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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의 시시각각] 한국당 부동산 공약, 통할 수 있나

이현상 논설위원

이현상 논설위원

정부·여당의 경제정책 능력은 낙제점이지만 이런 상황을 정치적 기회로 바꿔 버리는 능력만큼은 가위 수준급이다. 정부 출범 때 6억원대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섰다는 통계(KB 시세)가 나왔다. 청년 서민층에 통곡의 벽이 된 집값은 오히려 여권의 선거 전략 포인트가 됐다. 대통령은 ‘더 강력한 대책’을 거론하며 친서민 이미지를 굳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회주의 논란까지 무릅쓰면서 “나한테 맡겨 주면 해결하겠다”며 큰소리친다. 민주당은 보유세 강화, 청년·신혼층의 주거 안정을 총선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시장 논리 따른 공급 확대 좋지만
‘빚 내서 집 사라’ 과거 회귀는 곤란
새로운 주택 정책의 틀 제시해야

그런데 이에 맞서는 자유한국당의 정책 공약이 영 어설프다. 한국당은 총선 부동산 공약으로 ‘시장 중심 자율경제’ 해법을 내놨다. 재건축·재개발 및 대출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공급 확대책이 골자다. 세금폭탄론을 의식해 고가주택 기준 상향 조정, 보유세 완화 등도 내놨다. 명분은 시장경제 논리와 수요자들의 욕구 실현이다. 시장 논리에 바탕을 둔 공급 확대와 중산층 부담 완화 방향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정책 목표를 향한 징검다리가 너무 성글기 때문이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이를 정책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집도 분명 재화의 일종이지만 특수성이 크다. 수요와 공급 사이의 시차, 지역적 제한, 높은 가격 등 때문이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출발점과 도달점 사이에 매끈한 길을 닦는 것이 정책 능력이다. 이 점에서 현 정부는 미숙했다. 시장에 깔린 많은 변수를 무시한 채 ‘닥치고 수비’(수요 억제)에만 매달렸다.
 
한국당의 공약은 반대로 ‘닥치고 공격’(공급 확대)이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가 답이 될 수 있을까. 정부 정책은 낙제 수준이지만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의도 자체를 문제삼긴 힘들다. 저금리 상황에서 갈 곳 없는 부동자금이 집값을 떠밀고, 이에 불안해진 실수요자들이 가세하는 상황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시장에 맡겨라’는 식의 한국당 해법에는 ‘빚 내서 집 사라’는 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퇴행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나쁜 정책보다 더 나쁜 정책은 일관성 없는 정책이다. 정권만 바뀌면 180도 바뀌는 부동산 정책 속에서 서민 주거 안정의 꿈은 멍들어 왔다. 명과 암 하나로만 가득한 정책은 없다. 가령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지만, 공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DTI(담보인정비율)와 LTV(총부채상환비율) 같은 대출 규제를 도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의 진폭을 줄였다. 박근혜 정부는 ‘하우스 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섣불리 이 규제를 풀었다가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지옥문을 열고 말았다. 정책의 부정적 측면은 극복하되 긍정적 성과는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당의 공약은 서울 강남 주민, 더 넓게는 중산층을 겨냥한 듯하다. 신자유주의 옷을 걸친 성긴 정책으로 무주택자나 청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포퓰리즘 정책을 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부동산 시장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정교한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성장·저금리가 ‘뉴노멀’이 된 시대,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부풀었던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어떤 파괴적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게다가 집값 급등은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을 격화시킨다. 중산층 부담 완화 같은 눈앞의 나무만 보다가는 더 큰 숲을 놓친다. 책임 있는 대안 정당이라면 손쉬운 과거 회귀를 넘어서 주택 정책의 새로운 틀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당은 폭주하는 정권을 견제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휘두르는 정책 공약의 날은 이렇게 뭉툭하다. 그저 맞서는 것으로 만족하자는 건지, 진짜 이기자는 건지 알 수 없다.  
 
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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