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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간 소리 질렀더니 피비린내 전쟁터 실감…리니지2M 사운드센터 가보니

리니지2M 목소리 출연 해보니

 
리니지2M의 도입부는 영화의 한장면 같은 그래픽이 나온다. [사진 리니지2M캡처]

리니지2M의 도입부는 영화의 한장면 같은 그래픽이 나온다. [사진 리니지2M캡처]

“오프마이크(마이크를 정면에 두지 않고 거리를 둔 상태)하고 아비규환의 상황을 표현해 주세요.”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지난달 15일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소재 엔씨소프트 사운드센터. 더빙 스튜디오 안에 설치된 모니터에 3, 2, 1 숫자가 뜨더니 전쟁터 장면이 나타났다. 임용석 보이스더빙 팀장의 지시에 맞춰 1분간 함성을 지른 뒤 앞에 높인 종이에 쓰인 대사를 외쳤다.
 
“발사” “쏴라” “남동풍이다” “두시 방향에서 날아온다” “지원병력은 아직인가” “성벽이 무너진다”….  
 
목이 터지도록 소리를 지르는데 임 팀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아직 정신줄은 잡고 있는 상태로 해주세요.”
  
이는 게임 속 배경음을 만들 때 사용하는 ‘왈라’(재잘재잘, 웅성웅성, 왁자지껄 등으로 표현되는 군중 집단이 만드는 배경음) 녹음이다. 녹음 체험을 모두 마친 후 소리만 따로 듣자 민망함이 엄습했다. 하지만 기존에 녹음된 함성과 다른 직원들의 소리를 합쳐서 리니지2M 도입부 영상에 얹자 실감나는 현장으로 바뀌었다. 평면적인 전투 장면이 실제 피비린내가 날 듯 생생해졌다. 
  

영상+사운드 종합적 체험 

 
1927년 유성영화의 등장 이후 소리는 모든 시각 콘텐트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요소로 자리 잡았다. 무음의 세계에선 담기 힘든 신비함, 쓸쓸함, 우울함, 공포감 등 복잡한 내적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어서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볼륨을 끄고 게임을 한다는 건 반쪽짜리 경험에 불과하다. 웅장한 배경음악, 적재적소에 들어간 효과음이 함께 해야 종합예술로서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엔씨소프트 음악제작팀 안기만씨가 개인 사운드 작업실에서 악기 '우드'를 활용해 음악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음악제작팀 안기만씨가 개인 사운드 작업실에서 악기 '우드'를 활용해 음악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2010년 독립적 사운드조직을 만든 엔씨소프트는 영화 제작 규모인 5.1 채널 영상 사운드 믹싱 룸과 폴리 스튜디오를 갖췄다. 작곡가, 엔지니어, 기획자 등 사운드 관련 인력만 70여 명이다. 본사에 방음이 되는 개별 스튜디오 40여 개를 만들 정도로 사운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송호근 사운드센터장은 “정해진 스토리가 있는 영화·드라마와 달리 게임에선 이용자의 조작 때문에 매 순간 상호작용과 이벤트가 발생한다”며 “장면과 분위기를 그때마다 전환하고 완벽한 게임 연출을 하기 위해 사운드는 꼭 필요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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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짜리 곡제작에 150명 참여 

 
게임 속에 들어가는 사운드는 크게 2종류다. 도입부나 영화 같은 장면 연출에 들어가는 배경 음악과 기능적 역할 담당하는 보이스·효과음이다. 배경음악은 게임 전체의 기획 방향을 고려해서 만들어진다. 예컨대 리니지2M 같이 중세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라면 해외 오케스트라를 활용한 웅장한 음악을 사용한다. 음악제작팀 안기만씨는 “리니지2M 메인 테마곡의 경우 지난해 2월에 작업을 시작했지만, 해외 오케스트라 녹음 등 복잡한 작업을 거쳐 출시 직전인 11월 말에서야 게임에 넣을 수 있었다”며 “4분짜리 곡이지만 외부 연주자까지 총 150여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사운드센터 폴리스튜디오는 다양한 실생활 도구를 이용해 게임에 들어가는 효과음을 만들어낸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사운드센터 폴리스튜디오는 다양한 실생활 도구를 이용해 게임에 들어가는 효과음을 만들어낸다. [사진 엔씨소프트]

 

보이스·효과음은 게임 속에 들어가는 대사나 캐릭터만의 독특한 소리를 만드는 작업이다. 게임 속 캐릭터의 대사는 기획자가 해당 캐릭터의 특징을 정하면 전문 성우가 참여해 만든다. 임용석 보이스더빙 팀장은 “성우에게 아주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감정 표현을 요구한다"며 "'블레이드 앤 소울'를 예로 들면, '마을이 불타고 있는데 집안에 남편과 아기가 있고 아이 엄마는 불타는 집을 보면서 울고 있는데, 이때 이용자의 게임 속 캐릭터가 아기를 불타는 집에서 데리고 나오는 순간 엄마의 감정을 표현해 달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사운드는 유명 IP(지식재산권) 게임의 경우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스타크래프트 이용자들이 테란의 일꾼 유닛이 내는 ‘에스씨비 굿 투 고 서(SCV good to go sir)’ 소리를 들으면 향수에 빠지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2003년 출시된 PC게임 리니지2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리니지2M도 원작인 PC게임 시절의 사운드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들으면 추억 소환하는 소리 복원  

리니지2M 등 이국적 배경의 게임 속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악기가 활용된다. [사진 엔씨소프트]

리니지2M 등 이국적 배경의 게임 속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악기가 활용된다. [사진 엔씨소프트]

과거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 중 하나인 ‘버그 베어’가 대표적이다. 칼을 맞을 때 내는 독특한 소리 덕분에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아무리 들어봐도 어떻게 만든 것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녹음된 소리를 한 옥타브 올려서 들었더니 젊은 남자가 ‘노(no)’하고 외치는 비명으로 들려 이를 기반으로 복원했다고 한다. 김영대 엔씨소프트 엔지니어링팀장은 “기존 게임이 20년 전에 만들어진 거라 어떻게 제작한건지 알 수 없어 난감했던 상황에서 여러 시도 끝에 원본 제작의 힌트를 얻게 돼 복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임 속 배경음악을 음원으로 따로 발매하기도 한다. 리니지2M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은 리니지 IP의 오랜 팬이기도 한 뮤지컬 배우 전동석씨가 불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송호근 센터장은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볼 때 삽화가 많아야 몰입이 쉬운 것처럼 사운드나 음악도 게임이 주는 체험을 극대화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며 “음악 자체도 중요하지만, 게임과 어울림을 더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판교=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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