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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곽경택, 남편 정지우···봉준호와 오스카 기적 일군 곽신애

'기생충'의 제작사 곽신애(51) 대표. [뉴스1]

'기생충'의 제작사 곽신애(51) 대표. [뉴스1]

 
“되돌아보면, 그 때 인생이 영화로 넘어온 게 아닐까 싶은 시기와 장소가 있어요.”

‘기생충’ 주역 ? 제작자 곽신애 대표
봉준호 감독과 의기투합 '오스카 기적' 일궈
키노 기자 출신…"감독과 같은 시선 공유"
아시아여성 프로듀서로 작품상 후보 1호


 
영화 ‘기생충’의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첫머리다. 오는 9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을 앞두고 미국 전역에서 이어지는 각종 영화제‧시상식에 참가하던 중 소회를 썼다. 곽 대표 본인도 ‘기생충’의 공동 프로듀서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오스카 작품상 후보 부문에 이름이 올라 있다. 아시아 출신 프로듀서의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며, 특히 아시아 여성은 곽 대표가 처음이다.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기생충' 제작진이 함께 모였다. 왼쪽부터 송강호, 이정은,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작가 한진원,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기생충' 제작진이 함께 모였다. 왼쪽부터 송강호, 이정은,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작가 한진원,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그가 꼽은 ‘인생이 영화로 넘어온 시기와 장소’는 1993년에서 94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의 런던이다. 95년 5월에 창간한 영화잡지 키노(KINO) 합류를 앞두고 나름의 ‘영화 연수’를 떠난 것. 파리‧베를린을 넘나든 이 3개월 간 그는 노트 1페이지당 1편씩 제목, 감독이름, 관람이유, 감상평을 기록하며 약 200편의 영화를 봤다고 한다. 그런 ‘시네필’로서의 훈련이 지난해 한국영화 100주년을 가장 빛낸 ‘기생충’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한국영화 첫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2일 열린 ‘2020 영국 아카데미상(BAFTA)’ 시상식에서 오리지널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을 안았다. 곽 대표의 런던 방문은 26년 만에 처음이었다.
 

키노 기자 때부터 ‘봉준호 색깔’ 좋아해 

영화잡지 ‘키노’ 기자로 출발한 그는 오빠가 ‘친구’의 곽경택 감독, 남편이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인 ‘영화인 가족’이기도 하다. 실은 ‘키노’에서 만 2년 일하고 퇴사한 이유도 정 감독과의 결혼 때문이었다고 한다. 앞서 그가 영화전문지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취재하다 만난 정 감독과 연애하는 동안 오빠인 곽 감독이 단편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그는 “영화기자로서의 순수성을 더 이상 지킬 수 없을 것 같아 결혼과 동시에 ‘키노’를 퇴사했다”고 우스개처럼 밝혔다. 이후 영화 홍보대행사 ‘바른생활’과 제작사 ‘청년필름’‘신씨네’ 등을 거쳐 2010년부터 바른손에서 일하다 2013년 대표로 선임됐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봉 감독은 키노 기자로 일할 당시 그가 좋아하던 색깔의 감독이었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후 매체 인터뷰 때 그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칸 영화제) 경쟁부문은 당연히 간다’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25일(현지시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가 시상대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동안 봉준호 감독과 제작자인 곽신애 대표가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5월 25일(현지시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가 시상대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동안 봉준호 감독과 제작자인 곽신애 대표가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15장 분량의 '기생충' 시놉시스를 보여준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며 시놉시스를 줬는데 단 15장만으로도 좋았다. 그냥 시작부터 끝까지 좋았다. 물론 팬심에서 생긴 작품에 대한 호감도도 높았겠지만 '기생충'이라는 발상부터가 신기했다. 마치 '기생충' 속 기정(박소담)이 연교(조여정)에게 '어머니, 저와 함께 이 검은 상자를 열어보시겠어요?'라고 말하는 기분이었다.”
 
그 자신이 ‘기생충’ 태동부터 팬심을 지녔던 제작자인 셈이다. 실제로 그는 영화를 “현재 구현할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처음부터 전 세계에 보여질 것이 예상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 어느 나라 수준에서 보아도 영화의 만듦새나 상영포맷 등 퀄리티에 문제가 없는 영화였으면 했다”는 이유다. 봉 감독도 제작과정에서 “4K(초고해상도) 촬영, 애트모스 녹음, 과감하고 정교한 세트 등 프로덕션 밸류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있었다”고 만족해했을 정도다. 다행히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과도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시나리오 보는 순간 "세계로 갈 작품"

‘기생충’ 제작자로 나선 것은 어느 정도 운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봉 감독은 앞서 ‘마더’(2009)를 바른손 측과 함께 한 바 있었지만 곽 대표 취임 이후로는 연이 닿지 않았다. ‘옥자’(2017)를 해외 스튜디오와 함께 했던 봉 감독은 다음 작품을 국내 제작사, 특히 바른손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의향을 보였다. 곽 대표는 당시 제작자로서 경험이 ‘가려진 시간’(2016, 감독 엄태화)뿐이었던 ‘초짜’였다. 2015년 당시 그가 처음으로 봉 감독과 연락하게 됐을 때 보낸 문자는 “작품에 폐가 될까봐 너무 두렵지만 설레기도 합니다”였다고 한다.  
 
이같은 태도는 그가 영화 경력을 영화전문지 ‘키노’ 기자로서 출발한 것과도 연관된다. 연출자를 비지니스로만 대하는 게 아니라 예술가로, 작가로 대하는 마음이 바탕에 깔린 것이다.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봉 감독은 영화 편집본을 처음 보여주면서 “제작자로 말고 전직 ‘키노’ 기자로 영화를 본 소감을 얘기해 달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곽 대표는 “같은 시선과 문화를 감독들과 공유한다는 건 제작자로서 이례적인 경우가 아닐까 싶다”고 회고했다.
 
아카데미 측이 지난달 28일 공식 SNS에 "올해의 오스카 후보들과 만나보세요"라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영화인들 사진을 게재했다.  '기생충'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가 맨 앞줄에 앉았고, 봉 감독은 오른쪽 지점에 서서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아카데미 측이 지난달 28일 공식 SNS에 "올해의 오스카 후보들과 만나보세요"라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영화인들 사진을 게재했다. '기생충'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가 맨 앞줄에 앉았고, 봉 감독은 오른쪽 지점에 서서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 때 봉 감독은 외국어영화상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주연인 송강호 배우와 함께 곽 대표의 헌신에도 감사를 표했다. "5년 전부터 함께 이 영화를 구상하고 고민해온 곽신애 대표에게도 박수를 보낸다”고 했을 때 곽 대표는 객석에서 일어나 참석자들의 환호에 답했다. 26년 만에 방문한 런던 곳곳에서 ‘기생충’ 상영을 알리는 포스터를 보면서 아이처럼 부푼 심정을 페이스북에 쓰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산타 바버라 필름페스티벌’ 도중 열린 ‘프로듀서 토크’에서 ‘인생을 바꿔놓은 영화를 말해 달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25세 겨울 3개월에 몰아본 클래식 영화들 200편’을 꼽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아, 어쩌면 ‘기생충’도 훗날 클래식영화로 남을 수도 있겠구나. 내가 그런 영화의 제작가가 되었구나 생각이 들어 감격스럽답니다.”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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