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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5년내 복원" 장담, 10개월째 발도 못뗀 노트르담 왜

 
 

[알지RG]

※ ‘알지RG’는 ‘알차고 지혜롭게 담아낸 진짜 국제뉴스(Real Global news)’라는 의미를 담은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1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인부들이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 복원공사를 위한 안정화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인부들이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 복원공사를 위한 안정화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1년 전에 복원작업을 시작하는 건 어렵습니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프랑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소실된 지 벌써 10개월째. 복원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장-루이 조르젤랭 책임자의 최근 설명입니다. 화재가 발생한 건 지난해 4월이니 복구작업이 한창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소실물을 치우고 추가 붕괴를 막는 작업을 하느라 본격 복원작업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고 합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화재 직후 상실감에 빠진 국민을 달래려 "5년 안에 복구한다"고 호언장담을 했었는데, 진행 상황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프랑스 시민은 물론 세계가 기원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원사업, 어디서 발목이 잡힌 걸까요?
 

◇"첨탑도 오리지널은 아니잖아"…복원 방식 두고 수개월 허비  

 

노트르담 대성당은 지난 2019년 4월 15일 내부 개보수공사 중이던 지붕 쪽에서 전기합선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첨탑과 지붕 일부가 소실됐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가장 먼저 복원을 두고 논란이 된 것은 성당 첨탑의 재건 설계입니다. 불에 탄 첨탑을 다시 세워야 하는지, 다시 세운다면 현시대의 기술과 재료,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첨탑을 세워야 하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죠. 
 
현대적 재건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소실된 첨탑 역시 1859년 성당의 보수 공사를 맡았던 건축가 비올레 르 뒤크가 새롭게 복원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1345년 축성식을 열 당시에는 없었던 것으로, 첨탑이 '오리지널 구조물'이 아니란 것이죠. 2000년대 초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성당 복원 작업에 참여한 건축가 크리스티앙 슈뮈클 몰라르는 "현대적인 재건축 방식은 더 안전하고, 기간도 더 단축해줄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2019년 4월 15일 불에 타고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지붕 모습. [EPA=연합뉴스]

2019년 4월 15일 불에 타고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지붕 모습. [EPA=연합뉴스]

 
이 논쟁은 꽤나 오래 지속하면서 정치적 갈등으로까지 비화했죠. 마크롱 대통령이 현대식 복원 방식을 지지한다고 밝히자,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연합 등은 복원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술수를 쓴다고 공개 비판에 나섰습니다. 이후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대국민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응답자의 55%가 "화재 직전 상태로의 복원"을 선택했죠. 결국 2019년 7월 16일 프랑스 의회는 성당을 '화재 직전 있던 모습 그대로' 재건하도록 요구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납오염'에 '폭염'에 '비계'까지 설상가상 

 
화재 피해를 입은 직후인 지난해 4월 17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공중에서 본 모습. 고딕 성당 전문가인 미국 듀크대 캐롤린 브러젤리어스 교수는 복원에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직후인 지난해 4월 17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공중에서 본 모습. 고딕 성당 전문가인 미국 듀크대 캐롤린 브러젤리어스 교수는 복원에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원방식에 대한 합의는 일단락됐지만, 본격 난관은 그때부터였습니다. 하필 지난해 프랑스는 기록적인 폭염과 고온현상에 시달렸죠.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참여하고 있는 필리프 빌뇌브 최고건축가는 "대성당의 보(기둥)가 화재로 내려앉았던 데다가, 화재 진압을 위해 뿌린 물로 수 차례 충격을 받았다"며 건물 붕괴를 우려했습니다. 
 
원래 석조 부분은 물을 머금고 있는데 고온이 지속되면 습기가 마르면서 석조 구조물의 연결 부위나 석재의 응집력이 약해지고, 아치형 지붕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한여름 폭염 속에서 복원팀은 지붕 작업을 전혀 할 수 없었죠. 공사에 속도가 붙을 리 만무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2일 노트르담 대성당에 안정화 작업을 위한 크레인이 작동 중이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2일 노트르담 대성당에 안정화 작업을 위한 크레인이 작동 중이다. [AP=연합뉴스]

 
새로운 논란도 등장했습니다. 프랑스 환경단체가 노트르담 대성당 복구 현장에서 기준치를 훌쩍 넘는 납이 검출됐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죠. 이때문에 그해 7~8월 사이 복구 작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환경단체 로뱅 데 부아(Robin des Bois)는 화재 직후 첨탑과 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골조에 쓰인 납 300t가량이 녹아내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당국이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에 프랑스 보건 당국이 그해 5월 조사에 나섰는데요, 환경단체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토양 1㎏당 납 10∼20g이 검출된 것이죠. 기준치의 최대 67배 수준이었습니다. 납은 오랜 기간에 걸쳐 노출되면 실명, 사지 마비, 기억 손상 등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키기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죠. 이 환경단체는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파리시, 파리 5ㆍ6구 등에 대해 형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런저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19년 10월 가까스로 사전작업에 해당하는 안정화 작업에 들어가긴 했습니다. 이 작업의 관건은 화재 이전에 설치된 일명 '비계'(임시가설물) 제거인데, 이 또한 쉽지가 않습니다. 보수공사를 위해 설치했던 250~300t가량의 철골 구조물이 불에 타면서 내구성이 약해진 상태인데, 이 구조물이 자칫 떨어지게 되면 아치형 지붕 붕괴로 이어집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을 50%로 봅니다.  
 

◇2024년 파리올림픽 전 복원 가능할까…'노란 조끼' 분노 자극키도

2021년 말까지도 안정화 작업을 해야 하니 2022년 본격적인 복원공사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5년 내 복원을 공언하며,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은 자신의 치적으로 남기고 싶어합니다. 2024년 열릴 파리올림픽을 복원 공사 완공 시점으로 삼고 싶어하는 분위기도 일각에선 감지됩니다. 반면 전문가들은 10년에서 길게는 40년까지 재건 기간을 예상하고 있죠.  
 

이에 따라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프랑스의 정치·사회적 문제로 번질 전망입니다. 프랑스 정치권의 여·야당 간 갈등의 불씨가 될 뿐만 아니라, 연금개혁 등을 추진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도 작지 않습니다. 마크롱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거리시위를 주도했던 '노란 조끼' 시위대는 지난해 화재 직후 재벌과 부유층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자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은 뒷전"이라며 거리시위를 벌이기도 했죠.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 23일 프랑스 파리의 화려한 거리 조명 뒤 불꺼진 노트르담 대성당의 보습이 보인다. 노트르담 성당은 화재로 인한 복구 작업으로 216년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크리스마스 미사를 열지 못했다. [AP=연합뉴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 23일 프랑스 파리의 화려한 거리 조명 뒤 불꺼진 노트르담 대성당의 보습이 보인다. 노트르담 성당은 화재로 인한 복구 작업으로 216년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크리스마스 미사를 열지 못했다. [AP=연합뉴스]

 
이런 과정 속에서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도 열렸던 노트르담 대성당의 성탄미사는 지난해 사상 처음 무산됐습니다. 216년 만에 '불 꺼진 크리스마스'를 맞은 노트르담 대성당을 바라보는 파리 시민들. 그들의 표정은 무거웠습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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