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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윤석열 대망론의 조력자들

고대훈 수석논설위원

고대훈 수석논설위원

적폐수사가 한창일 때다.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사적으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 이 정권에서 한자리 꿰찼으니 권력에 기웃거리는 정치 검사를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이념 색깔이 묽은 소탈한 원칙주의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수사는 독하게 하겠구나’ 하는 결기는 풍겼다. 검찰총장이 된 이후에도 숨은 야망 같은 건 발견하지 못했다. “정치할 뜻도 소질도 없다”는 그가 ‘대권 후보 2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를 보면서 사람 팔자 모른다는 말이 실감 났다. 그를 대통령감 반열에 서도록 돕는 조력자들은 누구일까.
 

‘윤과의 전쟁’에 나선 청와대
수사방해 무리수 두는 추미애
권력 품에 뛰어든 판·검사들
윤 대망론 돕는 역설적 상황

‘윤석열 대망론’은 윤석열 자신의 노력으로 만든 게 아니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문재인 정권이 ‘윤(尹)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자초한 웃픈 현상이다. 자신들이 임명하고 자신들의 말에 따라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에 칼을 겨누자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싶어 안절부절 못하는 게 요즘 청와대 풍경이다. 회유와 압박이 먹히지 않자 윤석열 몰아내기에 권력이 총동원돼 싸운 게 결정적 패착이다. 짓밟을수록 고개를 쳐드는 윤석열의 잡초 근성을 얕보았다. 그런 핍박받는 영웅 프레임에 민심이 뜨겁게 호응하면서 강력한 대권 후보로 단숨에 부상했다. 윤석열을 내치려는 사람들이 대망론을 띄워주는 한 편의 부조리극을 보고 있는 것이다.
 
1차 조력자는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진 조국 전 법무장관 등 청와대의 86 운동권 세력이다. 이들은 한국 진보의 뇌 구조를 들여다보게 한 공로가 크다. 이중 잣대의 뻔뻔한 위선, 자신만 옳다는 독선과 오만, 홀로 민주화를 쟁취했다는 자기도취와 특권의식은 그들의 고유 브랜드가 됐다. 대통령의 30년 절친을 당선시키겠다며 ‘VIP 숙원사업’에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고(울산시장 선거 개입), 부정부패는 끼리끼리 봐주고(유재수 감찰 무마), 조국을 사이비 교주처럼 맹목적으로 감싸는(조국 사태) 행태에는 그런 비뚤어진 인식이 깔려 있다.
 
범죄 혐의가 들통이 나자 진실과 반성 따위는 없고 핏대를 내고 궤변의 거품을 물며 선악의 구도로 뒤틀었다. 검찰이 불러도 뭉개고, 재판에 넘겨지자 ‘쿠데타’라며 윤석열에게 ‘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이라고 협박한다. “검찰이 좀 더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한다”는 피의자 임종석의 언어는 여유롭다. 죄짓고도 큰소리치는 이런 이상한 나라에서 윤석열은 악의 세력과 맞서는 정의의 투사처럼 대중에게 각인된다. 저들의 망상은 불치의 병이기에 오히려 든든한 조력자로 남을 공산이 크다.
 
궁지에 몰린 청와대 실세를 구하려 등판한 추미애 법무장관도 조력자 대열에 가세했다. 수사 무력화와 윤석열 죽이기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기세다. 윤석열의 손발을 자른 학살 인사, “감히 명(命)을 거역했다”며 군사독재 시절 같은 살벌한 분위기 조성, 검사동일체 부정 등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
 
엊그제는 뭐가 그리 구린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공소장을 아예 숨겨버렸다. 국민의 알권리를 묵살한 월권이자 위법인데도 막무가내다. 공소장에는 수사 청탁과 하명 수사, BH(청와대)의 절대적 지원, 경쟁자 회유 등 혼탁한 내용이 담겼다고 하니 은폐할 만도 했다. 자칫하면 정권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적어도 4·15 총선까지는 감춰보겠다는 구국의 충정이 가상하다고 할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 비서 조직의 선거 공작은 있을 수 없는 중대 범죄다. 시중에선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어른거린다고 수군거린다. 추미애의 공격이 독해질수록 윤석열의 고독한 싸움은 정당성을 얻고 있다.
 
권력의 품에 몸을 던진 판사와 검사들도 일조한다. 이른바 ‘사법농단’ 폭로에 앞장선 진보 판사들은 권력에 장단을 맞추더니 우르르 여당 선수로 총선에 뛰어들거나 청와대로 직행했다. ‘청와대 빽’ 덕에 벼락출세한 실세 검사들은 부하에게서 “당신이 검사냐”는 소리를 들어도 정권의 심복을 자처한다.
 
권력의 시녀가 된 정치 검찰을 없애겠다고 다짐했던 게 이 정권이다. 그런데 법복 입은 정치 판사, 정치 검사가 더 차고 넘쳐난다. 법원과 검찰이 사유화되고, 삼권분립과 법치주의가 무너져도 죄다 벙어리다. 그런 길들이기를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이라는 고상한 이름으로 분칠한다. 권력에 빌붙은 판·검사는 윤석열의 존재가치를 차갑게 대비시키는 고마운 조력자들이다.
 
‘윤과의 전쟁’ 한복판에는 문 대통령이 있다. 측근의 방종과 일탈을 먼저 탓해야 한다. 법과 정의를 희롱하고,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무서운 분열의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촛불 타령으로 반대 세력을 궤멸하려는 보복을 멈추지 않는 한 윤석열 대망론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윤석열에게 진실 앞에 눈을 감고 문 대통령에는 충성하라고 강요한다면 파국을 향한 비극적 조력자로 가는 길이다.
 
“대통령 후보군에서 빼달라”는 게 윤석열의 요청이지만 세상이 그를 놓아줄지 잘 모르겠다. 권력의 무도한 질주를 막아선 윤석열의 고난 드라마에서 대리만족과 희열을 맛보는 국민이 늘고 있다. 누가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다고 했나.
 
고대훈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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