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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홈즈’ 서울 16만 가구…땅이 없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내곡 나들목 인근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허허벌판에 드문드문 비닐하우스가 눈에 띈다. 서울에 훼손된 3등급 이하 그린벨트는 2899만㎡에 이른다. 염지현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내곡 나들목 인근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허허벌판에 드문드문 비닐하우스가 눈에 띈다. 서울에 훼손된 3등급 이하 그린벨트는 2899만㎡에 이른다. 염지현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내곡 나들목(IC)에 이르자 빌딩 숲이 사라졌다. 도로 옆으로 나지막한 산에 둘러싸인 농촌 풍경이 펼쳐졌다. 헌인릉 입구 삼거리에서 인릉산 방향으로 10분가량 들어가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표지판이 나타났다. 그 뒤로는 허허벌판이다. 드문드문 농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눈에 띄었다.
 

그린벨트·용적률에 묶인 주택공급
10년간 땅 공급 뚝, 내년 입주 반토막
훼손된 서울 그린벨트 2899만㎡
해제하면 25만 가구 공급 가능
용적률 완화 ‘하늘 활용’ 제안도

비닐하우스 대부분 문이 잠겨있어 내부를 보는 건 쉽지 않았다. 틈 사이로 깡통 등 각종 고철이 쌓인 모습이 보였다. 컨테이너 창고만 덩그러니 세워진 곳도 있었다. 사실상 그린벨트 훼손이다.
 
그린벨트 안에서는 농작물 재배나 축사 등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폐기물을 쌓아두거나 비닐하우스를 사무실·창고로 개조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불법행위가 늘면서 훼손된 서울 전체 그린벨트가 877만평(2899만㎡)에 이른다.
 
서울 주택 공급 지표 악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서울 주택 공급 지표 악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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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3등급 이하 그린벨트가 2899만㎡로 서울 전체 그린벨트(149㎢)의 19%를 차지한다. 국토연구원이 2016년 그린벨트의 환경 등급을 5개 등급으로 평가한 자료다. 1·2등급은 환경적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이와 달리 3등급 이하는 보존 가치가 떨어지는 땅으로, 훼손 정도에 따라 해제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꼽는 주택공급 대책 중 하나가 그린벨트 해제다. 규제가 풀리면 집 지을 땅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는 서울시가 반대해 어렵다. 2018년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30만 가구 주택공급 대책을 세우면서 그린벨트 해제 개발을 추진했지만 서울시가 “미래 후손을 위해 그린벨트는 보전해야 한다”며 반대해 무산됐다.
 
서울시 그린벨트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서울시 그린벨트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정부가 추진중인 ‘부동산 전쟁’에서 그린벨트 해제 개발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단 초강력 수요 억제로 상승세가 둔화된 집값을 제대로 안정시키려면 서울 주택 공급이 필수인데 주택 공급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주택을 지을 땅이 부족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시 주택보급률(일반가구 수 대비 주택 수 비율)이 2017년 96.3%에서 2018년 95.9%로 하락했다. 수치가 떨어진 것은 통계가 나온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일반 가구 수에 비해 부족한 주택수가 15만7382가구다.
 
주택 보급률 사정은 더 악화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의 준공 주택은 7만5373가구로 2018년(7만7554가구)과 비슷하다. 그러나 문제는 가구 증가 폭이 주택 증가분을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년간 늘어난 주민등록 세대수가 6만3737세대로 2018년(4만3786세대)보다 50%가량 더 늘었다. 주택이 더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내년에는 공급 절벽 우려도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잠정 집계한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1993가구로 올해(약 4만4000가구)의 절반에 그친다.
 
정부는 2022년 이후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계획에 서울 4만가구를 포함했지만 이 정도론 서울 한 해 주택수요(정부 5만5000가구 추산)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서울은 모든 광역 교통망이 집중된 데다 교육 인프라까지 잘 갖춰져 (누구나) 살고 싶어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이 아닌 서울의 공급량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재건축 용적률 상한 300→350% 올리면 3만 가구 공급 늘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49층 재건축 조감도. 2017년 서울시에 의해 반려됐다. [중앙포토]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49층 재건축 조감도. 2017년 서울시에 의해 반려됐다. [중앙포토]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게 땅(택지)이다. 이미 개발이 끝난 서울에는 집 지을 땅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택지 공급도 끊기다시피 했다. 2000년대 중반에서 2010년 초반까지 연간 100만㎡ 규모로 공급되던 택지가 2010년대 초반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훼손된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거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과거 정부는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지구 등을 조성했다. 현 정부도 여전히 긍정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국토부 관계자는 “3등급 이하 그린벨트에서 이미 훼손돼 복구하기 어려운 곳은 개발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3등급 이하 그린벨트 2899만㎡를 모두 택지로 만든다면 25만가구 정도를 지을 수 있다. 이만큼의 주택공급 잠재력이 그린벨트에 묻혀 있는 셈이다.
 
기존 토지의 이용 효율을 높여도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다. 주거지 이외 땅의 주거용 비율을 올리고, 기존 주거지의 활용도를 제고하는 것이다. 서울 도심의 오피스 빌딩이나 상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다. 임재만 세종대 산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높아진 공실률로 건물마다 남아도는 공간이 많은데 용도 변경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공급 부족을 일부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보유한 수서역 공영주차장을 비롯해 흑석동 빗물 펌프장과 쓰레기장처럼 자투리 공간은 용적률을 높인 뒤 공공주택을 지으면 적어도 3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강력한 카드는 주거지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 제고다. 용적률을 높이면 같은 크기의 땅에 집을 더 많이 지을 수 있다. 택지 개발 중단으로 서울시 신규 주택의 70~80%를 공급하는 기존 도심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의 용적률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현재 법적 상한인 300%까지 가능한데 이를 50%포인트만 더 올려도 3만 가구 정도를 더 공급할 수 있다.
 
이정형 교수는 “용적률을 높이는 대신 임대주택 공급 등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스카이라운지·공원 등 녹지공간을 확보하면 도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최고 35층이라는 층수 제한이 주택공급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땅이 부족할 때 하늘의 공간을 더 쓸 수 있다면 공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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