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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의 시선] 4·15 총선 읽기

이정민 논설위원

이정민 논설위원

전문가들은 선거를 좌우하는 세가지 요소로 대통령 지지율, 선거 구도, 민심(시대정신)을 꼽는다. 건국 이래 20차례 치러진 총선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집권 중반을 전후해 치러지는 총선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 이럴 경우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고전한다.
 

시대정신 간파하는 정당 나오면
총선도 대선 못잖은 파장 일으켜
무당층 기권땐 현 정치구도 유지

선거 파장이 대선급이었던 총선이 몇번 있었다. 극적 반전으로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바꿨던 경우다. 10대(1978년), 12대(1985년), 14대(1992년) 총선이 그랬다. 보수정권이 집권하던 시절이다. 16대 (2000년)총선에선 야당 한나라당이 집권 민주당을 상대로 133석 대 115석으로 승리해 정국을 요동치게 했다.
 
10대 총선은 박정희 유신정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폭발한 선거였다. 집권 공화당(득표율 31.7%)은 친위 세력인 유정회(국회의원 77석) 도움 등으로 의석의 우위는 지켰지만 득표율에서 제1야당인 신민당(32.8%)에 1.1%를 졌다. 결국 이듬해 10·26이 일어나면서 유신체제 몰락으로 이어졌다.
 
신한민주당 돌풍을 일으킨 12대 총선은 야권의 두 거목 김대중·김영삼을 정치규제로 발묶은 상황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두 정치9단은 대리인을 내세워 판을 뒤집었다. 여당인 민정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지역구 득표 1위 정당이 비례대표 3분의 2를 차지하는 선거법), ‘민정당 2중대’라는 비난을 받으며 선명야당 노릇을 포기했던 제1야당 민한당을 외면한 민심을 공략했다. 총선을 보름 앞두고 창당된 신한민주당은 서울에서 출마자 전원을 당선시켰다. 그야말로 돌풍이었다. 민한당은 와해됐고, 신한민주당이 103석의 제1야당으로 우뚝섰다. 여기서 나타난 민의는 전두환 5공 정권이 직선제 개헌(6·29선언)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14대 총선은 여권의 분열과 야권의 통합이란, 좀체로 볼수 없는 구도로 진행됐다. 여소야대의 13대 총선 결과를 3당 합당으로 뒤집고 200석을 넘겼던 공룡 민자당은 개헌선(180석) 확보를 장담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과반에 모자라는 149석에 그쳤다. 당내 계파 갈등으로 비주류에 대한 공천 학살이 벌어지자 탈락 후보들이 통일국민당과 무소속으로 출마해 보수표를 분산시켰다. 반면 야당은 신민주연합과 꼬마민주당이 연합해 민주당 단일 대오로 뭉쳐 골리앗을 쓰러뜨렸다.
 
70일 남은 4·15총선은 어떤 선거로 기록될 것인가. 민주당은 적폐세력 심판을, 한국당은 무능정권 심판을 내세우고 있다.
 
여론조사의 종합적 신뢰도가 점점 떨어져가는 상황이긴 하지만, 한국갤럽 조사(1월 28~30일)에 따르면 2주전에 비해 대통령의 지지율은 45%에서 41%로, 민주당 지지율은 39%에서 34%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한국당 지지율(22%→21%)은 오르지 않는다. 무당층이 27%에서 33%로 덩치를 키우고 있을 뿐이다. 국민 10명중 3명이 여야의 기득권 정당에 등돌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국 사태에 이은 검찰 개혁 파동, 잇단 인사 실패, 곤두박질치는 경제 같이 어둡고 답답한 터널을 지나는 국민에게 정치권은 여야할 것 없이 무능과 독선, 기득권 지키기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결과다.
 
정치에 실망한 무당층이 투표장에 가지 않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견고한 지지층만 투표하는 상황이 되면 현재와 별반 다를바 없는 구도가 유지될 것이다. 정치는 지금과 큰 변화가 없게 된다. 21대 국회가 20대 국회와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 된다면 국민을 고통스럽게 할 뿐이다.
 
유권자의 표심은 안개속에 가려져 있지만, 그 안에는 변화에 대한 갈망이 잉태돼 있다. 이 정치적 갈망은 ‘시대정신’을 간파, 흐름을 짚어낼줄 아는 정당과 정치인과 만날 때 예상을 깨고 메가톤급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이변을 낳았던 앞선 몇차례의 선거처럼 정치를 질적으로 변환시킬 것이다.
 
지금 여의도는 인재 영입 경쟁이 뜨겁다. 그런데 시중의 반응은 거의 무관심에 가깝다. 폄하하는 것은 아니나 지난 선거에서 영입 인사들이 일회용으로 소모된 다음 폐기되는 것을 거듭 목격했다. 인재 영입은 당권파들의 내 사람, 내 세력 늘이기를 위한 쇼라는 것을 이제는 다 안다.
 
이벤트에 몰두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은 놓치거나 방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대표적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사태를 대하는 여야의 자세는 놀라우리만큼 소극적이거나 무지하다. 국민에게 절실한 문제는 이런 것들일 테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생명은 안전한지, 경제는 튼튼한지, 외교와 국방을 믿고 맡길 수 있는지, 그리고 번영된 대한민국이 유지될 것인지… 이런 문제에 답하는 게 시대정신이다.
 
이정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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