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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남의 영화몽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어가 들릴 때

이후남 문화디렉터

이후남 문화디렉터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습니다.”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한진원 작가의 수상 소감이다. 직업적인 이유로 거의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켜보곤 했지만, 자막 없이도 이렇게 귀에 쏙쏙 박히는 소감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미국 전역에 TV로 생중계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 자체로 엔터테인먼트 쇼다.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한 수상자들이 무대에서 들려주는 소감도 이에 걸맞은 감동과 유머가 묻어난다. 영어가 모국어도 아니요, 더구나 영어를 글로 먼저 배운 세대로서 그런 말맛을 만끽하기란 언감생심. 그러니 미국 관객들의 취향도 이해는 간다. 자국 언어로 된 할리우드 영화가 무진장 쏟아지는 마당에 영어 아닌 영화, 대사를 듣는 대신 자막으로 읽어야 하는 영화를 오락용으로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각본상을 받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각본상을 받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생충’은 그런 언어의 장벽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미국 극장가에서 개봉 규모 대비 큰 흥행 성공을 거뒀다. 급기야 어제 시상식에서 무려 네 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받았다. 그때마다 한국어로 수상 소감이 흘러나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런 분위기가 연출될 줄은 몰랐다.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아카데미상이 영어 아닌 영화에 각본상에 더해 최고상인 작품상까지 줄 만큼 변화한 것이 놀랍다. 무엇보다 이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 ‘기생충’이란 것은 크나큰 자랑거리다. 뛰어난 영화일 뿐 아니라 ‘한국’ 영화란 점에서도 그렇다. 영화의 배경이나 등장인물은 물론이고 제작진과 자본을 비롯해 모두 한국산, ‘메이드 인 충무로’다.
 
돌아보면 봉준호는 충무로에서 쓴맛부터 봤다. 서른 살 무렵인 2000년 개봉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3년 뒤 ‘살인의 추억’으로 비평과 흥행 모두 대성공을 거뒀다. 사실 30대 초반에 데뷔하는 것도, 저조한 흥행 뒤에 곧바로 다음 영화를 만드는 것도 요즘 신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영화의 산업적 규모나 시스템은 20년 전보다 발전했다지만, 젊은 세대의 활약을 지표로 보면 ‘발전했다’고 할 수 있을지 망설여진다.
 
지금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이 불러온 영광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할리우드와 사뭇 다른 과거 충무로 역동성, 그리고 여전히 할리우드보다는 작지만 아카데미 후보 지명전에 뛰어들 만큼 성장한 지금 충무로의 산업적 역량이 고루 어른거린다.
 
이후남 문화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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