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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직격인터뷰] "북한 개별관광, 큰 수익 내지 않으면 막지 않는 게 바람직"

'북한의 저승사자' 아인혼 전 미 국무부 특보
 '북한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지난 22일 북한 개별관광과 관련, "김정은 정권이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현 기자

'북한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지난 22일 북한 개별관광과 관련, "김정은 정권이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현 기자

 올해 한·미 양국에 '선거의 해'가 밝았는데도 한반도 문제는 여전히 짙은 안개 속이다. 비핵화 협상 2년이 되도록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 폐기는커녕 '새로운 길'을 선언한 상태다. 북한의 핵실험 한 방이면 그간의 비핵화 노력이 물거품이 될 판이다.

북, 중·러 관계 의식해 도발 삼갈 듯
트럼프, 대선 탓에 군사 대응 안 원해
핵동결을 중간 목적지 삼는 게 좋아
핵무장 시 미국, 원전 원료 공급 중단

 
애가 탄 정부는 북한 개별관광 허용 등 전향적이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카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반발도 거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듯 미묘한 상황 속에서 '북한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가 방한해 지난 22일 그의 숙소에서 만났다. 아인혼 전 특보는 논란이 된 북한 개별관광에 대해 "김정은 정권에 큰 수익을 안겨주지 않는다면 미국은 이를 막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신들을 지원 중인 중국·러시아와 멀어질 것을 우려해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같은 고강도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북한 개별관광에 대해 해리 해리스 대사는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혀 내정 간섭 논란을 빚었는데.
"이 문제는 한·미 간에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해리스 대사의 입장이 옳다고 생각한다. 엄격히 보면 북한 개별관광은 한국의 국내 문제는 아니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에 거부권이 있다는 뜻도 아니다. 지금의 경제 제재 대상에서는 빠져 있는 까닭이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개별 관광으로 북한에 얼마나 많은 수익이 떨어지느냐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중국인 관광으로 상당한 돈을 벌고 있다. 만약 북한 개별관광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라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뤄 북한은 남측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개별관광을 받아들이진 않을 거다. 오로지 돈이 되느냐를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게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큰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면 미국이 막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
- 김정은이 새로운 길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도발 가능성은.
"북한은 핵무기나 ICBM 실험을 하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걸 알고 있을 거다. 중국은 식량, 에너지, 그리고 관광 등을 통해 많은 북한을 크게 돕고 있다. 중·러는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를 풀기 위한 결의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니 김정은은 이들과 소원하게 되는 걸 원치 않을 거다. 따라서 당분간 심각한 도발은 삼갈 공산이 크다."
아인혼 전 미 국무부 특보 강정현 기자

아인혼 전 미 국무부 특보 강정현 기자

- 그럼에도 만약 북한이 도발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행동으로 대응할까.
"그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과거 북한이 도발했을 때도 가만히 있지 않았냐. 게다가 올해는 선거의 해다. 트럼프는 선거를 앞두고 미국이 전쟁에 빠져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 게다가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 이란은 위협적인 반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핵, 또는 ICBM 실험에 맞서 북한을 공격할 경우 아주 심각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트럼프는 이를 원치 않을 것이다."
- 올해 열리는 미 대선이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줄까.
"물론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북 정책이 실패로 비치길 원치 않는다. 그래서 북·미협상은 살아있고 여전히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가 옳은 일을 할 게 틀림없다는 주장을 대중 연설과 트윗을 통해 계속할 것이다. 그가 재선을 노리는 한 북한과의 전쟁은 원치 않을 게 분명하다."
 
이번 아인혼 전 특보의 방한은 미국의 한국정책, 특히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을 파악하기 위해 이뤄졌다. 그는 확정억제 정책을 한국인들이 신뢰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한국의 전문가들을 두루 만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미국 내 고위 장성들은 미국 안보에 한국이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 북한이 미 본토를 위협하는 ICBM만 개발하지 않으면 비핵화가 불완전해도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도 결코 불완전한 비핵화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럼에도 먼저 핵 동결을 중간 목적지로 설정하는 게 좋다. 핵무기는 물론 사정거리를 막론하고 모든 미사일 테스트를 중단해야 한다. 이 정도로 모든 제재를 풀 수는 없지만, 북한은 여기에 합당한 부분적 보상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북한이 실망할 수 있으나 의미 있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아인혼 전 미 국무부 특보. 강정현 기자

아인혼 전 미 국무부 특보. 강정현 기자

- 예컨대 어떤 보상이 적당할까.
"종전선언, 평양·워싱턴 내 연락사무소개설, 인도적 지원, 그리고 한·미 간 합의 시 합동군사훈련 규모 축소 등이 괜찮을 것이다."
-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50억 달러를 내라고 하는데.
"지나친 요구다. 물론 미국이 동맹국들에 공동 방위를 위해 좀 더 기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동맹국들에 이런 요청을 하고 있다. 아시아 동맹국들에 똑같은 요구를 하는 것 역시 합리적이다. 하지만 지금껏 동맹국들이 공동방위를 위해 기여해온 것들도 고려하여야 한다. 한국은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일을 해왔다. 그러니 5배를 내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 분명한 건 이 문제에 대한 합의를 빨리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동맹국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 트럼프 행정부가 비용 때문에 주한미군을 감축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
"한가지 알아야 할 게 있다. 주한미군의 경우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것보다 한국에 계속 주둔시키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 지난 대선 때 힐러리 캠프에서 양쪽 경우의 비용을 계산했는데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여기에 남겨두는 쪽의 비용이 적게 나왔다."
-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 데다 미국이 분담금 50억 달러를 요구하면서 한국 에서는 핵무장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측에서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려 하면 한국은 자동으로 미국 측의 협조를 받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미국은 핵발전용 농축 우라늄 공급을 끊게 돼 있다. 그게 미국법이다. 한국은 전체 전력의 30%가량을 원전에서 얻으므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이 70년 말, 80년대 초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발각된 적이 있었다. 당시 헨리 키신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국은 핵무기를 개발할 수도 있고, 미국과 동맹을 맺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이것이 여전히 미 행정부의 입장일 것이다."
- 미국은 왜 동맹국의 핵무장을 기피하나.
"불안정성을 낳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동맹국 때문에 미국이 원하지 않는 핵전쟁에 끌려들어 갈 수 있다. 이외에도 동맹국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입장을 견지하려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 대해 동맹국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는 미국에 있어서 중대한 의무다."
 
☞로버트 아인혼=미 국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군축 및 핵 비확산 전문가. 미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 및 대(對)이란·북한제재조정관으로 일해 ‘대북 저승사자’로 불렸다. 한·미 원자력협정 제2차 개정 협상 당시에는 미국 측 협상 대표로도 활약했다. 지금은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군축 및 비확산 담당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코넬대를 졸업한 뒤 프린스턴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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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에는 김서희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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