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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인천공항 비행편 못 늘리는 이유.. 2개 891억에도 팔리는 ‘슬롯’

인천공항에서는 하루 평균 1100회 이상 항공기가 뜨고 내린다. [중앙포토]

인천공항에서는 하루 평균 1100회 이상 항공기가 뜨고 내린다. [중앙포토]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띄우고 싶은데 슬롯이 없어서…." 

 

 "비행편을 더 많이 유치해야 하는데 슬롯이 부족해서…."

 

특정날짜ㆍ시간에 이착륙 권리, '슬롯'
대형 공항은 슬롯 받아야 항공기 운항

붐비는 인천공항, 슬롯 이미 포화 상태
관제 능력 확대, 공역 확충 등 대책 필요

 항공사나 인천공항 관계자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하소연입니다. 항공사는 승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하고 도착하는 노선을 운항하고 싶어하는게 당연한데요. 하지만 '슬롯'이 없어서 못 한다고 합니다. 
 
 동북아의 허브(Hub)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공항으로서도 보다 많은 항공사와 노선을 유치하는 게 필요하지만 역시나 맘대로 못한다는 건데요. 역시 '슬롯' 부족이 이유랍니다. 
 
 그런데 슬롯이 뭐길래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걸까요. '슬롯(Slot)'은 사전을 찾아보면 '개인용 컴퓨터에서 별도로 추가할 보드 따위를 끼워 넣는 자리'라는 의미가 가장 먼저 나옵니다.  
 
 '구멍'이나 '자리'라는 의미도 함께 있는데요. 이 같은 자리나 공간이라는 의미를 보다 확장해보면 공항에서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틈이라는 의미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정공항에서 특정 날짜와 시간에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권리이자 허가가 '슬롯'이다. [중앙포토]

특정공항에서 특정 날짜와 시간에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권리이자 허가가 '슬롯'이다. [중앙포토]

 
 흔히 항공업계에서 '슬롯'은 시간당 최대 이착륙 횟수 정도로 풀이하지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국제슬롯가이드라인에선 슬롯을 '항공기가 특정 날짜와 시각에 대형공항(3종 공항)에서 출·도착에 필요한 제반 공항시설을 전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허가'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좀 풀어서 말하면 해당 공항이 갖춘 각종 설비를 이용해서 특정 날짜와 시간대에 뜨고 내릴 수 있는 권리이자 허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제주공항이 항공기 운항 전에 슬롯 배정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공항입니다. 
 
 참고로 국내에서 슬롯 배정과 관련해서는 국토교통부가 관장하는 스케줄협의회가 최고 의결기관입니다.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 간부와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담당 임원이 참석합니다. 또 슬롯 배정의 실무업무는 양 공항공사와 항공사 직원들이 참여하는 한국공항스케줄사무소에서 담당합니다.  
 
 항공사가 원하는 노선에 취항하려면 떠나는 공항과 도착하는 공항 모두에서 슬롯을 확보해야만 하는데요. 특히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시간대에 출발·도착이 가능한 슬롯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상당합니다. 
인천공항은 만성적인 슬롯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포토]

인천공항은 만성적인 슬롯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포토]

 
 항공사가 슬롯을 일단 확보하면 일정 수준의 운항횟수를 유지하는 한 그 슬롯은 항공사의 자산처럼 간주된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지난 2017년에는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이 영국 런던의 히드로공항 출도착 슬롯 2개를 다른 항공사에 7500만 달러(약 891억원)에 팔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슬롯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건 공항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상당한 강점이 될 수 있는데요. 인천공항의 슬롯은 시간당 65회(여객 기준) 정도입니다. 2001년 개항 당시 시간당 38회였는데 거의 18년이 지난 지금도 채 2배가 되지 않는데요. 
[자료 인천국제공항공사]

[자료 인천국제공항공사]

 
 이 사이 인천공항의 운항편은 일평균 312회에서 지난해에는 1107회로 3.5배나 급증했는데 말입니다. 인천공항은 비선호시간대인 심야(오후 11시~오전 6시)에만 슬롯에 여유가 있을 뿐 나머지 시간대에는 거의 포화 상태입니다. 
 
 인천공항과 경쟁 관계인 창이공항(싱가포르)과 첵랍콕공항(홍콩)도 슬롯이 시간당 65~68회 정도로 포화상태라고 합니다. 반면 스키폴공항(네덜란드)은 피크시간대에 시간당 106회, 프랑크푸르트공항(독일)은 시간당 104회나 됩니다. 바로 옆 일본의 하네다 공항도 시간대별로 다르지만, 시간당 최대 90회까지 슬롯 운영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인천공항은 왜 부족한 슬롯을 대폭 늘리지 못하는 걸까요. 사실 인천공항은 제2 여객터미널과 제 3활주로를 짓는 2단계 확장 사업을 2018년 마쳤고, 지금은 제 4활주로 신설과 계류장·터미널 확장을 내용으로 하는 3단계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히드로공항은 슬롯이 시간당 최대 90회에 이른다. [연합뉴스]

영국 런던의 히드로공항은 슬롯이 시간당 최대 90회에 이른다. [연합뉴스]

 
 그래서 활주로나 계류장, 그리고 여객처리 시설(체크인, 출입국검사, 세관검사, 수하물처리시설) 등 하드웨어는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2가지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는데요. 
 
 우선 공역 문제입니다. 항공기가 이륙 후 움직일 수 있는 하늘길이 좁기 때문인데요. 공군의 훈련 공역에다 휴전선 등 지리적 제약 요건이 있어서 추가로 하늘길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또 한가지는 출입국검사와 세관검사 인력 확충입니다. 비행편이 늘어나서 입출국 승객이 증가해도 이들 인력이 부족하다면 제대로 된 공항 운영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출입국과 세관검사 인력 모두 공무원이라서 쉽게 늘리기는 어렵다고 하네요. 
슬롯을 확충하려면 체크인과 출입국 심사 등 여객처리를 위한 시설과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연합뉴스]

슬롯을 확충하려면 체크인과 출입국 심사 등 여객처리를 위한 시설과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연합뉴스]

 
 하지만 그렇다고 인천공항을 계속해서 슬롯 부족 상태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인데요. 일단 정부에서는 올해 인천공항의 슬롯을 시간당 70회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출입국과 세관 인력 확충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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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되면 조금이나마 인천공항 운영에 숨통이 트이겠지만 충분한 수준은 못 됩니다. 결국 관제능력 증대, 그리고 공군과의 공역확충 협의 등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추진되어야 인천공항의 슬롯 가뭄이 해소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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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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