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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팠던 우리 1960년대 떠올린 선상의 라오스 아이들

기자
조남대 사진 조남대

[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12)



12일 차, 보트로 태국 국경으로 이동
6시경 눈을 떴다. 밖을 보니 아직도 어둡다. 여기저기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참 오랜만에 들어본다. 우리 숙소는 강변 높은 데 있어 강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포구에는 배가 10여 척이 정박해 있다. 강폭은 200m 정도 되어 보인다. 지도를 보니 조금 더 올라가면 메콩강을 건너가는 다리가 있는 것 같다.
 
숙소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우리 숙소에서 함께 묵은 관광객 16명이 미니버스를 타고 8시에 출발하려고 했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운전사는 바퀴가 움직일 때 시동을 걸면 된다며 내려서 좀 밀어 달란다. 10여 명이 뒤에서 밀자 버스가 움직이는 사이 시동을 켜자 엔진이 걸린다. 선착장까지는 5분 거리다.
 
중간 기착지인 빡벵에서 보트를 타는 관광객들. [사진 조남대]

중간 기착지인 빡벵에서 보트를 타는 관광객들. [사진 조남대]

중간 기착지인 빡벵 선착장 부근에 있는 멋진 빌라촌.

중간 기착지인 빡벵 선착장 부근에 있는 멋진 빌라촌.

 
배는 예정보다 20분 늦은 8시 50분에 출발했다. 선착장을 조금 벗어나자 산 중턱 강변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빌라촌이 보인다. 이런 오지에 멋진 빌라촌이 있다니 부럽다. 이곳에서 얼마 동안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배는 어제 우리가 타고 왔던 배다. 해가 벌써 떴을 시각인데도 안개가 잔뜩 끼어 있어 보이지 않고 산 중턱 윗부분은 안개가 자욱하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어제와 같은 속도로 달린다. 강변 양쪽으로 도로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어제보다는 덜 오지인 모양이다. 오늘 탄 승객 중에는 아주 얼굴이 검은 주민도 보인다. 머리칼은 직모인데 얼굴색은 흑인처럼 검다.
 
순희 씨는 장기간 여행을 많이 다녀본 경험으로 이번 여행을 오면서 집에 소지하고 있던 액세서리를 많이 가지고 왔다. 여행을 다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주민이나 어린아이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배의 앞부분에 현지 아이들이 많이 타고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 액세서리를 나누어 준다. 다들 너무 좋아한다. 지저분한 아이들은 코도 닦아 준다. 많은 여행 경험에서 나온 것이지만 마음 씀씀이가 예쁘다.
 
무거운 짐을 진 어머니와 뒤따라 오는 아들 3명.

무거운 짐을 진 어머니와 뒤따라 오는 아들 3명.

현지 어린이들과 이야기하는 서양 관광객.

현지 어린이들과 이야기하는 서양 관광객.

 
우리 배에 탄 라오스 오지마을 아이들은 티셔츠만 걸치고 바지를 입지 않고 벌거벗은 채로 다닌다. 입은 옷도 때가 꼬질꼬질하다. 아무런 장식이나 멋 부리는 것도 없다. 집에서 지내던 모습 그대로 외출한 것 같다. 3~4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인데도 셔츠만 하나 걸치고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배가 마을에 잠깐 멈추자 초등학교 여학생 9명이 탔는데 이들은 아이들과는 전혀 다르게 유행의 첨단을 걷는 옷차림이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아이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절반 이상 탄 배라 수줍어서 그런지 조심스럽게 들어와 뒤쪽에 자리를 잡는다. 시골의 순수한 아이들 모습 그대로다.
 
배는 손님이 있으면 마을마다 들러 태운다. 강변의 아주머니는 큰 짐을 들고 아이 세 명을 데리고 배를 기다린다. 접안 시설이 없어 배를 정박시키기도 어렵다. 젊은 여인이 맨발로 비에 젖은 비탈진 곳으로 큰 짐을 들고 오자 선원이 배에서 뛰어 내려 나머지 짐과 아이들을 배에 태운다. 7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는 3살쯤 되는 자기 동생을 넓은 끈으로 둘러업고 배를 탄다. 5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형 뒤를 따라서 온다.
 
아버지는 뭐 하는지 엄마가 세 명의 자녀를 데리고 큰 짐을 들고 배를 탄다. 아마 돈을 벌기 위해 일하러 갔으리라 생각된다. 안쓰럽고 측은해 보인다.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본 경희는 이들이 불쌍해 보였던지 눈물을 훔친다. 이들은 꾸미고 다듬을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60년대도 이런 모습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배불리 먹지 못했다. 고구마와 감자로 한 끼를 때우기도 했고, 밥의 양을 많게 하려고 무를 썰어 넣고 밥을 짓기도 했다. 솥 바닥에는 보리쌀을 깔고 윗부분에 쌀을 조금 얹어 밥을 하면 아버지만 쌀밥을 좀 담아 드리고 나면 90%가 보리밥이다. 제사 때나 흰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춘궁기가 되어 곡식이 떨어지면 동네 부잣집에서 곡식을 빌려 먹은 후 추수 때 이자를 포함해 갚았다. 학교에서는 미국의 원조를 받은 옥수수빵과 끓인 우유를 먹었는데 그 빵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젊은 아버지가 5살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데리고 탄다. 아버지는 슬리퍼를 신었지만, 아들은 맨발이다. 진흙이 묻은 슬리퍼를 강물에 씻어 들고 배를 탄다. 나들이를 그냥 맨발로 다니는 모양이다. 배를 탄 사람들이 낯선 관광객이라서 그런지 수줍은 모습으로 맨 뒤로 간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 단군 이래 처음으로 배고픔을 면했을 뿐 아니라, G20에 포함될 정도로 성장했다. 지도상에 잘 표시도 안 될 정도로 조그만 나라였다. 우리의 아버지와 형님 세대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습기를 머금은 강바람을 맞으며 거슬러 올라가니 좀 쌀쌀함을 느낀다. 그저께 저녁 야시장에서 돼지고기와 차가운 맥주를 마셨더니 어제부터 배가 살살 아프면서 설사를 한다. 돼지고기에 찬 맥주가 나에게는 최악의 배합이다. 심한 설사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메콩강을 오가는 각종 배.

메콩강을 오가는 각종 배.

훼이싸이 부근 라오스와 태국을 오갈 수 있는 국경다리.

훼이싸이 부근 라오스와 태국을 오갈 수 있는 국경다리.

 
강폭은 계속 200~300m 정도다. 오늘 우리 배는 어제보다는 조금 적은 50여 명 정도를 태우고 라오스와 태국의 국경 마을인 훼이싸이로 가고 있다. 배를 탄 현지인들은 대부분 3~4살 먹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1시 반이 지나자 그들은 비닐봉지에 담아온 밥을 지저분한 손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인다. 위생 관념은 전혀 없어 보인다.
 
1시가 지나자 컵라면 3개를 사서 나누어 먹었다. 라오스 라면도 먹을 만하다. 조금만 더 가면 태국과의 국경 지역이다. 국경에 도착하면 라오스 돈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꽤 큰 액수의 금액인데도 남은 돈을 몽땅 배 안에 있는 가게로 가져갔지만, 스틱 커피 1개만 준다.
 
배의 앞쪽 3분의 1은 전철 좌석처럼 서로 마주 보면서 무대처럼 좀 높다. 아이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면 뒤에 앉은 승객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한다. 비눗방울 놀이로 배 안의 승객이 하나로 된다. 아이들이 재밌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지겹지 않게 강변을 달린다. 긴 시간을 여행할 때는 먹을 것이나 놀이 기구를 가지고 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루앙프라방에서 치앙마이까지 비행기로는 1시간 거리로, 요금은 160달러다. 그러나 배로 가면 루앙프라방에서 훼이싸이(빡벵 경유)까지 25만 킵(1달러는 8500 킵으로 3만5000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배 타고 가는데 만 2일이 걸리고, 훼이싸이에서 또 치앙마이까지는 버스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즉 1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이틀하고 반나절이나 걸려 가는 것이다. 시간을 허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진정한 배낭여행의 진수를 맛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태국과 국경을 접하는 곳에 오자 배는 태국 국경 쪽 강변으로 달린다. 라오스 쪽은 넓은 평야 지대다. 강폭도 600~700m 정도로 엄청나게 넓어졌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자 양쪽 모두 넓은 평야 지대가 나타난다. 태국 쪽도 저 멀리 아득한 곳까지 넓은 평야가 펼쳐졌다. 메콩강이 양쪽 평야의 젖줄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틀동안 보트를 타고 라오스 훼이싸이 선착장에 내린 일행.

이틀동안 보트를 타고 라오스 훼이싸이 선착장에 내린 일행.

이틀동안 보트를 타고 훼이싸이 선착장에 내린 관광객들.

이틀동안 보트를 타고 훼이싸이 선착장에 내린 관광객들.

 
보트를 타고 달린 지 7시간을 지나자 그 넓던 강폭이 산으로 둘러싸여 또 좁아진다. 양쪽으로 도로가 있고 저 앞에는 태국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보인다. 오늘 저녁에는 훼이싸이에서 자고 내일 저 다리를 건너 태국으로 건너갈 것이다. 메콩강 중앙으로 양국의 국경이 나누어져 있지만 그렇다고 배가 강의 중앙을 넘어가면 안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저녁 5시 반 경에 훼이싸이에 도착했다. 이틀 동안 하루 9시간씩 18시간 동안 배를 탔다. 부두에 도착해 19달러에 방 2개를 예약했다. 썩 좋은 방은 아니지만, 하룻밤 지낼만하다. 방을 잡아놓고 중심가로 가는 길에 쌀국수집에 들러 식사를 하고 시내로 나갔다. 시내 음식점과 각종 카페에 외국 관광객이 붐빈다. 여행사에 들려 내일 치앙마이로 가는 차편을 알아보니 오전에 출발하는 버스는 빈 좌석이 세 자리밖에 없어 오후 4시에 출발하는 미니밴을 1인당 14달러에 예약했다.
 
다시 숙소 주변 야외카페로 와서 맥주와 스무디를 먹으며 내일 일정을 논의했다. 시원한 카페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이국적인 분위기에 젖어 본다. 이틀 동안 배를 타고 여행을 했더니만 나른한 피곤이 몰려온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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