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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창지개명(創地改名)된 동네이름, 바뀔까?

경기도 안성시의 가장 동쪽에 있는 지역의 이름은 '일죽면(一竹面)면이다. 이곳은 원래 죽산(竹山)군 남일·남이·북일·북이·제촌면 등 5개 면으로 이뤄져 있었다. '죽산군'은 1895년까지 인근 군·현(郡懸)들을 관할하던 죽산부(竹山府)가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이 지명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이에 조선총독부령 제111호에 따라 전국의 군·면이 통폐합하던 1914년 '죽산군'을 없앴다. 대신 이들 지역을 안성군으로 편입시킨 뒤 '죽일면(竹一面)'이라는 이름이 붙였다. 하지만 곧 민원이 제기됐다. '죽일'이라는 명칭이 "욕 같다"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되자 '죽일면'은 3년 뒤 '일죽면'으로 이름을 바꿨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 의해 '양수리'로 지명이 바뀐 두물머리. [사진 경기관광공사]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 의해 '양수리'로 지명이 바뀐 두물머리. [사진 경기관광공사]

 
경기지역 읍·면·동의 40%가 '일죽면'처럼 일제강점기 당시 변경된 지명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이 한국인 고유의 정서와 의식을 말살하기 위해 추진한 창씨개명(創氏改名·일본식 성과 이름을 갖도록 강요)이 땅 이름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른바 창지개명(創地改名)이다.
경기도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동아시아역사연구소가 2011년 발간한 '경기도 역사 지명사전'에 수록된 지명 변천사를 분석한 결과 경기도 398개 읍·면·동 중 160곳이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 의해 이름이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 경기도]

[자료 경기도]

 
가장 많은 유형은 두 지명에서 한 자씩 선택해 합친 '합성지명'이다. 121곳이나 된다. 대표적인 곳이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이다. 과거 이름은 둔서촌, 양현리, 통로동 등이었는데 한 글자씩 따 서현동으로 변경했다.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화성시 매송면 등도 두 곳 이상의 지명을 합성해 만든 지명이다.

순수 우리말 지명을 한자어로 바꾼 곳도 있다.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의 옛 이름은 '두물머리'다. 하지만 일본은 '두 양(兩)'에 '머리 수(首)'를 써 '양수리(兩首里)'라는 이름을 붙였다. 
부천시 심곡동도 먹적골, 벌말, 진말을 병합하면서 심곡동(深谷洞)으로 바꿨다. 심곡은 원래 토박이말로 '깊은 구지(파인 곳)'라는 뜻이다.  
일본이 식민 통치의 편의를 위해 숫자나 방위, 위치를 사용한 지명도 29곳이나 됐다. 광주시 중부면과 연천군 중면이 대표적이다. 두 지역 모두 '위치가 지역 중앙에 있다'는 이유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자료 경기도]

[자료 경기도]

 
경기도는 일제 잔재 청산과 지역의 역사성·정체성 회복을 위해 현재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행정구역 명칭 변경 의사 여부를 수렴하고 있다. 명칭 변경을 원하는 곳이 있으면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통해 고유한 행정지명 복원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읍·면·동이나 기관 이름 등은 상위 지자체의 조례 개정으로 이름을 바꿀 수 있다.
실제로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초림역과 백궁역은 주민 등의 요구로 '수내역'과 '정자역'으로 이름을 바뀌기도 했다.
 
지자체 이름이 바뀌는 일도 있다. 이럴 경우는 행정안전부 승인과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와 국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의왕시는 2007년 일제가 마음대로 바꿨던 한자 명칭을 '儀旺市'에서 '義王市'로 복원했다.
인천 미추홀구는 방위가 들어간 지명을 바꾼 사례다. 미추홀구의 과거 이름은 '남구'다. 1968년 구획될 당시 남쪽에 있다는 이유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지역 특색이 없다는 지적에 지자체가 나서서 지명 변경을 추진했고 2018년 7월부터 '미추홀구'가 됐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아직 낯설어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구는 2018년 7월 기존 방위 개념이던 '남구'라는 지명을 '미추홀구'로 바꿨다. [사진 미추홀구]

인천 미추홀구는 2018년 7월 기존 방위 개념이던 '남구'라는 지명을 '미추홀구'로 바꿨다. [사진 미추홀구]

그렇다고 지명 변경을 추진했던 지자체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주민 반대에 부딪히거나 의회에서 동의를 얻지 못해 흐지부지되는 일도 많다. 인천 동구도 미추홀구와 함께 이름 변경을 추진했지만, 구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명 변경을 추진했던 한 지자체 관계자도 "단체장이 나서서 의욕적으로 추진해도 '몇십년 사용한 익숙한 명칭을 왜 바꾸냐?'며 반대하는 주민이 많으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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