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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속풀이 처방] 걱정, 그 귀찮은 존재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누군가가 걱정을 하면 ‘걱정도 팔자다’ 하면서 은근히 빈정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그렇게 말하는 당사자는 걱정 없이 사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신자 중에는 걱정은 믿음이 약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치 자신은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다 알아서 해주시기에 아무 걱정 없는 것처럼.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자기 기도가 안 들어진다 싶으면 바로 하느님을 버린다. 왜 자기 걱정을 해결해주지 않느냐고. 걱정은 해도 머리 아프고 안 해도 머리 아픈 놈이다.
 

걱정 생기면 하는 게 걱정
그땐 아무 것 하지 말기를
‘인생엔 늘 변수’ 인정하고
자기 감정 맘껏 표현하길

우리 인생길에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걱정, 이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이 달라진다. 걱정을 해결하는 첫 번째 방법.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걱정거리가 생기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강의 중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기도하거나 친구에게 상담하거나 혹은 점집을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정답은 "걱정”이다. 걱정거리가 생기면 우리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걱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을 던진다. “걱정할 때 마음이 어떤가요?” “불편합니다.” “걱정하면 답이 나오던가요?” “안 나와요.” “그런데 왜 걱정을 하세요. 마음도 불편하고 답도 안 보이는데.” “그러게요.” 다들 갸우뚱한다. 걱정의 난센스다.
 
걱정을 해도 답은 안 보이고 머리만 아픈 것은 마음의 구조 때문이다. 작은 걱정들은 답이 바로 보인다. 저녁 반찬으로 뭘 할까, 내일 어떤 영화를 볼까, 누구를 만날까 등은 조금만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그러나 큰 걱정들은 다르다. 사업이 어떻게 될까, 아이가 대학에 붙을까 등은 쉽게 답이 안 나오고 머리만 아프다. 왜냐하면 생각은 의식이 하는 것인데 의식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즉 큰 걱정거리는 의식이 감당할 수가 없어서 답은 안 보이고 머리만 아픈 것이다.
 
속풀이처방 2/6

속풀이처방 2/6

이런 때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종교인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기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아무것도 안 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의식을 쉬게 하면 무의식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골똘히 생각하다가 머리를 식히려고 산책을 했을 때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바로 의식이 쉬고 무의식이 가동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걱정이 클수록 걱정하지 말고 쉬라고 하는 것이다.
 
어니 젤린스키는 『느리게 사는 즐거움』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 30%는 과거에 이미 일어난 일, 12%는 건강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 10%는 사소한 일, 8%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96%는 불필요한 걱정들이고 4%가 그럴듯한 걱정이라고 한다. 몸을 쉬게 해주면 서서히 불필요한 걱정들은 떨어져 나간다.
 
그런데 이 방법은 자아가 강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아가 약해서 걱정이 생기면 안달복달하는 사람들은 하기 어렵다. 이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있다. 첫 번째는 몰아서 걱정하기. 대개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온종일 걱정하다가 밤에는 초주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차라리 하루 삼십 분 정도 몰아서 한꺼번에 해버리고 나머지 시간은 걱정하지 않는 게 효율적이다.
 
이렇게 해도 걱정은 거머리처럼 달라붙으려고 한다. 이럴 때 사용하는 방법은 쫓아내기다. 서양에서는 ‘GET OUT 요법’이라고도 하는데 마치 불청객 대하듯이 내쫓는 것이다. “나가!”라고 소리치면 정말 거짓말처럼 걱정스러운 생각들이 사라진다.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해도 쉬이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가 부족해서 그렇다.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인생길에서 변수가 발생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모든 일이 법칙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할수록 걱정을 내려놓지 못한다. 경제학자 갤브레이스가 토로했듯이 사람의 인생 자체가 변수의 연속인 게 현실이다.
 
그런데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끊임없이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는 “건강한 사람들은 긴장의 감소보다 더 많은 긴장을 원한다. 판에 박힌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경험을 찾는다”라고 설명했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걱정만 하는데, 이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아가 가슴을 열게 해야 한다. 자기감정을 마음껏 표현함으로써 심리적 근육, 감정의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감정 일기를 쓸 것을 독자들에게 함께 권해 본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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