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방에서 15년째”…한국 '히키코모리'는 나가고 싶다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도있는 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우리도 늙을 텐데 10년, 20년 뒤엔 어쩌려고 그래. 번듯한 일은 안 해도 좋으니까 아르바이트라도 해보는 게 어떻겠니."

 

<제22화> 은둔형 외톨이
국내 은둔형 외톨이 중 70%가 20대
"원인은 천차만별, 빠른 진단·치료 필요"
대입·취업 놓치면 기회 드문 사회 영향도
"일본처럼 사회문제로 인정·지원해야"

15년째 은둔 생활을 하는 강모씨(37)가 부모님으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은 말이라고 해요. 강씨처럼 집에 머물며 바깥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일본에선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 한국에선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르지요.
 
이들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습니다. 2017년 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추산하면 국내 은둔형 외톨이는 약 32만 명 정도로 파악됩니다. 은둔형 외톨이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지난달엔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도 설립됐죠. 관련 단체를 찾아 상담을 받는 은둔형 외톨이 중 약 70%는 20대이기도 한데요.
 
청춘은 왜 방으로 들어갔을까요. 밀실팀이 한국의 히키코모리를 만났습니다.
 

"학교-집만 오가다 졸업 후엔 은둔 시작"

대인기피증 등으로 15년째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는 강모씨. [강모씨 제공]

대인기피증 등으로 15년째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는 강모씨. [강모씨 제공]

"13살 때 부모님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갔는데, 일부 아랍계 친구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어요. 그때부터 조용했던 성격이 더 내성적으로 변했던 것 같아요. 한국에 돌아왔더니 '벙어리냐'는 '일진'들의 괴롭힘이 이어졌고요."

 
은둔형 외톨이가 된 원인을 묻자 강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강씨가 처음부터 집에만 있던 건 아닙니다. 힘들었던 고등학교 생활을 마친 후 서울 소재 대학의 경영학과에 진학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친구를 사귀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학교와 집만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던 그는 대인기피증 탓에 병역을 면제받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엔 자연스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답니다. 강씨는 "무기력하게 인터넷만 하면서 두세달에 한번 외출하면 많이 하는 편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23살 무렵부터 본격적인 은둔 생활이 시작됐다고 해요.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원인은 다양하다고 해요. 20년간 은둔형 외톨이 300여명을 진료해온 여인중 동남정신과의원 원장은 “대인기피증, 우울증, 조현병, 사회적인 좌절 등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원인은 수백, 수천 가지에 이른다”고 설명하더군요.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밖에 나오지 않으면서 ▲경제적 생산성이 없고 ▲방 안에 갇혀있는 걸 괴로워할 경우 은둔형 외톨이로 진단한다고 해요. 원인은 다르지만 사회와 단절된 채 이를 괴로워하는 이들이란 설명입니다. 
 

한국 히키코모리 돕기 위해 온 일본인들

성북구 K2인터내셔널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오오쿠사 미노루 교육 매니져와 코보리 모토무 대표(왼쪽부터). 코보리 대표 역시 학창시절 히키코모리였다. 김지아 기자

성북구 K2인터내셔널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오오쿠사 미노루 교육 매니져와 코보리 모토무 대표(왼쪽부터). 코보리 대표 역시 학창시절 히키코모리였다. 김지아 기자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문제화됐습니다. 국내의 은둔형 외톨이를 돕기 위해 한국을 찾아온 일본인도 있는데요. 사회적기업 'K2 인터내셔널코리아(K2)'가 그들입니다. K2는 2012년부터 국내의 은둔형 외톨이 250여명을 만났지요.
 
지난달 23일 서울 성북구 사무실에서 만난 코보리 모토무 대표는 자신도 은둔 생활을 했다고 털어놓더군요. 그는 "15살 때 주변 도움으로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며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K2를 찾은 한국 은둔형외톨이들의 은둔 기간 분포. 10년이상 장기 은둔형외톨이도 다수를 차지한다. 그래픽=백경민 인턴

K2를 찾은 한국 은둔형외톨이들의 은둔 기간 분포. 10년이상 장기 은둔형외톨이도 다수를 차지한다. 그래픽=백경민 인턴

K2가 상담한 국내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통계를 보면 은둔 기간이 10년 이상인 사람이 전체 약 30%인데요. 코보리 대표는 "이 숫자는 한번 좌절한 사람들이 갈 곳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하더군요.
 
"한국은 명문대 진학 후 대기업 취업으로 이어지는 '성공의 길'에서 한번 벗어나면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은둔 생활도 길어진다는 게 그의 해석이죠. 코보리 대표는 "실제로 이곳을 찾은 이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기회가 없다'고 입 모은다"고 전했지요.
K2를 찾은 한국 은둔형외톨이들의 연령분포, 40,50대도 있지만 약 70%가 20대로 한국 은둔형외톨이 중에는 20대가 가장 많다. 그래픽=백경민 인턴

K2를 찾은 한국 은둔형외톨이들의 연령분포, 40,50대도 있지만 약 70%가 20대로 한국 은둔형외톨이 중에는 20대가 가장 많다. 그래픽=백경민 인턴

오오쿠사 미노루 매니저는 "한국에선 자식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강박이 심한데, 그 스트레스로 은둔형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오오쿠사 매니저는 한국이 은둔형 외톨이 현상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일본 내각부 자료를 보면 기초수급대상자로 전락한 히키코모리 1명에게 평생 들어가는 국가 예산이 1억 5000엔(15억원)에 이릅니다. 
 

"우리도 일본처럼 공론화 필요"

강씨는 “밤늦게 부모님이 흐느껴 우는 모습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고 밝혔습니다. 여전히 집 밖의 사회생활은 어렵지만, 어릴 적 외국에서 산 경험을 바탕으로 집에서 번역 일을 하고 있습니다.
 
취미 삼아 '은둔형 외톨이'란 이름의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강씨는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각자 잘할 수 있는 재택근무부터 찾아보길 추천한다"고 말하더군요.
 
강씨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일본처럼 공론화돼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는 "무턱대고 지원금을 달라는 게 아니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듯 재택근무 방법을 알려주거나 지속적인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했죠.
 

"10년 차 외톨이도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종로구 동남정신과의원에서 인터뷰 중인 여인중 원장. 1999년부터 은둔형외톨이환자들을 상담해온 여 원장은 2002년 세계정신과학회에서 최초로 은둔형외톨이 현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에서도 히키코모리는 정신병과 관련없는 단순한 사회현상으로 여겨졌다. 김지아 기자

종로구 동남정신과의원에서 인터뷰 중인 여인중 원장. 1999년부터 은둔형외톨이환자들을 상담해온 여 원장은 2002년 세계정신과학회에서 최초로 은둔형외톨이 현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에서도 히키코모리는 정신병과 관련없는 단순한 사회현상으로 여겨졌다. 김지아 기자

여 원장은 은둔형 외톨이는 '불치병' 같은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10년간 방에서만 생활하던 은둔형 외톨이가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걸 목격한 경험도 있다고 해요.
 
여 원장은 "지자체에서 독거노인 집을 방문하듯 은둔형 외톨이 집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사회로 이끌어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히키코모리가 되는 원인 중엔 우울증·대인기피증도 있기 때문에 정신과적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라고도 덧붙이더군요.
 
실제로 김재주씨는 12년간의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청산하고『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이란 책을 썼습니다. 김씨는 기자에게 은둔형 외톨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따뜻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흉악범죄가 발생하면 별다른 확인 없이 '범인이 히키코모리였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곤 하잖아요. 이런 식의 부정적인 시선이 사라진다면 이들이 방 밖으로 나오는 게 한결 쉬워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김지아·최연수 kim.jia@joongang.co.kr

관련기사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밀레니얼 실험실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