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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논설위원이 간다] 스타도 인기도 권력도 ‘짤’에서 나온다

인터넷 밈 컬처의 시대

①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아무노래챌린지’ 화면. ② ‘펭수 어록’도 밈으로 퍼지며 더욱 인기를 끌었다. 과거 출연작 영상 짤이 온라인에서 재조명되며 광고계의 블루칩이 된 ③ 김영철 ④ 김응수가 출연한 CF 장면. [화면캡처]

①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아무노래챌린지’ 화면. ② ‘펭수 어록’도 밈으로 퍼지며 더욱 인기를 끌었다. 과거 출연작 영상 짤이 온라인에서 재조명되며 광고계의 블루칩이 된 ③ 김영철 ④ 김응수가 출연한 CF 장면. [화면캡처]

발매 즉시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정상을 휩쓸고 있는 지코의 ‘아무 노래’. 글로벌 슈퍼스타 방탄소년단의 신곡 ‘블랙 스완’을 따돌리며 무서운 기세를 발휘하는 노래다. 그 인기 비결로 SNS에서 중독성 강한 춤을 따라 하는 ‘아무노래챌린지(anysongchallenge)’가 꼽힌다. 처음엔 가수 화사·청하·효리 등 셀럽들이 챌린지 영상을 올렸고, 점차 일반인들이 가세했다. 1분짜리 쇼트 폼(short form) 콘텐트를 올리는 글로벌 동영상 공유 앱 ‘틱톡(Tiktok)’이 주요 무대. 중국에 본사를 둔 틱톡은 최근 1020에게 가장 핫한 소셜 앱으로 꼽힌다. 중국판 틱톡인 ‘도우인’을 포함해 틱톡의 ‘아무 노래 챌린지’ 영상 조회 수는 4억뷰를 돌파했다. 해외 스타들까지 챌린지에 가세하면서 지코의 노래는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4위에 올랐다.
 

인터넷 문화 바꾸는 ‘밈 컬처’
바이럴 마케팅 요소로도 주목
과거 스타 강제소환 인기 역주행
펭수 인기몰이 숨은 공신이기도

이처럼 SNS나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문화적 파급력을 가진 짧은 이미지를 일컫는 인터넷 밈(meme)이 주목받고 있다. 밈 컬처 단계를 넘어 적극적인 밈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밈 마케팅’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음악평론가 이대화씨는 "해외에서는 챌린지가 밈 컬처로 자리잡았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미국의 신예 래퍼 릴 나스 엑스도 데뷔 싱글 ‘올드 타운 로드’를 발표하며 카우보이 컨셉을 활용한 ‘이햐챌린지(yeehawchallenge)’로 일대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100에서 19주간 1위라는 역대 최장기록을 세우며 스타덤에 올랐다.
 
원래 ‘밈’은 『이기적 유전자』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생물학적 유전자에 상응하는 문화적 유전자’의 개념으로 창안했다. 문화적 요소들이 마치 DNA처럼 자신을 복제하며 진화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터넷 유행요소들을 응용해 만든 사진(‘짤’)이나 동영상(‘움짤’), 나아가 일종의 ‘인터넷 유행어’나 ‘인터넷 유행 현상’ 자체를 일컫는 말로 변형돼 쓰인다.
 
기존 콘텐트의 일부를 발췌·패러디·재가공해 탄생하는 밈은 아마추어·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SNS에 퍼뜨리 놀이문화로 소비된다.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와 중독성이 필수 요소다. 바이러스처럼 급속도로 확산되며 같은 밈을 공유하는 집단에 강력한 동질감을 준다. 최근에는 밀레니얼 세대를 대변하는 디지털 놀이문화로도 주목받고 있다. 옛날 영상들을 재가공해 전혀 새로운 맥락에서 소비하는 놀이문화다. 10~20년 전 영화·드라마 속 스타들이 재소환되고 인기 역주행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미국 잡지 뉴요커도 미국 이용자의 60%가 16~24세인 ‘영’ 플랫폼 틱톡을 “밈 팩토리(공장)”이라고 칭했다.
 
인터넷 밈은 국내 광고계도 접수했다. 광고계 블루칩으로 등극한 중견 연기자 김영철, 김응수가 대표적이다. 둘 다 과거 영상이 재조명받으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6년 영화 ‘타짜1’에 중간보스 곽철용 역으로 출연했던 김응수는 극 중 캐릭터와 “묻고 더블로 가”라는 대사가 뒤늦게 인터넷 밈으로 인기 끌었다. 각종 패러디가 쏟아졌고, 곽철용 캐릭터와 대사를 활용한 CF 5편에 출연했다. 광고 출연 제의는 무려 130여 건에 달했다. 개성파 조연으로는 이례적인 인기 역주행이다. 앞서 김영철은 2002년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 김두한 역으로 출연해 “4딸라”를 외치는 장면이 인기 밈이 됐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4딸라 아저씨’란 애칭을 얻었고, 버거킹 광고에 나와 예의 ‘4딸라’를 외쳤다.
 
최근 알바몬 광고에 출연한 90년대 가수 박미경도 비슷하다. 2012년 MBC ‘나는 가수다’ 출연 당시 ‘영혼 없는 국어책 리액션’ 짤이 꾸준히 화제가 됐다. 이번 광고에서도 그 장면을 재연했다.
 
지난해 최고의 캐릭터라 할 펭수의 뒤에도 밈의 힘이 숨어 있다. 직장인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사이다 발언으로 ‘직장인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펭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200만을 돌파했다. 실제 풀 영상을 다 챙겨보는 이들도 많지만, 어디서든 사장 이름 “김명중”을 외친다든지 “눈치 챙겨” “이유는 없어 그냥 해”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등 짧게 편집된 ‘펭수 어록’이 밈으로 퍼진 게 주효했다. 만화칼럼니스트 서찬휘씨는 “유튜브로 흥한 캐릭터의 특성을 잘 아는 제작진이, 이용자가 맥락을 재조립하고 재생산하기 용이한 ‘밈’형 장면과 자막을 붙여놨다. 아예 공유하라고 떡밥을 마구 뿌려놓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팬덤의 필수요소 … 파급력 커질것
 
TV 토크 프로들이 ‘흑역사’라면서 연예인의 ‘짤’을 주된 대화 소재로 삼는 것도 밈의 영향력을 말해준다.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권상우는 2003년 SBS ‘천국의 계단’의 한 장면이 일명 ‘소라게’ 짤로 유행했고,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나왔다고 소개했다. 권상우가 스튜디오에서 이 짤을 2020 뉴 버전으로 재연한다는 게 예고 영상으로 나갈 정도로 화제였다. 며칠 후 MBC ‘아이돌 스타 선수권대회’에 출연한 아이돌 골든차일드의 멤버는 우승 세레모니로 ‘소라게’ 짤을 선보였다. 이 역시 SNS에 마구 뿌려졌다. 밈의 확장 과장을 보여주는 한 예다.
 
평론가 강명석씨는 김영철의 ‘4딸라 밈’을 분석한 글에서 “김영철은 지금 세상이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과거 연기한 ‘태조 왕건’의 궁예, ‘야인시대’의 김두한, 영화 ‘달콤한 인생’의 조폭 보스 강사장은 모두 위압적인 카리스마를 내세웠지만, 지금 인터넷에서는 진지하게 임한 연기가 맥락이 없어진 채 온갖 방식으로 변형된 밈으로 퍼져나간다. 막무가내로 남성성을 강조하는 캐릭터가 더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에 밈은 그것들을 온갖 방식으로 놀릴 수 있는 수단이 됐다”고 썼다.
 
그밖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90년대 대중문화를 재조명하는 ‘온라인 탑골공원’ ‘레트로’ 열풍도 문화를 밈으로 소비하는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 정점이 30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가수 양준일일 것이다. 팬들이 찾아낸 그의 과거 영상이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천재’라는 밈으로 퍼지면서 ‘양준일 현상’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지금 ‘오스카 레이스’가 한창인 영화 ‘기생충’도 미국 개봉 초기 박소담의 대사 일부가 ‘제시카 징글’이란 이름으로 SNS에 패러디 열풍을 낳으며 크게 주목받았다.
 
『BTS와 아미 컬처』의 저자 이지행 박사는 “밈 컬처의 파급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밈 없는 아이돌 팬덤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밈을 모르고서는 인터넷 문화를 논할 수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할 수도 없는 시대다. 모든 밈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인터넷, 그것도 소셜 미디어에 맞는 콘텐트·문화가 바로 밈이다. 밈에서 인기와 성공, 흥행과 영향력이 나온다. 밈이 권력이다.
 
키워드
밈(Meme)=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창안한 개념. 모방을 통해서 언어 사상 신념 태도 유행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유전자 역할을 하는 존재를 ‘밈’이라 불렀다. 일종의 ‘문화적 유전자’다.
  
인터넷 밈=SNS에서 유행하며 확산되는 이미지나 동영상. 기존 콘텐트의 일부를 편집·재가공해 탄생한다. 도킨스의 원래 ‘밈’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동국대 조동기 교수는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통해 전파되는 문화적 상징이나 사회적 사고”라고 칭한다. 해외에서는 1990년대 온라인에 널리 퍼진 춤추는 아기 사진(‘댄싱 베이비’)을 최초의 밈으로 보기도 하는데, 지금 같은 밈이라는 용어 사용은 2000년대 이후 시작됐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미지. 짤은 jpg, 움짤은 1~2초 내외 gif 파일이다. ‘짤방’이라고도 부른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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