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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만 해라, 출입로 막겠다” 진천·아산 '우한 격리수용' 반발

 
“천안에서 반발하니까 우리 동네로 보내는 거냐.”

정부, 우한 교민 진천·아산 공무원 연수시설 수용키로
충북혁신도시 주민 "천안 반발하니 우리 동네로 보내냐"
아산 시민 "정부가 지역 싸움 붙여, 아산 의료시설 부족"
전문가 "꼭 필요한 시설, 갈등봉합·불안감 해소책 내놔야"

정부가 29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격리 수용 장소를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역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30~31일 전세기로 국내 송환하는 중국 우한 지역 교민과 유학생을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 나눠 격리 수용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 인재개발원 입구에 지역 주민들이 트랙터 등을 이용해 바리케이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주민들은 "우한 교포 인재개발원 수용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다. [독자 제공]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 인재개발원 입구에 지역 주민들이 트랙터 등을 이용해 바리케이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주민들은 "우한 교포 인재개발원 수용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다. [독자 제공]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은 진천군 덕산읍과 음성군 맹동면 에 조성된 충북혁신도시에 있다. 인재개발원 등 11개 공공기관이 이주했다. 2014년 아파트 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공공기관 직원과 혁신도시 주변 산업단지 근로자가 주로 살고 있다. 아파트 단지는 15개 중 12개 단지(1만952세대)가 입주를 마쳤다. 이곳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2만5937명이다.
 
인사혁신처 산하 공무원 인재개발원은 국가·지방 공무원을 교육하는 곳이다. 신축 건물에 기숙사 수용 인원만 519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충북 혁신도시 주민 최모(41)씨는 “자녀 2~3명씩 둔 가구도 많은데 하필 격리 수용장소로 진천을 선택했다는 게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난다”며 “아무리 급해도 주민들 의견을 묻지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우한서 송환될 교민 격리시설 2곳. 그래픽=신재민 기자

우한서 송환될 교민 격리시설 2곳. 그래픽=신재민 기자

 
충북혁신도시 거주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맘카페에서도 비난이 일고 있다. “아파트가 코 앞인데 무슨 소리냐” “혁신도시 주민은 사람이 아니냐.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낼부터 시댁이나 친정으로 떠나겠다” “천안에서 반발이 심하니까 공무원 많이 사는 혁신도시로 오는 거냐”는 등 우려를 표하는 글이 게시됐다.
 
일부 주민들은 혁신도시의 모든 출입 도로를 봉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주민 박모(39)씨는 “일단 마스크와 세정제를 구입할 예정”이라며 “당분간 혁신도시를 떠나 친척 집이나 숙박시설에서 거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도와 진천군은 “아직 정부로부터 공문이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사태 파악을 하고 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충북혁신도시는 전체 도시 면적이 660만㎡로 협소한 데다 인구가 밀집해 있어 격리 장소로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며 “대형 병원이 없어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아무런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항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아산시도 반대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세현 아산시장은 "경찰 인재개발원으로 결정한 것은 합리적 기준도, 절차적 타당성도 결여되어 있고, 지방정부와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었다"며 "경찰 인재개발원 인근엔 신정호 등 관광지와 아파트단지가 있어 유동인구가 많고, 음압병동 등 전문시설과 신속대응 시스템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천안에서 아산으로 번복된 이유에 대한 아산시민들의 허탈감 및 분노가 극에 달했다"며"정치적 논리와 힘의 논리에 밀려 아산으로 결정됐다는 점이 아산시민들의 상실감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이명수(아산갑) 국회의원은 "격리시설 입지 선정 관련 정부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행정 편의적 발상은 문제"라며 "한 교민을 수백명 단위로 특정시설에 보호하면 대규모 감염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권역별 또는 그룹별로 나누어 다수의 시설에서 분산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시민 박모씨는 “천안이나 아산이나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아마 천안시장 선거와 총선과 맞물려 판이 뒤집어질까봐 수를 쓴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아산시의회가 아산 부시장 등 집행부와 대책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아산시]

29일 오전 아산시의회가 아산 부시장 등 집행부와 대책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아산시]

 
경찰 인재개발원 인근 주민 김재호(63·아산시 초사동)씨는 “해당 지자체 주민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어디 있느냐. 천안에서 반발한다고 인접 도시로 바꾸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정부가 지역 간 싸움을 붙이는 꼴이다. 아산에는 의료시설도 없고, 인재개발원에는 전국에서 경찰이 몰려와 방역이 어려운 곳이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29일 경찰 인재개발원 입구에 트랙터 등을 동원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아산시 초사동에 있는 경찰 인재개발원은 경찰간부 후보생과 간부 승진자 교육을 하는 곳이다. 기숙사 수용 가능 인원은 1276명이다. 
 
천안아산경실련은 성명을 내고 “우한에서 송환하는 교민은 김포공항에서 가까운 곳의 정부 재난대피시설을 활용하면 될 것”이라며 “편리한 시설의 활용도 중요하지만 이동에 따른 위험성을 감안해 공항에서 단 몇 분이면 도착이 가능한 곳을 활용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후베이성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입국을 정부가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도 요구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우한 폐렴과 관련해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우한 폐렴과 관련해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격리수용 시설은 꼭 필요한 시설인 만큼 지역 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 우한 교민의 안전을 위해 격리수용 시설이 필요한데 일부 정치인들이 총선을 앞두고 무조건 반대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정부가 격리시설 안정성이나 폐렴 전파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행정학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어느 지역을 선택한다해도 반발을 막을 수 없다”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역체계, 격리수용 시설이 들어설 입지조건에 대한 분명한 이유, 불안감을 감수하는 주민들에 대한 의료시설 확충 등의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천·아산=최종권·김방현·신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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