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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20만명 방문… 부산 명물 플리마켓 '마켓움'의 성공비결은

 

“부산이라 가능했어요.”

 
마켓움 손지민 대표는 ‘성공의 요인’ 중 하나로 태생을 꼽았다. “온라인을 보면 멋진 콘텐츠가 많아요. 그런데 부산에서는 이런 콘텐츠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해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하나로 7만 명까지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 같아요.” 
 
부산 최대 플리마켓 마켓움의 손지민 대표

부산 최대 플리마켓 마켓움의 손지민 대표

 
마켓움은 2015년 부산에서 시작한 플리마켓(flea market·벼룩시장)이다. 캠핑을 즐기던 손 대표가 섬광처럼 스친 장면 하나에 사로잡혀 통장에 남아 있던 450만원을 탈탈 털어 만들었다. 자연 속에서 축제처럼 열리는 플리마켓을 꿈꿨던 손 대표는 부산 기장군 일광면 동백리 바닷가 캠핑장을 빌려 텐트를 치고 첫 플리마켓을 열었다. 물건을 팔 사람은 친구와 친구의 지인, 팔 물건의 절반은 손 대표가 내놓았다. 지금의 동백리는 이색 카페가 생기며 유동인구가 늘었지만, 당시만 해도 플리마켓을 열겠다는 손 대표의 설명에 캠핑장 주인마저 코웃음을 칠 정도로 인적 드문 동네였다.
 
부산 기장군 일광면 동백리 바닷가에서 열린 마켓움의 첫 플리마켓 [사진 마켓움 ]

부산 기장군 일광면 동백리 바닷가에서 열린 마켓움의 첫 플리마켓 [사진 마켓움 ]

 
캠핑 좋아하고, 물건 좋아하는 지인들과 축제를 만들어볼 생각에 모객은 고민도 안 했다. 팔 물건보다 놀 프로그램이 더 많았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SNS 올린 사진 몇장에 사람들이 반응하기 시작했고, 행사 당일엔 500여 명의 사람이 방문했다. “캠핑장 사장님도 깜짝 놀랐어요. 이 동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온 것 처음이라고요.”  
 
손 대표가 연출한 풍경에 사람들은 감동했다. 개장할 때 들어와 폐장할 때 떠났다. 행사가 끝나고 SNS에 마켓움 플리마켓 사진이 떠돌기 시작했다. 사진 밑에는 ‘그림 같다’, ‘언제 또 열리냐’, '다음엔 나도 꼭 가야겠다' 등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참여한 사람들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부산에도 이런 플리마켓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부산지역 최대 플리마켓, 마켓움은 이렇게 탄생했다.  
 
마켓움은 지난해 9월 노들섬에 차츰이라는 상설매장을 열고 본격적인 서울 진출을 알렸다. 노들섬 마켓기획자를 겸하게 된 그는 지역작가와 소상 소공인들의 수도권 진출을 돕는 스페이스 445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플리마켓은 무엇일까? 왜 지방이라 가능했다고 말할까? 〈폴인스터디 : 라이프스타일의 미래, 로컬에서 찾다〉 강연자로 나선 그를 지난 29일 노들섬에서 만났다.  

 
서울에 오니 어때요.  
완전 달라요. 같은 월세인데, 부산에서는 복층 빌라인데, 서울에서는 누우면 신발장이 보이는 원룸이죠. 인지도 차이도 크게 나요. 노들섬 스케이트장 개장 행사 때 마켓움을 열었는데, 부산에서는 마켓움이 아니라도  야외 스케이트장이 열리면 인파로 붐비거든요. 그래서  마켓 홍보까지 더하면 카오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건 부산 사람 생각이었죠. 서울에는 야외 스케이트장이 여러 곳에 운영 중이고 눈썰매 등 다양한 겨울 콘텐츠가 많더라고요.
 
방문하는 분들도 다른가요.  
성향이 다르세요. 부산 분들은 시원시원하세요. 물건이 마음에 들면, 하나만 사는 게 아니고 가족, 친구까지 챙기며 여러 개 구매하세요. 빠르게 결정하고요. 반면 서울 분위기는 한 바퀴를 천천히 다 돌아보시고, 꼭 필요하신 물건을 꼼꼼하게 살피고 하나만 구매하더라고요.구매하는 물건도 달라요. 부산에서는 유명한 작가나 브랜드 파워가 있는 것이  더  활발하게 판매된다면, 서울은 개인의 취향이 뚜렷한 물건을 선택하더라고요. 떨어진 거리만큼 지역 간의 성향이 다른 것 같아요. 재미있어요.
 
당황하셨겠어요.  
서울에서도 '마켓유랑x마켓움'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거든요.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서울에서는 마켓움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아 홍보에도 주력해야겠어요. 하지만 걱정은 없어요. 마켓움이 더 돋보이는 계절이 돌아오고 있거든요.
 
버려진 창고라던가, 시골 마을 같은 이색적인 장소에서 많이 열었어요.  
캠핑하다가 우연히, 플리마켓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캠핑하는 사람들을 보니, 재주 많은 사람이 많더라고요.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캠핑하듯, 플리마켓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자연 속에서 힐링하고 즐기는 그런 플리마켓이요. 그래서, 마켓움은 지금도 자연과 어우러짐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창고는 동백리 바닷가에서 처음 마켓을 열고, 반응이 좋아서 두 번째도 같은 곳에서 열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취소됐어요. 준비했던 음식과 물건들을 보면서 단순히 재미로만 플리마켓을 열면 안 되겠다는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며 날씨와 상관없는 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제가 살던 동네에 딱 그런 곳이 있었죠. 뒤로 산을 끼고 있는 창고였죠. 2년 동안 빌려서 창곶이라고 이름 짓고 그곳에서 플리마켓을 열기 시작했어요.”  
 

창곶에서 열린 플리마켓

마켓움은 단순하게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가 아닌, 공연을 즐기는 곳이다.
손지민 대표가 큐레이션한 물건들은 대부분 작가 작품들이다
즐기는 축제같은 플리마켓, 마켓움
 
처음 플리마켓을 열었던 바닷가보다 더 외진 곳인데 사람들이 찾아 왔나요?  
창고 문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공간을 연출했어요. 제가 빈티지 가구를 좋아해 많이 가지고 있었거든요. 빈티지 가구로 기본 공간을 연출하고, 그 앞에 어울리는 물건을 놓게 했어요. 한 달에 한 번은 플리마켓을 열고 다른 날에는 작가분들 작품도 전시하고, 바비큐 파티도 하고, 음악회도 열었어요. 운영도 처음 플리마켓에 참여했던 작가분들과 함께 품앗이로 했어요.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소문도 나고 나중엔, 동네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와 더 하기 어렵게 되었죠.
 
그래서 유랑을 시작한 건가요?
창곶에 자리 잡은 지 1년이 지나 부산 영화의 전당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공간을 줄 테니 플리마켓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더라고요. 마침 마켓공간이 부족해 좋다고 했죠. 그렇게 몇 곳의 제안을 더 받고 운영하면서 이런 방법도 괜찮겠다 생각했어요. 유랑생활을 시작했는데, 공간이 달라지니 더 재미있는 기획을 할 수 있어 좋았고, 공간이 넓어져 많은 분들이 방문해 작가분들에겐 매출의 기쁨도 생겼죠.
 
개장 때 들어와서 폐장할 때 나간다는 소문 들었어요. 비결이 뭔가요?  
오신 분들이 여유롭게 즐기면서 물건도 사고 놀기도 하세요. 친해진 분들도 많죠. 비결은 커뮤니티? 프로그램? 자연과 함께하는 풍경?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제가 처음부터 꿈꾸던 플리마켓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마켓이 아니라, 축제의 한 장면을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운동회도 열리고, 공연도 하고, 텐트를 치고 놀면서 물건을 사고파는 그런 모습이요.
마켓움은 7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부산을 대표하는 플리마켓이다. [사진 마켓움]

마켓움은 7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부산을 대표하는 플리마켓이다. [사진 마켓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많은데, 그게 잘 되긴 힘든 것 같아요.  
행사가 열리는 동안 저는 보이는 라디오를 운영해요. 행사장 가운데쯤 라디오 운영 테이블을 만들고, 그때그때 눈에 띄는 이야기를 수집해 즉흥적으로 방송해요. 예를 들면, 첫 집을 장만해 인테리어 소품을 사러 왔다는 고객 사연을 읽고 작가분들에게 뭐라도 선물 주자고 외치죠. 그럼 작가분들이 진짜로 선물을 들고 나타나요. 작가와 고객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드는 게 제 역할이에요.  
 
옛날 장터가 생각나네요.  
그 생각을 많이 했어요. 친근하고 즐겁고 유쾌하고 가끔 열리는 그런 장터요. 물건만 사고파는 거라면 온라인에서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멀고 외진 곳까지 방문하려면 물건도 좋고, 경험도 즐거워야 하는 거죠. 그렇게 만드는 것이 ‘마켓움’답다고 생각해요.
 
파는 물건도 특별하더라고요. 백자라던가, 화문석이라던가
물건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보고 이거다 싶으면 바로 사요. 많이 사고 많이 봐서 물건을 보는 감은 조금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켓움의 큐레이션은 지극히 저의 위주에요. 제가 좋았던 물건, 소개하고 싶었던 작가와 작품들, 저의 취향이 많이 녹아있는 큐레이션이죠. 최근 키즈 관련한 제품을 많이 말씀하시는데 제가 아직 싱글이라, 자신이 없었어요. 취약한 부분은 오랫동안 함께 참여했던 작가분이 추천해 주기도 해요.
 
손 대표는 물건과 물건이 놓인 공간에 대한 연출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사진 마켓움]

손 대표는 물건과 물건이 놓인 공간에 대한 연출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사진 마켓움]

 
어떤 분들이 셀러로 참여하세요?  
대부분 부산 일대의 작가분들이죠. 지방에는 알려지지 않은 멋진 걸 만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판로가 없죠. 저는 마켓움이 단시간 안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서울과 다른 이런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방을 잘 보면, 좋은 기회가 많아요.
 
앞서, 부산이어서 가능했다는 말의 연장선 같아요.  
정말 부산이라서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서울 와보니 더 알겠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지방의 장점은 환경이에요. 부산은 멋진 바다를 가졌고, 산도 있죠. 연출을 잘하면 정말 멋진 그림이 나와요. 또 대형 몰도 적고, 물건을 사고팔 유통도 부족하죠. 부족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비전문가라 하기엔 플리마켓 사진을 보니 멋있더라고요.  
무대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물건이 어떤 공간에서 혹은 배경에서 더 멋지게 보일까를 생각하죠. 창곶 생활을 끝내고 유랑을 시작할 때도, 뒤에 배경이 되는 가구들을 다 들고 다녔어요. 5톤 트럭이 왔다 갔다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 열정이 대단했던 것 같아요(하하). 그렇게 했더니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멋진 사진들이 공유되니 마켓을 열수록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고요.
 
노들섬에 상설매장을 열었는데, 본격적인 서울 진출인가요.
사람들이 저처럼 운영하면 비즈니스가 안 된다고 이야기하세요. 시스템을 만들어 제가 없어도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운영 돼야 한다고 말하죠. 또 온라인으로 물건을 팔아서 수수료를 받아야 지속 가능하다고 조언하죠. 다 맞는 말이에요. 전세금도 날렸고 지금도 여전히 월세에 살고 있으니깐요. 그런데, 제 방식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마켓움을 물건을 사고파는 단순한 유통 구조로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놀러 오는 곳이면 좋겠고, 다양한 장르가 섞여서 깊은 인상을 줬으면 좋겠어요. 고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만드는 건, 특별한 거라고 생각해요. 자동화되고 합리적이지 않지만, 예술적인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마켓움을 좋아하는 거고요.
 
마켓움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다양한 장르가 섞이는 멋진 축제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고 서울에 올라왔어요. 시도해 보고 싶어서요. 하지만, 전 부산이 더 좋아요. 진짜 본부는 자연이 멋진 곳에서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요.
 
〈폴인스터디 : 라이프스타일의 미래, 로컬에서 찾다〉에서는 손지민 대표 외에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 알플레이의 류은효 대표, 라이프스타일 스테이 위크앤더스 염승식 공동대표, 크립톤 벤처스 민욱조 대표 등이 연사로 참여해 로컬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모델을 만든 방법에 관한 인사이트를 전할 예정이다.

 
황정옥 폴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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