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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장미마저 울렸다···"꽃값 4분의1토막, 갈아엎었다"

4일 경남 밀양 한 장미 농가에서 폐기될 장미꽃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4일 경남 밀양 한 장미 농가에서 폐기될 장미꽃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거베라 1단(10송이) 경매가가 1000원이에요. 지난해 4000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1/4 가격입니다. 화훼농사를 지은 지 40년째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5일 부산화훼공판장서 거베라 1단 1000원에 거래
전년대비 25% 수준…“3000원은 되야 고정비 충당”
경매 유찰 우려해 꽃 갈아엎는 농가 속출

부산 강서구에서 화훼 농사를 짓고 있는 김윤식씨는 5일 부산 화훼공판장을 찾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를 체감했다. 김씨는“그나마 나는 팔기라도 했지 유찰돼 도로 꽃을 들고 가는 농가가 많았다”며 “장례식장용 국화 정도만 거래되고, 장미·카네이션·거베라 등 행사용 꽃은 거의 안 팔린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거베라 1단 가격이 3000원은 돼야 그나마 난방비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면 꽃 생산을 포기하는 게 낫다”며 “나무가 죽지 않을 정도만 난방해서 3월까지 버틸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소 거베라 비닐하우스 난방온도는 18~20도에 맞추지만, 현재 10도 가까이 낮췄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꽃을 피워서 따는 것 자체가 손해”라며 “신종 코로나 여파가 최소 3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꽃 농사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로 졸업식과 입학식 등 행사 취소가 잇따르면서 꽃값이 폭락하고 있다. 농협 부산 화훼공판장에서 장미꽃 1단 경매가격은 4일 기준 4000~6000원으로 전년(1만2000~1만5000원) 대비 60%가량 폭락했다. 
 
안개꽃 역시 지난해 1단에 1만5000~2만5000원이었지만 4일 기준 6000~8000원에 경매되고 있다. 부산·경남 화훼원예농협 경제사업장 관계자는 “꽃 수요가 대폭 줄어 1월에 경매된 물량이 2월로 이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물량은 쌓이는데 수요가 대폭 줄어 꽃값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상인이 꽃을 정리하고 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졸업식과 입학식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면서 화훼농가와 관련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뉴스1]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상인이 꽃을 정리하고 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졸업식과 입학식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면서 화훼농가와 관련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뉴스1]

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일 장미 출하량은 4만2684단으로 2508단이 유찰됐다. 출하량의 6%가 유찰됐다. 안개꽃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날 안개꽃 출하량은 6239단으로 372단(6%)이 유찰됐다. 김씨는“신종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는 상황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유찰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꽃값 폭락으로 생산한 꽃을 폐기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경남 밀양에서 장미 농사를 짓고 있는 강모씨는 지난 4일 장미 1500단을 폐기했다. 강씨는“공판장에 들고 나갔다가 한번 유찰되면 폐기해야 한다”며 “공판장에 꽃을 들고 나가는 인건비라도 아낄 요량으로 장미꽃을 갈아엎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여파가 3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화훼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산 화훼자조금협의회에 따르면 화훼농가의 경우 900평 단위로 농사를 짓는다. 거베라의 경우 1년에 평당 10만~15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연간 4600만원 정도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김씨는“거베라가 전년 대비 1/4 가격으로 거래되는 상황이 지속하면 올해에는 2000만~3000만원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며 “40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말했다.  
 
화훼 농사의 시름이 깊어지자 한국절화자조금협의회는 소비 진작을 호소하고 나섰다. 한국절화자조금협의회 관계자는 “협의회 자조금 2000만원과 농협중앙회 지원금 1000만원을 받아 꽃소비 활성화를 위한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며 “화훼농가의 어려움을 국민들이 함께 나눈다는 생각으로 생활 속에서 꽃을 소비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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