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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최북단 철원도 “이건 겨울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강원 철원군 한탄강변에서 두루미 등 겨울철새 무리가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설경 일색이던 예년과 달리 강주위에 살얼음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30일 강원 철원군 한탄강변에서 두루미 등 겨울철새 무리가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설경 일색이던 예년과 달리 강주위에 살얼음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다. 우상조 기자.

“이건 3월 중순의 얼음이죠”

 
지난달 30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양지리에 위치한 토교저수지. 1976년 만들어진 저수량 1500만t(톤)의 강원도 내 최대 인공저수지다.

[겨울이 사라졌다] ‘추위 1등’ 철원 가보니

 
깊은 곳은 10~20m에 달하는데도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는 곳이지만, 올해는 벌써 저수지 가운데가 다 녹아 청둥오리가 물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강원 철원군 양지리 토교저수지. 저수지 가운데 부분은 모두 녹아 물이 고여 있고, 수심이 얕은 가장자리 지역만 얼음이 얼어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30일 강원 철원군 양지리 토교저수지. 저수지 가운데 부분은 모두 녹아 물이 고여 있고, 수심이 얕은 가장자리 지역만 얼음이 얼어 있다. 우상조 기자

토교저수지에서 만난 DMZ 철새평화타운의 김광진 해설사는 “1월 말은 원래 가장 추운 때고, 원래 이맘때면 트럭이 올라가도 될 정도로 저수지 전체가 꽝꽝 언다”며 “지금 저수지 가운데는 다 녹고, 수심이 얕은 가장자리에 그나마 남은 얼음도 불안정한데 이건 3월 중순에나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말했다.
 

논 스케이트장엔 물만 가득 고여

스케이트장으로 쓰기 위해 물을 채웠지만 얼지 않아 운영을 못하게 된 '논 스케이트 장'. 김정연 기자

스케이트장으로 쓰기 위해 물을 채웠지만 얼지 않아 운영을 못하게 된 '논 스케이트 장'. 김정연 기자

겨울이 사라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겨울 전국 13개 주요 도시의 한파일 수(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인 날)는 1일이었다. 서울의 경우에도 한파를 기록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사실상 올겨울에는 강추위라고 불릴만한 추위가 없었던 셈이다.
  
휴전선 바로 아래 지역 철원, 그중에서도 가장 춥다는 최북단 마을인 철원읍 양지리를 찾았다.  

 
'강원도의 겨울' '민통선의 겨울' 하면 눈이 뒤덮인 풍경을 떠올렸지만, 어느 곳에서도 흰색을 찾을 수 없었다. 40여년 전 마을이 생길 때부터 살았다는 방순분(50)씨는 “3년 전부터 조금씩 따뜻했는데, 올해는 하나도 안 춥고 눈도 오지 않는다”며 “구정(설)에 얼음이 얼지 않았던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마을에서 18년을 산 장순례(44)씨는 “겨울이면 아침마다 차 시동이 안 걸리는 게 당연한데, 올해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며 “원래는 12월 초에 넣은 보일러 기름을 1월 말까지 2번은 재충전 해야 했는데, 올해는 처음 넣은 기름으로 아직 쓰고 있다. 1/3 정도밖에 안 쓴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마다 열리던 '논 스케이트장'도 올해는 열리지 못했다. 철원읍 한 논에 해마다 물을 채워 얼리던 스케이트장은 올해 얼지 못해 물만 가득 고여있었다.
 
방순분(50)씨는 "비교적 덜 추운 겨울이었던 지난해도 별로 안 추웠지만 얼음은 2개월 정도 꽁꽁 얼었었다”며 “설에 찾아온 초등학생 손자 손녀가 원래 얼음 썰매를 타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못 타서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8일 강원 철원군 한탄강 일원에서 개막한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부교 위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강원 철원군 한탄강 일원에서 개막한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부교 위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해마다 얼던 한탄강도 올해는 얼지 않았다.  
  
DMZ 철새평화타운의 김일남 해설사는 “철원에 50년 살았는데, 한탄강이 얼지 않은 건 처음 봤다”며 “1월 중순이면 반드시 얼었는데, 올해는 얼음이 아예 얼지 않아서 얼음트레킹 축제도 결국 얼음 없이 했다”고 전했다.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1월

추위 사라진 철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추위 사라진 철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철원의 올해 1월 평균기온은 영하 1.2도로, 평년(-5.5도)보다 4도 이상 높았다. 기상청이 철원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88년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철원의 1월 최저기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2018년 1월에는 수은주가 영하 25.2도까지 떨어졌을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가장 낮은 기온이 영하 11.7도에 불과했다. 통상의 12월 최저기온보다도 더 따뜻했고, '조금 추운 11월' 정도의 최저기온에 그쳤다.
  
가장 추운 철원도 1월에 봄을 느낄 정도면, 우리나라 전체의 온도는 얼마나 올랐을까. 
 
전국의 1월 평균기온은 2.8도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존 1월 평균기온 최고기록이었던 1979년의 1.6도보다도 1도 이상 높았다.
 
서울 역시 평균 1.6도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20년 이후 100년 만에 가장 따뜻한 1월을 기록했다.
   

“강추위 덕분에 병해충 피해 적었는데…”

지난달 30일 강원도 철원 양지리의 농촌 전경. 설경일색이던 예년과 달리 농지 곳곳에 얼지않고 고인 웅덩이가 보인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30일 강원도 철원 양지리의 농촌 전경. 설경일색이던 예년과 달리 농지 곳곳에 얼지않고 고인 웅덩이가 보인다. 우상조 기자

농민들은 이상기온 현상 때문에 올해 농사를 망치진 않을까 벌써 걱정이 앞섰다. 
 
농민회장 김용빈(56)씨는 “원래 철원은 강추위 덕에 여름 병해충 피해가 작다”며 “보통의 농사법에 비해 농약을 절반만 치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었는데, 겨울이 따뜻하면 병해충이 늘어날 우려가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원래 겨울엔 눈으로 하우스가 주저앉는 걱정을 하는데, 올해는 눈 대신 비가 내렸고 양도 부족했다”며 “앞으로 3월 초까지 눈이든 비든 많이 오지 않으면 봄 가뭄이 심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역대 가장 많은 두루미 왔지만…

지난달 30일 강원 철원군 한탄강변에서 두루미(멸종위기Ⅰ급, 천연기념물 제202호), 재두루미(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03호),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 등 겨울철새 무리가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30일 강원 철원군 한탄강변에서 두루미(멸종위기Ⅰ급, 천연기념물 제202호), 재두루미(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03호),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 등 겨울철새 무리가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따뜻한 겨울에 철새도래지인 철원평야엔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인 두루미가 5500마리 날아들어 역대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김광진 해설사는 "보통 낮에는 민통선 안쪽에서 먹이를 먹고, 저녁에 잠을 자러 민통선 밖으로 나오는데 워낙 개체 수가 많아지면서 올해는 낮에도 민통선 밖에서 두루미를 많이 볼 수 있다"며 "원래 겨울을 나기 위해 날아가던 일본만큼 따뜻하고, 먹이도 계속 주고 있어 아마 여기서 겨울을 계속 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강원 철원군 한탄강변에서 두루미(멸종위기Ⅰ급, 천연기념물 제202호), 재두루미(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03호),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 등 겨울철새 무리가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30일 강원 철원군 한탄강변에서 두루미(멸종위기Ⅰ급, 천연기념물 제202호), 재두루미(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03호),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 등 겨울철새 무리가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그러나 두루미가 철원평야에 몰려드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김일남 해설사는 "원래 두루미 도래지가 강화, 파주, 연천 등 민통선 내 여러 지역에 있었는데, 다른 지역이 다 살기에 적합하지 않게 되어 이곳에 몰린 것도 있다"며 "병이 퍼지거나 갑자기 한파가 찾아오거나 등 변수가 있을 경우, 두루미가 한 곳에 몰려 지내는 건 멸종위기종 보전 차원에서는 좋지 않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두루미가 많이 보이는 아침 시간에 오시는 분들을 안내하러 오전 6시쯤 나가면 보통 영하 25도, 20도였는데, 올해는 가장 추웠을 때가 영하 10~15도 정도였다”며 “이건 겨울이 아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철원=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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