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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보다 먼저 협의하고도 늦게 뜬 전세기…대중 외교 밀렸나

정부는 31일 우한에서 교민 350~360명을 수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민 수송에 나설 대한항공 전세기가 정비창에 대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정부는 31일 우한에서 교민 350~360명을 수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민 수송에 나설 대한항공 전세기가 정비창에 대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의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의 체류 국민을 실어오기 위한 임시 항공편이 30일 밤 8시 45분 인천 국제공항에서 출발한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우한 톈허공항이 인천에서 3시간 거리인 것을 고려하면 교민들은 31일 새벽에야 우한을 뜰 것으로 예상된다. 보잉 747편에 350~360명 정도를 싣고 올 계획이라고 한다.

 
앞서 정부는 이날과 31일 오전 각각 두 대씩 총 넉 대의 비행기를 띄워 700여 명의 국민을 실어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 측이 29일 밤늦게 이 같은 비행 스케줄을 불허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정부가 중국과의 협의도 채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귀국 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것이다.
 

이틀 만에 뒤바뀐 수송 계획

대한항공 전세기가 30일 오후 8시 45분 중국 우한과 인근 지역 체류 한국인을 수송하기 위해 출발한다. 사진 속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전광판에는 우한행 비행기 편명과 시간이 표시돼 있다.최정동 기자

대한항공 전세기가 30일 오후 8시 45분 중국 우한과 인근 지역 체류 한국인을 수송하기 위해 출발한다. 사진 속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전광판에는 우한행 비행기 편명과 시간이 표시돼 있다.최정동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28일 오후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우한에 체류하는 국민 중 귀국을 희망하는 분들을 위해 30~31일 전세기를 보내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5시쯤 정부 고위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외교부 이태호 2차관을 비롯한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하고, 마스크 200만개와 방호복 10만벌 등 의료 구호 물품을 보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30일 오전 10시, 낮 12시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서 비행기를 띄운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29일 저녁 늦게 중국 측이 “우선 1대 운영만 승인할 예정”이라고 한국에 통보하면서 상황은 요동쳤다. 주우한 총영사관은 30일 오전 1시 '긴급 공지'를 띄워 “중국 측 비행 허가가 변경됐다”며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한) 집결계획을 취소한다”고 교민들에게 알렸다. 귀국만을 기다려온 교민사회는 당연히 패닉에 빠졌다.
 

'대낮 엑소더스' 꺼린 중국, 간파 못 한 한국

강경화 외교장관은 당초 계획이 변경된 이유에 대해 “중국 측은 ‘미국과 일본의 다수 임시항공편 요청이 있기 때문에 우선은 1대 허가를 내주고 순차적으로 요청을 받는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중국 입장에서) 낮에 자국 내에서 비행기에 싣고 하는 것(외국인들이 떠나는 것)을 보여주기가 싫었던 게 아니겠나”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우한 폐렴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외국인들의 ‘엑소더스’가 일어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서란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외에도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20여 개국이 자국민 귀국을 추진하고 있다. 사태 초기에 발 빠르게 대응한 미국, 일본은 국민을 실어 왔지만,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중국이 허가를 미루자 계획을 접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우한 폐렴 사태가 시 주석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중국의 기조는 앞서 28일 한ㆍ중 외교장관 전화 통화에서도 묻어났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 외교부장이 ‘시 주석의 개인적 리더십 하에 전국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염병에 단호하게 대응했으며 유익한 결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하며 시 주석 차원의 방역 의지를 강조했다. 한국은 이런 중국의 기조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채 '한낮 네 차례 수송' 계획을 덜컥 미리 발표한 것이다.
 

논의는 제일 먼저 시작했는데…미ㆍ일에 밀려

한국이 미국·일본 등 우방국에 비해 ‘위기 외교’에서 한 수 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전세기 논의는 중국 정부와 우리 정부가 가장 먼저 협의를 했다”며 “가장 빨리 전세기 이야기를 꺼낸 나라가 대한민국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설명에 따르면 한국은 미·일보다 일찍 중국에 귀국 계획을 밝혔는데도 중국이 오히려 미·일보다 '비행 허가'를 뒤늦게 내준 게 된다. 우한에는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총영사관이 있고 일본은 아예 총영사관도 없다.
  
미국은 29일(현지시간) 201명을 싣고 우한 공항을 출발했다. 일본도 29일 오전 206명을 1차로 수송했고, 30일 2차 전세기편으로 210명을 데려왔다. 반면 한국은 31일에야 수송한다. 그동안 청와대는 중국 혐오 우려가 있는 ‘우한 폐렴’이란 용어 사용을 자제할 것을 언론에 요청하기도 하고, 중국에 마스크 등 의료 물품 지원, 별도의 5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 나름 성의 표시를 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한국의 수송 일정을 사실상 거부했고, 통보도 임박해서 했다.
 
이번 일이 고위급 차원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한ㆍ중 관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문 대통령이 2017년 12월과 지난해 12월 두 차례 걸쳐 방중했지만, 시 주석의 방한은 계속 미뤄졌다. 정부는 올 상반기 시 주석 방한을 성사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2018년부터 리커창 국무총리와 시 주석의 일본 방문, 아베 신조 총리의 방중 등 교류가 활발했다. 이번 위기 상황에서 이 같은 양자 관계의 차이가 영향을 미쳤단 얘기다.
 

한국인 대신 들어온 신임 중국대사

때마침 이날 싱하이밍(邢海明ㆍ56)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입국했다. 싱 대사는 한국인 귀국과 관련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한·중 관계를 위해 다른 문제들은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유정·신혜연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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