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50년짜리 위스키 경매가 3억원 훌쩍…이만한 재테크 있을까

기자
김대영 사진 김대영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55)

55년. 정년이 늘었다 해도 이 나이쯤이면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신세가 되곤 한다. 수많은 동기를 뒤로하고 이사란 직함에 이름을 올렸어도, 내일 당장 무급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스키가 55년을 묵었다면 어떨까. 함께 태어난 위스키 중 극소수만 살아남아 55년이라는 세월을 견딘다. ‘55’라는 세월의 무게는 사람이나 위스키나 같다. 그러나 위스키가 55년간 숙성되어 세상에 나오면, 그의 몸값은 그때부터 수직 상승한다. 만일 마시지 않고 소장한다면, 수 세기 동안 계속해서 값이 오를 수도 있다. 그 위스키가 나고 자란 증류소가 경영 부진으로 사라진다면, 그 몸값은 더 올라간다. 
 
일본 산토리는 지난 1월 30일 지금까지 발매한 위스키 중 가장 숙성 연수가 긴 위스키, ‘야마자키 55년’을 100병 한정 판매한다고 밝혔다. 알코올 도수는 46도. 가격은 세금 포함 330만 엔, 원화로 3600만 원 정도다. '추첨 사이트'를 통해 2월 5일 오전부터 14일 오전까지 신청을 받아 당첨자를 선정한다. 일본 국내 거주자만 신청이 가능하다. 소장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당첨자의 영문 이름이 위스키병에 각인된다.
 
산토리 야마자키 55년. [사진 산토리]

산토리 야마자키 55년. [사진 산토리]

 
위스키 한 병에 3600만 원이라면 매우 비싸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2018년 소더비 홍콩경매소의 야마자키 50년 낙찰가격을 보면 야마자키 55년의 3600만 원이라는 가격이 상당히 낮게 느껴질 것이다. 2011년 산토리가 150병 한정으로 100만 엔(약 1100만 원)에 판매한 야마자키 50년은 2018년 소더비홍콩경매소에서 233만7000 홍콩 달러(약 3억 5700만 원)에 낙찰됐다. 약 32배나 가격이 뛴 셈이다. 따라서 야마자키 50년보다 숙성연수가 5년이 더 긴 야마자키 55년이 경매에 출품된다면, 가격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토리는 ‘야마자키 55년’ 발표회에서 2년 전쯤 오래 숙성된 위스키 오크통을 하나씩 조사해 위스키 원액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위스키를 장기숙성하면 오크통 성분이 너무 많이 위스키에 배어들어 쓴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쓴맛이 덜한 마시기 편한 것만 골라냈다고 한다. 산토리의 5대 치프 블렌더, 후쿠요 신지(福与伸二) 씨는 “55년이 지났어도 아직 향이 풍부하고, 깊은 숙성감을 가진 위스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산토리 야마자키 55년. [사진 야마자키 55년 추첨응모 사이트]

산토리 야마자키 55년. [사진 야마자키 55년 추첨응모 사이트]

 
올림픽을 앞둔 일본의 역사도 담겼다. 지금으로부터 56년 전인 1964년은 도쿄올림픽이 열린 해다. 야마자키 55년은 1964년 이전에 증류해서 숙성시킨 위스키만을 사용했다. 1964년부터 2020년까지, 올림픽과 올림픽 사이의 ‘일본 55년사’가 한 병의 위스키에 담긴 셈이다. 야마자키 55년의 상자는 일본산 미즈나라(참나무 종류) 목재로 만들었고, 일제 위스키병에 금박으로 숙성연수를 표기했다. 일본의 전통과 역사, 문화가 응집된 한 병의 위스키라 할 수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엠블럼. [사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전 세계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추첨에 응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별 기대는 없지만, 일본에 사는 지인을 통해 응모를 해뒀다. 당첨되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당장 홍콩으로 달려가 경매에 내놔야 하나, 가보로 대대손손 물려줘야 하나. 아니면 향과 맛을 궁금해하는 지인들과 나눠 마셔야 하나…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당첨되더라도 값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