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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의 지방시대] 대구 518, 광주 228 버스…“달빛동맹 숙원은 동서 횡단 철도”

현대판 나제(羅濟)동맹 ‘달빛동맹’ 본격화 8년

광주 228 버스와 대구 518 버스는 달빛동맹의 한 상징물이다. 대구 2·28민주운동의 날짜를 딴 228 버스가 광주시 5·18 민주화 운동기록관에 들어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 228 버스와 대구 518 버스는 달빛동맹의 한 상징물이다. 대구 2·28민주운동의 날짜를 딴 228 버스가 광주시 5·18 민주화 운동기록관에 들어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8일 오전 11시쯤 광주광역시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옆 버스정류장. 5·18 현장에 이색적인 시내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네개 벽면을 ‘2·28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 글귀로 장식한 228 버스였다. 2·28은 대구시 고교생들이 1960년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불법 선거에 맞서 항거한 운동이다. 그해 3·15 마산 의거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버스에 올라타니 양쪽 창에 2·28 설명문이 붙어있었다. 운행은 지난해 5월 18일 시작됐다.
 

대구 2·28, 광주 5·18 민주화 운동
날짜 딴 시내버스 화합의 교차 운행
협력 조례화…상생 사업 34건 펼쳐
“달빛동맹은 통합과 균형발전 모델”

228 버스는 달빛동맹의 산물이다. 달빛동맹은 대구의 옛 지명 달구벌과 광주의 순우리말 빛고을 앞글자를 딴 두 도시 교류협력 사업이다. 2009년 의료 분야 공동 행사에서 처음 용어가 등장했고, 2013년 3월 교류협력 협약서 체결로 본격화했다. 228 버스는 1년 전 달빛동맹 민관협력위원회 회의에서 비롯됐다. 대구시가 지역에 518번 버스 노선이 있는 만큼 광주에 228노선을 만들어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공유하자고 제안하면서다. 광주시는 시민 동의 절차를 거쳐 기존 151번 노선을 228번으로 바꾸었다. 228 버스 운전사 정영복(63)씨는 “2·28 운동 광고와 설명문을 통해 이 버스의 의미가 시민들에게 점차 퍼지고 있다”며 “두 지역이 더 단결하고 화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버스 노선은 상징적이다. 4·19기념관-4·19역사관(광주고)-5·18기록관-국립아시아문화전당(옛 전남도청)을 지난다. 박부영(25·대학 졸업반)씨는 “자주 타던 151번 버스가 228번으로 바뀐 경위를 알게 돼 좋았다”며 “예전보다 동서 간 지역적 요소가 엷어졌고, 1주 전에는 친구와 함께 대구 여행도 다녀왔다”고 했다. 228 버스는 모두 10대로, 벽면에 2·28 글귀를 넣은 것은 1대다.
 
광주 228 버스와 대구 518 버스는 달빛동맹의 한 상징물이다. 518 버스가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을 지나는 모습. 오영환 기자

광주 228 버스와 대구 518 버스는 달빛동맹의 한 상징물이다. 518 버스가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을 지나는 모습. 오영환 기자

대구서도 2·28과 5·18의 교차는 이뤄지고 있다. 대구 518 버스가 시 한복판의 2·28기념중앙공원을 가로지른다. 518 번호는 1998년 버스 노선 개편 때 권역에 맞춰 부여됐다. 5·18과 관련은 없지만 228 버스 출범과 더불어 거듭났다. 운행 버스는 모두 17대로, 반월당-동성로 입구-2·28공원-중구청의 중심가를 관통한다. 최균 대구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은 “대구 518 버스와 광주 228 버스의 동행은 의미가 크다”며 “두 지역 시민의 발이 달빛동맹을 탄탄히 묶는 하나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엔 대구에서 두 지역 시내버스 노조 간부 90여명이 ‘버스 달빛동맹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대구 노조 김종웅 조직국장은 “당시 참석자들은 지역감정 해소 선언을 하고, 영호남 상생 협력의 의지를 다졌다”고 전했다.
 
228, 518 버스는 두 지역 간 하나의 징검다리다. 교류협력 사업은 전방위다. 사회간접자본(SOC), 경제산업, 민관 교류, 문화체육관광, 환경생태를 아우른다. 교류 프로그램은 한둘이 아니다. 아이디어도 번득인다. 두 지역 포크뮤지션의 모임은 달빛통맹(통키타동맹)이고, 청년 문화예술인의 행사 이름은 달빛소나기다. 소나기는 소통·나눔·기쁨을 줄였다. 두 지역 미혼남녀 만남 행사는 달빛오작교다. 청년들의 교차 방문을 통한 ‘달빛재회’는 미래의 버팀목이다. 상호 봉사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광주은행·대구은행의 농촌 활동, 두 지역 치과의사회의 무료 진료, 민간 자원봉사자 상호 방문 등등. 관광 마케팅도 협력한다. 두 시의 ㈔관광뷰로가 손잡고 넘나들이 여행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현재 두 지역 교류협력 사업은 34건에 이른다. 협력 확대에는 제도화가 한몫했다. 두 시는 2015년 각각 민관협력 추진 조례를 만들고 민관협력위(각 15명)를 구성했다. 현대판 나제(羅濟)동맹 얘기가 나올 만하다.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는 고구려가 남진하자 동맹에서 생존책을 구했다. 지금 수도권은 충청·강원까지 넘보는 거대 블랙홀이고, 남쪽 두 내륙도시는 사람·돈·산업이 빠져나가고 있다. 동서 화합과 연대는 상생의 길이기도 하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용섭 광주시장은 달빛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용섭 시장(오른쪽)과 권영진 시장이 지난해 4월 광주에서 228 버스를 시승하고 있다. [뉴스1]

이용섭 시장(오른쪽)과 권영진 시장이 지난해 4월 광주에서 228 버스를 시승하고 있다. [뉴스1]

달빛동맹의 의의와 비전은.
(권 시장)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지역 대립(동서 갈등)은 우리 사회의 과제다. 영호남이 이를 함께 인식하고 협력해야 낡은 유산이자 적폐인 동서 갈등을 해소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골고루 잘 사는 균형발전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절박함과 역사적 소명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달빛동맹이다. 지역 통합은 물론 남북 통합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이 시장) “지난 반세기 동안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동서 간 분열과 반목이 지자체와 시민 중심의 노력으로 해소되고 있다. 달빛동맹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1300만 영남과 520만 호남이 손잡고 함께 가면 정치 선진화도, 지역 균형발전도 다 이룰 수 있다.”
 
지금까지의 협력 사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 시장) “2009년 달빛동맹이 시작한 이래 광주와 대구는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매우 가까워졌다. 2차선의 88고속도로 시대를 마감하고 광주~대구 고속도로(4차선) 개통으로 이동 시간이 2시간 30분으로 단축됐다. 달빛동맹은 형제애로 빛나고 있다. 화재와 폭설 등 두 도시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서로가 앞장서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권 시장) “2013년 교류협력 협약 체결 이래 협력이 본격화하는 단계다. 민간 중심의 교류협력 확대로 정서적 벽과 지역 이기주의를 해소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때는 대구 시민 1000여명이 방문해 대회 성공을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달빛동맹을 국민 대통합의 선도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경제·정치동맹으로 협력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달빛내륙철도 구상

달빛내륙철도 구상

향후 역점 사업은.
(권 시장) “우리나라 도로와 철도망 대부분은 남북으로 뻗어 있다. 나라의 균형 발전을 위해선 끊어진 동서축을 연결해야 한다. 그 핵심이 대구~광주 간 달빛내륙철도 건설 사업이다. 영호남 10개 지자체를 통과하는 191㎞ 구간이 철도로 연결되면 1시간 이내 생활권이 되고, 영호남이 어마어마한 시장을 가질 수 있다[그래픽 참조]. 그러면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고 지방소멸 위기도 해소할 수 있다.”

(이 시장) “행정적 교류를 넘어 스포츠·문화·청소년 등 민간 교류를 확대해 영호남 간 물리적·정서적 거리를 줄여가겠다. 동서 간 접근성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내륙철도 건설과 더불어 경전선(慶全線·광주송정역~삼랑진역) 전철화 사업이 조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내륙철도 사업 규모는 약 5조원으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도전 요인은 무엇인가.
(이 시장) “수도권 중심 발전 전략으론 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달빛동맹이 지역 균형발전과 국민 통합의 동력이 돼야 한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이 목전의 이익을 위해 영호남을 여전히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는 것은 도전적 과제다. 앞으로 달빛동맹이 나라 경제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

(권 시장) “자치단체 간 협력 거버넌스 구축은 필수적이고,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지방을 바라보는 인식과 현실은 그렇지 않아 정말 아쉽다. 지방이 소멸하고 수도권만 살아남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지방 도시 소멸이 국가의 위기라는 점을 함께 인식했으면 한다. 달빛동맹 같은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서면 인터뷰)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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