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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이 봉이냐" 정치인들 '지역 장사'가 우한 공포 더 키웠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우한 폐렴 중국 교민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우한 폐렴 중국 교민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아래는 정부가 '우한 폐렴'과 관련해 30~31일 전세기로 국내 송환하는 중국 우한 지역 교민과 유학생을 격리 수용할 곳으로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2곳을 검토 중이라고 쓴 본지 기사에 대한 취재일기다.
 

[취재일기]

하나, 예상했다.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런 기사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독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 댓글 5000여개가 달렸고 천안을 격리시설로 정하지 말아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댓글과 e-메일, 전화로 접한 반응은 세 가지로 요약됐다. “왜 천안이냐”는 불만, “무인도ㆍ호남ㆍ청와대에 수용하라”는 특정 지역(계층) 혐오, 혹은 “천안이 교통 요지인데 괜찮으냐”는 식의 오해였다. 돌이켜보면 기사 제보자조차 “수용 시설이 천안 도심에서 가까워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의 불안감도 이해한다. 그런데도 보도했다. 먼저 공개할수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그만큼 지역 사회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다.
 
둘, 충분히 예상했다. 이 보도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란 점을. 당장 ‘결사반대’ ‘충남이 봉이냐’ 같이 지역 민심을 자극하는 선정적 정치 구호가 등장했다. 이정만 자유한국당 천안갑 예비후보, 박상돈 자유한국당 천안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장기수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장 예비후보가 각각 입장을 냈다. 한결같이 “천안은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분명히 해둘 것은 천안이 아니라 서울ㆍ부산ㆍ광주였다 하더라도 어딘가에는 격리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 목숨은 그들의 목숨과 마찬가지로 소중하다. 인근에 국가지정 음압 치료 시설은커녕 변변한 의료시설조차 없는 격오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대형 전염병 발병 주기가 짧아지는 상황에서 번듯한 대형 국가 지정 격리시설조차 하나 없는 현실부터 곱씹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예상했다. “그럼 기자 집 옆에다 우한 교민을 격리하라”는 댓글을. 그런데도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길 바라는 취지에서 쓴다. 막연한 불안에 특정 집단을 혐오해선 안 된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불안감에 근거한 주장에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며 “수용이 끝난 뒤 소독ㆍ방역을 철저히 하면 감염학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추신, 하나 예상하지 못했다. 외교부는 28일 오후 4시 10분 우한 교민을 보도에서 언급한 천안 2곳에 격리 수용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하지만 20분 뒤 “민감한 사항이라 현재로선 격리 장소를 밝힐 수 없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대형 질병에 맞서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가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반발을 예상 못 했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서도 수그렸다면 무능하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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