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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ESS 화재 배터리 탓”에…업계 “세계 1~2위 불량으로 내모나”

ESS 화재 현장. [중앙포토]

ESS 화재 현장. [중앙포토]

정부가 지난해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의 원인을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결론 지었다. 업계는 즉시 ‘배터리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ESS화재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5건의 화재 중 4건은 배터리 이상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SS는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정부 조사단은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발화때 나타나는 용융(물체가 녹아 섞이는 현상) 흔적이 발견됐거나, 배터리 보호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기록 등을 종합해 결론을 내렸다. 특히 최고 충전율을 95% 이상으로 과도하게 운영하는 방식과 배터리 이상 현상이 합쳐져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신규 설비의 경우 충전율을 옥내 80%, 옥외는 90%로 낮추는 것을 의무화했다.
 ESS 화재사고 조사단이 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조사단, 5곳의 화재사고 조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SS 화재사고 조사단이 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조사단, 5곳의 화재사고 조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 “배터리가 아니라 정부 조사가 결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사단의 보고서를 보면 온통 ‘추정된다’, ‘(어떤 원인과) 결합하여’ 라는 표현이다“라며 ”정부 스스로가 화재 원인이 복합적이며 배터리 자체의 문제임을 확신할 수 없다고 드러낸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계 1·2위 배터리 기업들을 정부가 앞장서서 불량 배터리로 몰고 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물질 흔적 등 정부의 판단 근거가 화재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엔 모호한 점이 많고, 같은 배터리 제품이 해외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ESS 화재로 부진한 배터리기업 4분기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ESS 화재로 부진한 배터리기업 4분기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LG화학은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나도 화재가 배터리로 전이되면서 배터리 안에 용융 흔적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이 지적한 리튬 석출물(변질돼 침전한 물질)에 대해서도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음극과 양극 사이를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는 물질”이라며 “지난 4개월간 가혹한 환경에서 자체 실증실험을 한 결과 리튬 석출물이 배터리 발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삼성SDI는 조사단의 분석에 문제가 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삼성 SDI는 “조사단이 분석한 배터리 데이터는 화재가 난 현장이 아니라 다른 현장 표본에서 나온 데이터”라며 “A 장소에서 불이 났는데 B 장소에 가서 얻은 자료를 가지고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터리는 원래 가연성 물질이라 불이 붙은 것이지 불이 시작된 점화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해외선 왜 불 안나나…국내 시공·운용 환경 의심

업체들의 주장 가운데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해외에 판매한 ESS의 경우 화재사고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업계에서 “ESS가 쓰인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시공이나 관리·운용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국내에 설치된 ESS는 대부분 시공 업체가 배터리를 구매해 현장에 설치하는 방식이라 운용 경험이나 안전기준 구비 측면에서 해외보다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설치 환경도 해외에선 온도와 습도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전용 컨테이너 안에 ESS를 넣어 외부 충격이나 기온 변화에 대비하지만, 국내에는 조립식 가건물에 설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은 “문제가 된 중국 난징공장서 2017년에 제조된 ESS용 배터리가 해외 사이트 118곳에도 설치돼 있는데 해외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6일 “배터리가 화재 원인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지만,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난징산 배터리가 적용된 국내 ESS 사이트 250여 곳의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고 약 3000억원을 들여 비용도 자체 부담한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이미 ESS 화재 악재로 실적이 고꾸라졌다. LG화학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조46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지만, ESS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275억원 규모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SDI 역시 화재 확산을 방지하는 특수소화시스템 적용에 약 2000억원을 투입하면서 4분기 영업이익이 20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1.9% 급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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