’ 분위기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사진3 Wave Series, 2020. [사진 주기중]

사진3 Wave Series, 2020. [사진 주기중]

 
파도를 장노출로 찍어 흑백으로 반전하면 수묵화의 분위기가 나기도 합니다. 하얀 포말이 만드는 흑백의 그라데이션이 생깁니다. 마치 수묵화의 먹 번짐 같습니다. 포말이 많이 생기는 바위 아래쪽은 희고, 높은 곳일수록 검습니다. 산 아래 드리워진 운해 효과가 납니다. 뒤에 있는 바위는 흐리고, 앞에 있는 바위는 검게 나와 자연스러운 원근감을 만듭니다. 뒤쪽 바위가 낮은 데다 파도가 높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좋은 사진의 관건은 같은 대상을 얼마나 다르게 표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영상 홍수시대입니다. 사진의 ‘순간 포착’은 이미 시각의 내성에 길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장노출 사진은 예측하기 어렵고, 변수가 많습니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효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새롭고 창의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경험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삼각대, ND필터, 릴리즈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장비입니다. 장노출 사진은 처음에 짧은 시간부터 시작해서, 점차 시간을 늘려나가며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노출 기법은 움직이는 것과 정지된 대상이 섞여 있을 때, 주제를 부각하고 배경을 분리하는 데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습니다.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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