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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스피드 … '암벽 여제' 김자인의 고민

김자인(32·디스커버리ICN)에게 8월의 도쿄는 첫 올림픽이 될까. 지켜보기만 하는 올림픽이 될까.
 

부상으로 올림픽 티켓 두 번 놓쳐
다음주 국가대표 선발전 치러야
4월 아시아선수권이 마지막 기회

15년 넘게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아이콘으로,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우승 29회의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그에게 도쿄 올림픽 무대에 오를 기회는 단 한 차례 남았다. 지난 두 차례의 기회를 부상과 그 후유증으로 날려버렸다. 그래서 김자인의 2020년은 벽두부터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훈련과 치료, 절제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김자인은 지난해 부상으로 도쿄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경기 출전권이 걸린 두 차례 국제대회에서 고전했다. 이번 4월 아시아선수권이 마지막 기회다. 김자인이 손의 땀을 없애 주는 초크를 털며 클라이밍 홀드를 응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자인은 지난해 부상으로 도쿄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경기 출전권이 걸린 두 차례 국제대회에서 고전했다. 이번 4월 아시아선수권이 마지막 기회다. 김자인이 손의 땀을 없애 주는 초크를 털며 클라이밍 홀드를 응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지난달 3일 서울 영등포의 한 실내 암장. 김자인은 스트레칭 뒤 캠퍼스 보드(훈련용 판)에서 훌쩍훌쩍 몸을 풀더니 수많은 행마가 펼쳐진 홀드의 숲으로 뛰어들었다. 얽히고설킨 난마를 한 가닥씩 푸는 김자인의 묘수 앞에 길은 모세의 기적처럼 쫙 펼쳐졌다. 

 
기자의 차례. 손가락 3분의 1마디만 걸리는 홀드들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더니 기어코 추락했다. 요리를 위해 도마 위로 떨어뜨린 홍두깨살처럼, 육신은 추락 매트와의 사이에서 둔탁한 소리를 냈다. 손가락이 저미어왔다. 이보다 더한 고통의 작렬은 수개월 전 김자인을 덮쳤다. 인터뷰는 이날과 해외 전지훈련 중인 지난 6일 진행됐다.
 

"콤바인 방식 채택되면서 하체 훈련 부족 절감"

손가락 인대 파열 부상에서 회복됐나.
지난해 7월에 다쳐 8월부터는 조금 쓸 만하더라. 아직 100%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손가락 아픈 건 클라이머의 직업병 아니겠나.
올림픽 티켓 얻을 기회를 두 번 놓쳤다.
손가락 때문에 훈련을 제대로 못 했고 후유증이 있었다. 8월 일본 세계 선수권 40위, 11월 프랑스 선발전 14위였다.
랭킹도 떨어졌다. 김자인은 현재 리드 부문 세계 랭킹 10위다. 월드컵 성적으로는 현재 8위, 1년 전에는 3위였다. 2006년 발목인대, 2008년 어깨 연골, 2013년 십자인대 파열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그래서 김자인의 부활에 팬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1월 3일 서울 영등포의 한 실내암장에서 훈련 중인 김자인. 그는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마지막 기회를 맞이한다. 하지만 그 전에 당장 2월 15~16일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러야 한다. 김현동 기자

1월 3일 서울 영등포의 한 실내암장에서 훈련 중인 김자인. 그는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마지막 기회를 맞이한다. 하지만 그 전에 당장 2월 15~16일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러야 한다. 김현동 기자

서울 올림픽이 열린 해 태어난 김자인은 올해 만 32세가 됐다. 그는 "국제대회에 나가면 80년대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서울 올림픽이 열린 해 태어난 김자인은 올해 만 32세가 됐다. 그는 "국제대회에 나가면 80년대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김자인은 만 11세에 스포츠클라이밍에 입문했다. 높은 곳에서의 추락이 무서웠다. 울었다. 재미를 붙이면서 눈물은 사라졌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와 국내대회에 나가면 둘이 1, 2위를 휩쓸었다. 그는 “워낙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는 또래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4년 첫 성인 국제대회에서 41위를 했다. 바로 그해 다른 국제대회에서 1위에 올라섰다. 김자인의 시대가 열렸다. 그는 한국 스포츠 클라이밍의 발전을 10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리드 부문 세계 1위(월드컵 성적 1위)인 서채현(17)은 김자인을 롤모델로 훈련한 ‘김자인 키즈’ 중 한 명이다.

 
김자인은 지난해 10월 월드컵 6차 대회 리드 부문에서 시즌 첫 우승을 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개인 통산 29번째 월드컵 우승으로, 세계 최다 기록이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지난 두 차례의 대회는 리드·볼더링·스피드 성적을 합산하는 콤바인 방식으로 열렸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올림픽에서는 올해 도쿄, 아시안게임에서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정식 종목이 되면서 콤바인 방식으로 치러지고 있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김자인은 동메달을 땄다. 사솔(26)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부에서는 천종원(24)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자인은 직접 로프를 걸며 오르는 리드에서는 강하다. 반면 4~5m 높이의 벽에서 문제 풀이 방식의 등반을 하는 볼더링과 속도전으로 치러지는 스피드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특히 스피드에서 고전했다. 2018년 월드컵 최종 랭킹에서 리드 부문은 3위인데 반해, 스피드 부문은 75위였다.  
 
스피드에 약하다.
힘을 쓰는 메커니즘이 다르다. 내가 20년 동안 해온 클라이밍과 전혀 다르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 도입된 뒤 스피드를 시작했다. 이전엔 스피드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동안 하체 운동을 소홀히 한 게 약점으로 드러났다. 하체로 이어지는 몸통 부분의 운동을 강화하면서 스피드·볼더링을 보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콤바인 시스템을 언급하며 “혼란스럽다”면서도 “끝까지 잘 가보자”고 의욕을 불태웠다.

기자가 실내 암벽에 붙은 채 김자인의 훈련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기자가 실내 암벽에 붙은 채 김자인의 훈련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중에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선수는 아직 1명도 없다. 국가별 출전권 상한선은 남녀 2명씩, 총 4명에게 주어진다. 올림픽에는 남녀 각 20명씩, 총 40명이 출전한다. 이미 세계 28명이 출전권을 얻었다. 
 
출전권 확보의 마지막 기회는 대륙별 대회다. 4월 중국에서 IFSC 아시아선수권이 열린다. 역시 콤바인 방식이다. 김자인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남녀 부문 각각 1위에 올라야 올해 도쿄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1위를 못하더라도 이미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외국 선수들을 제외한 가장 높은 순위여야 한다. 
 
대한산악연맹 관계자는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선수들이 이미 출전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자인은 콤바인으로 치러진 2018 아시안 선수권에서 5위에 올랐다. 그는 "경쟁자로 생각하는 선수는 없다"고 말했지만, 사솔·서채현 등 동료들과 티켓 1장을 놓고 경쟁을 해야 한다. 

 

"올림픽 이후 은퇴 계획 없다, 대회 계속 출전할 것"

그 전에 15~16일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러야 한다. 4위 안에 들어야 국가대표 자격을 얻는다. 5, 6위는 상비군으로 자리매김한다.
올림픽 티켓 관련해 팬들 기대가 크다.

콤바인으로 치러지는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통과해야 한다. 올림픽은 크게 기대를 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올림픽은 도전해야 하지 않나. 마무리를 잘하는 게 목표다. 올림픽 출전에 실패한다고 해서 클라이밍 인생 자체가 실패는 아니다. 클라이밍을 잘 모르는 분들이라도 올림픽이라면 관심을 갖는다. 한국의 클라이밍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선 올림픽이 중요하다.
올림픽 이후 계획은 어떤가.  
올림픽 이후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선수생활을 접지는 않을 것이다. 클라이밍을 재미있게 하면서, 국내외 대회에 출전할 것이다. 최근에 못한 자연 바위도 하고 싶다.
김자인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최근에 각종 매체가 ‘올림픽 이후 은퇴’라는 기사를 내보낸 데 대해 “김자인 선수가 말한 적도 없고, 계획하고 있는 바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래도 언젠가는 은퇴를 할 것이다. 지도자 생각이 있나.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강하다. 콤바인에 약한 게 아니다. 선수와 시스템의 융화를 생각하고 있다.
32세다. 적지 않은 나이다. 실제 경기에 나가면 어떤가.
국제대회 나가면 80년대 생이 거의 없다. 있어도 나 포함해 2~3명? 대부분 90년대 생이다. 오히려 동기부여가 된다. 국가대표는 2004년생까지 뽑는다. 
훈련 강도를 높였다.
시즌 중에는 오전에 2~3시간 웨이트트레이닝 뒤 병원에서 여기저기 아픈 곳 치료받는다. 오후에는 4시간 암장 훈련 뒤 저녁에 가볍게 5~6㎞를 뛴다.
등반훈련, 체력훈련, 컨디셔닝이라는 루틴을 착실히 지킨다는 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초까지 대회를 치른 뒤 여행을 즐기고 맛집을 찾았다. 맥주를 좋아해 밤에 홀짝홀짝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맥주는 입에도 안 댄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갑작스레 코앞으로 닥치면서 시즌에 일찍 돌입했다. 비시즌 때의 몸무게는 45㎏. 시즌 중에 41㎏으로 줄여 왔지만, 시간이 부족해 42㎏으로 뺄 계획이다. 등반훈련 내용(지구력·볼더링 등)에 따라 수치가 다르지만, 하루 홀드 수천 개를 잡기도 한다.

 
김자인은 평소 자신이 신는 신발 사이즈(230㎜)보다 훨씬 작은 205㎜의 암벽화에 발을 구겨 넣고 다시 암장 벽에 붙었다. 키 152㎝의 김자인은 커 보였다. 제2의 김자인을 꿈꾸는 10대 후배들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김자인은 지금 속내가 복잡하다. 그는 아직 목이 마르지만, 그 너머에는 고민의 고랑이 깊어 보였다. 며칠 전 카톡 메시지로 이런 내용이 들어왔다. ‘올림픽 출전이요? ㅎㅎ 저도 그러고 싶죠….’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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