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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스틸러] 왕따서 핵인싸된 염따 "이런 게 플렉스지 뭐얌"

‘둘도 없는 힙합 친구: 다모임’에서 기부 플렉스를 실천하고 있는 래퍼 염따. [사진 딩고]

‘둘도 없는 힙합 친구: 다모임’에서 기부 플렉스를 실천하고 있는 래퍼 염따. [사진 딩고]

“플렉스 해버렸지 뭐얌.”  
2019년 한국 힙합신은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2006년 데뷔한 래퍼 염따(염현수ㆍ36)가 혜성같이 등장해 힙합신을 휘젓고 다닌 덕분이다. 지난해 8월 ‘쇼미더머니 8’ 출연 당시 고가의 물건을 자랑하며 내뱉은 ‘플렉스(flex)’란 단어는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의 코너명으로까지 등장했다. 본디 ‘구부리다’라는 뜻을 지닌 단어가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를 ‘자랑’하거나 흑인 래퍼들이 부와 성공을 ‘과시’하는 것을 넘어 이동욱의 외모나 이세돌의 바둑 실력처럼 무엇이든 ‘뽐낼’ 수 있는 용어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민경원의 심스틸러]
데뷔 16년 만에 무명 벗어난 래퍼 염따
84년생 래퍼 모인 ‘다모임’서 진가 발휘
공약에 힘입어 ‘아마두’로 첫 차트 1위
‘베스트 티셔츠 셀러’ 넘어 통큰 기부도

 
한데 염따를 성공시대로 이끈 것은 ‘쇼미’가 아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담아’ 등을 통해 눈도장을 찍긴 했지만, 그가 터진 곳은 유튜브 채널 ‘딩고 프리스타일(DF)’이다. 딩고와 협업한 싱글 ‘돈 콜 미’는 “예 저는 랩과 돈을 좋아하는 30대 아저씨입니다”라는 유쾌한 노랫말에 구독자들은 “좋아요 댓글 부탁드립니다”라는 가사 속 요청에 응했다.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음원차트 ‘톱 100’ 진입에 성공한 그는 눈물을 글썽였고, 때마침 ‘차트 인’ 순간에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던 ‘84라인’(1984년생) 래퍼들은 하나같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15~16년 전 학창시절에 메신저로 처음 만나 꾸준히 음악 생활을 계속해 왔지만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던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에서다.  
 
1984년생 래퍼 팔로알토, 딥플로우, 사이먼 도미닉, 더 콰이엇, 염따. [사진 딩고]

1984년생 래퍼 팔로알토, 딥플로우, 사이먼 도미닉, 더 콰이엇, 염따. [사진 딩고]

눈치 빠른 ‘딩고 놈들’은 재빨리 ‘둘도 없는 힙합 친구: 다모임’을 기획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팔로알토(전상현ㆍ36), 사이먼 도미닉(정기석ㆍ36), 딥플로우(류상구ㆍ36), 더 콰이엇(신동갑ㆍ35)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겠는가. 각각 하이라이트 레코즈, AOMG, VMC, 일리네어 레코즈의 전·현직 대표 출신으로 한국 힙합 역사에 한 획을 그어온 인물들이다. 활동명조차 ‘염현수 왕따’의 줄임말인 ‘염따’는 소속사 없이 홀로 분투해온 인디 래퍼지만 당당하게 센터를 차지했다. 수면 위로 올라오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린 84라인의 ‘마지막 퍼즐’로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 것이다.
 
네이버 V오리지널 최초 힙합 예능으로 편성된 ‘다모임’은 차트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지난해 11월부터 2달간 방송하는 동안 발표한 ‘포에버 84’ ‘아마두’ ‘중2병’ ‘달려’ 등 4곡은 모두 차트 인에 성공했다. 그중에서도 정상에 오른 크리스마스 캐럴 풍의 ‘아마두’는 아직도 10위권 내에 머무르며 장기 흥행 중이다.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프로듀서로 합류한 노이즈 마스터 민수의 비트도 훌륭하고, 우원재ㆍ김효은ㆍ넉살ㆍ허클베리 피 등 피처링진도 화려하지만,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역시 염따의 센스다.  
 
‘다모임’에서 발표한 ‘아마두’. [사진 딩고]

‘다모임’에서 발표한 ‘아마두’. [사진 딩고]

이들이 처음 만난 2003년으로 돌아가 교복을 입고 진행한 사진 촬영 장면. [사진 딩고]

이들이 처음 만난 2003년으로 돌아가 교복을 입고 진행한 사진 촬영 장면. [사진 딩고]

“여친이 생길거야 아마두/ 민수도 잘될거야 아마두/ 동갑인 차살거야 아마두/ 팔로는 애낳을거야 아마두/ 머리가 자랄거야 상구두/ 기석이는 모르겠어 하나두” 등 버스에서 흥얼거린 가사 대부분이 그대로 실리면서 진짜 친구들이 모인 매력을 제대로 살렸다. 노래를 흥얼거릴수록 화자인 염따에게 빙의되어 모든 것이 이뤄질 것만 같은 희망이 솟아난달까. 뒷일을 책임 질 순 없으니 ‘아마두’라고 실패의 가능성을 열어놓긴 했지만 “일등을 할것같아” “내년엔 다들 더 잘될거야” 등은 이미 이뤄지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개사하기도 안성맞춤. 누구를 넣어 부르든 무슨 희망사항을 담든 찰떡같이 맞아 떨어진다. 
 
사실 ‘아마두’가 1위를 하는 데도 염따의 지분이 컸다. 5명이서 무려 6개의 공약을 걸었다. 딥플로우는 딥볶이 100인분을 만들었고, 더 콰이엇과 창모는 번지점프를 성공 및 시도했고, 팔로알토가 약속한 크리스마스 이브 거리공연도 이뤄졌다. 사이먼 도미닉이 내건 네이버 프로필 이름 변경은 포털사이트 정책상 실현되지 못했지만, 아직도 염때의 산타 선물 증정과 단체 건강검진이 남아있다. ‘다모임’은 10회분은 지난달 28일로 끝났으나 비하인드 영상은 계속될 테니 이 얼마나 은혜로운 방송인가. 87라인, 90라인, 93라인 등 다양한 버전으로 시즌 2를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쏟아지고 있다.
 
밀려드는 굿즈 주문 때문에 택배 포장에 지친 염따. [사진 염따 인스타그램]

밀려드는 굿즈 주문 때문에 택배 포장에 지친 염따. [사진 염따 인스타그램]

애초에 지난해 9월 염따가 더 콰이엇의 3억짜리 벤틀리를 박지 않았더라면, 수리비를 벌기 위해 티셔츠를 팔지 않았더라면, 굿즈 판매로 사흘 만에 21억을 벌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을 서사다. 이제 좀 빛을 보려 하는 염따가 곤경에 처하자 구독자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고, 직접 티셔츠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것은 물론 택배 배송까지 가는 ‘BTS(Best T-shirt Seller)’인 그가 “2년간 택배만 싸야 한다. 제발 그만 사라”고 하소연하자 더 열렬히 사들이는 이 청개구리 같은 심보라니. 아이돌 팬덤과는 다른 또 다른 서포터즈 문화다. 덕분에 1억에 벤틀리도 사고, 이사도 간 그는 더 콰이엇에게 명품 선물을 하고 다모임 멤버들에게 우정반지를 건네는 등 ‘은혜 갚는 까치’ 같은 면모를 보였다.  
 
염따가 앞장선 다모임의 플렉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직 수익금 정산도 되지 않았는데 한국소아암재단에 찾아가 1억원을 기부했고, 지역아동센터ㆍ고등학교ㆍ대학교 힙합 동아리 등을 찾아가 4000만원 어치의 통큰 선물을 안겼다. 현금다발을 들고 마트에 가서 직접 물건을 사고 계산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대리 쇼핑하는 쾌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진짜 힙한 플렉스가 뭔지 알려준다. ‘찐친’들의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는 탓에 ‘삐-’ 소리 없이는 듣기 힘든 대화일지언정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허세가 아니라 단단히 들어찬 알맹이라는 사실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비호감의 호감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정상에서 다시 만난 이들의 ‘포에버 84’를 응원한다. 30대 아저씨라고 꺾였다고 하기엔 너무 쌩쌩하지 않은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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