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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충전으로 서울~부산…‘3세대 전기차’ 개발 가속

지난달 6일 현대자동차는 전기차(EV) ‘코나 일렉트릭’ 2020년형을 내놨다. 2018년 첫선을 보인 후 지난해 4만7000대 넘게 국내외에서 팔린 전작의 신형 제품이다. 국토교통부가 공인한 이 차의 주행거리는 406㎞(64킬로와트시(㎾h) 배터리 모델 기준). 1회 충전에 이만한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경쟁사 한국GM도 최장 주행거리가 414㎞인 ‘쉐보레 볼트 EV’ 2020년형을 연내 출시한다.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달리는 차
국내 자동차사 2~3년 후 양산 계획
“20분 내 초고속 충전 기술력 갖출 것”

올해 세계 전기차 시장 500만대 규모
배터리 업체, 고용량 기술 확보 총력
폭발·화재 위험 줄일 ‘안정화’가 관건

주행거리가 과거보다 꽤 늘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여전한 갈증도 있다. 예컨대 1회 충전에 400㎞가량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타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중간에 한 번은 충전을 더 해야 한다. 지도상 두 도시 간 직선거리는 325㎞이지만 실제 도로의 기·종점(도로원표) 기준으로는 거리가 456㎞에 이르러서다. 그러나 미 대륙 횡단이 아니라면 이런 문제는 곧 해결될 전망이다.  
  
# 자동차·배터리 회사들이 1회 충전에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3세대 전기차’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어서다. 전기차는 1회 충전에 160㎞ 미만 거리 주행이 가능한 1세대를 거쳐, 320~500㎞ 주행 가능한 2세대로 진화해왔다. 3세대로 넘어가면 1회 충전으로 서울~부산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3세대 전기차 개발 등의 내용을 담은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지난해 2종이었던 전기차를 2022년 4종, 2025년 11종으로 늘리면서 (전체 차종 대비) 비중을 12.3%로 확대할 것”이라며 “또 앞으로는 1회 충전에 500㎞ 이상 주행거리, 20분 이내 초고속 충전 같은 기술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조사 업체 IHS마켓과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약 120만 대 규모였던 세계 전기차 시장은 올해 500만 대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2016년에는 약 45만 대에 불과했다. 이렇게 급격히 성장하는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주행거리 연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국의 테슬라는 올해부터 새 전기차 ‘모델 Y’를 생산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인증한 이 모델의 주행거리는 315마일(약 506㎞, 4륜구동 모델 기준)에 이른다. 그동안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공급만 받던 폴크스바겐(독일)과 도요타(일본)도 지난해부터 ‘오래가는 배터리’ 개발에 직접 나섰을 만큼 열성적이다.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손잡고 합작사를 세우는 데 합의했다. 폴크스바겐은 10억 달러(약 1조19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도 관련 기술·생산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 GM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 오하이오에서 63만9000㎡ 규모 공장용 부지를 매입했고 올 상반기 안에 착공한다.  
 
이곳에서 연간 3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를 생산해 GM에 공급할 계획이다. 전기차 40만 대에 들어가는 방대한 양이다. 이로써 지난해 70GWh였던 LG화학의 연간 배터리 생산력은 100GWh로 커진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GM의 3세대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좀 더 안정적으로 수주하면서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1회 충전에 최장 460㎞ 거리를 가는 중국 바이튼의 엠(M)바이트 전기차. [연합뉴스]

1회 충전에 최장 460㎞ 거리를 가는 중국 바이튼의 엠(M)바이트 전기차. [연합뉴스]

삼성SDI는 1회 충전에 600㎞ 이상 달릴 수 있는 배터리를 2021년 양산할 목표로 개발 중이다. 삼성SDI 측은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를 위한 컨퍼런스콜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고객사 프로젝트에 따라 ‘젠5(5세대) 배터리’라고 명명했고, 효율 향상을 돕는 신공법을 도입해 에너지 밀도가 20% 이상 높고 ㎾h당 생산 원가는 20% 이상 낮춘 배터리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BMW에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9월 계약한 바에 따라 독일의 배터리 시스템 제조사 아카솔에 올해부터 7년간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공급한다. 삼성SDI의 셀·모듈을 아카솔이 팩으로 조립해 유럽 주요 자동차 제조사에 납품하는 파트너십이다.
  
# SK이노베이션도 적극적이다. 미국 조지아에서 건설 중인 공장(내년 하반기 완공)에서 2022년부터 3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하기로 했다. 연간 10GWh 규모의 생산력을 더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연 100GWh 이상 생산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중순부터 1회 충전에 500㎞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배터리 소재 분야 관계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협업해 배터리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업들이 주행거리 늘리기와 함께 염두에 둘 부분이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늘어날수록 ‘안정화’가 관건”이라며 “전압이 높아지면서 보통 발열이 심해지는데 냉각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폭발·화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 등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는 니켈이 들어가는데, 그 함량이 많아질수록 불안정성도 커진다. 3세대 배터리의 경우 니켈 함량이 최소 80% 이상으로 1세대(약 33%) 배터리보다 훨씬 많다.
 
전해질 바꾸고 양자컴퓨터 활용,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규모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0’ 현장. 글로벌 IT 공룡인 IBM이 부스에 양자컴퓨터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0과 1의 이진수를 조합해 순차적으로 연산하는 일반 컴퓨터와는 달리 얽힘(entanglement)과 중첩(superposition) 같은 양자의 특성을 활용, 0과 1의 조합을 동시에 나타내고 데이터를 단번에 처리하는 컴퓨터다. 수퍼컴퓨터 대비 수백만 배 빠른 정보 처리가 가능하다.
 
IBM은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돕기로 하고 최근 독일의 다임러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 기업은 현존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지속 시간은 길되 폭발 위험성은 줄인 리튬황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를 다임러 산하의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양자컴퓨터가 서로 다른 리튬을 함유한 배터리 내 분자들을 모델링해 그 성질을 파악하고, 연구진이 이를 통해 최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겸비한 배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도 컴퓨터를 통한 배터리 검증이나 검사는 흔한 일이었지만 속도가 느리고 결과 도출에서도 오류가 많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양자컴퓨터 시대의 개막은 이처럼 차세대 배터리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뿐 아니다. 근래 들어 친환경적이면서도 더욱 고성능인 리튬이산화탄소 배터리 관련 기술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강석주·곽상규·안광진 교수 공동 연구팀은 리튬이산화탄소 배터리에서 전해질을 종전과 달리 구성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지난달 23일자에 공개됐다고 28일 밝혔다. 기존 리튬이산화탄소 배터리는 지구 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서 포집해 양극재로 쓴다. 이에 친환경적이라는 강점을 갖췄지만, 작동 과정에서 과전압으로 수명과 성능이 떨어진다는 한계도 존재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저장 밀도를 7배 높일 수 있음에도 전기차 등에 실제 투입되는 상용화에선 동떨어져 있던 이유다.
 
연구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용융염으로 구성된 기존 전해질을 질산염으로 구성된 고체로 바꾸고, 양극 표면에 루테늄 나노 입자를 촉매로 붙였다. 고체 상태의 질산염은 섭씨 100도 이상 고온에서 녹아 전해질로 쓸 수 있고 전압도 낮출 수 있다. 루테늄 촉매 역시 과전압 문제 해결을 도울 뿐더러 전류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도 배터리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강석주 교수는 “리튬이산화탄소 배터리 상용화에 한걸음 더 다가선 연구 결과”라고 전했다. 지속성과 안정성 모두 진화한 차세대 배터리를 만들려는 국내외 산업계와 학계의 노력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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