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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방역 대통령은 질병본부장” 문 대통령, 이 말을 했어야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2015년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는 190일간 186명을 감염시키고 38명이 숨졌다. 멀쩡한 30, 40대 시민과 의사·간호사가 희생됐다. 상처가 깊었던 한 이유가 ‘정부 실패’였다. 연금전문가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면에 나섰다.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내가 컨트롤타워가 돼서 선봉에 서겠다”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국립중앙의료원·경기도 상황실·수원보건소·서울대병원을 잇따라 방문했다. 현장 점검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은 수시로 참모진에게 전화를 걸어 대응 방안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최고의 전문가인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보이지 않았다. 질병본부를 지키면서 전체 상황을 통제해야 할 본부장이 부산의 메르스 현장 조사에 나서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총리·장관이 나서는 사이 상황이 악화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 인터뷰
대통령 “전수조사” 지시는 부적절
야전사령관인 본부장 힘 실어주고
지자체가 질본 명령 따르게 해야
메르스처럼 오래 갈 것, 초여름까지

우한 폐렴이 한국의 방역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고 청와대가 컨트롤타워(지휘본부)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 박능후 장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그나마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여기저기 회의에 불려 다니지 않고 충북 오송의 본부를 지키고 있는 게 다행이다.
 
메르스 이후 질병본부는 국장급 부처에서 차관급으로 두 단계 뛰었다. 2016년 2월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차관급 질병본부의 초대 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조류인플루엔자(AI)·콜레라 등의 감염병과 싸웠다. 정 전 본부장에게 현 상황을 물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현황 및 국내 네번째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경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현황 및 국내 네번째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경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우한 입국자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대통령이 나서 전수조사를 지시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전수조사할지는 질병본부장이 결정할 일이다. 대통령이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제시하기보다 ‘방역 대통령은 질병본부장’이라고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본다. 야전사령관인 질병본부장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
 
어떤 조치가 필요하나.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대통령이 ‘질병본부장이 상황에 맞춰 인력·조직·예산 등을 요청하면 중앙·지방정부가 우선적으로 따르라. 이를 어기면 책임을 묻겠다’고 말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27일 “우한 입국자 전수조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하자 보건복지부와 질병본부는 거의 하루 만에 대상자를 3023명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지시다 보니 최우선적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7일 “더 큰 상황으로 어떻게 번질지 모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전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정기석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라는데.
“감염병은 일반 정책과 완전히 다르다. 전문가의 영역이다. 비전문가가 나서면 안 된다. 컨트롤타워는 질병관리본부다. 사공이 두셋이면 곤란하다. 물론 전수조사를 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지시하니까 ‘처음부터 하지 왜 지금이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본부장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하던데, 그것도 질병관리본부장이 맡는 게 맞다고 본다.”
 
어떤 인력이 부족하나.
“내가 본부장을 할 때 이낙연 총리한테 ‘검역 인력을 늘리는 게 숙원사업’이라고 요청했다. 공항 입국자가 늘어나 인력 증원이 절실했다. 하지만 복지부에 올리면 후순위로 밀리고, 기재부에서 밀렸다. 역학조사관 증원도 마찬가지다.”
 
현재 역학조사관은 가급(의사+6년 경력)이 7명 정원에 3명밖에 없다. 나급은 31명 정원에 27명, 다급은 5명 정원에 2명만 있다.
 
공무원을 많이 늘리지 않았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질병본부가 차관급 부처라고 하지만 5급 이상 간부 인사권이 없다. 복지부가 한다. 6급 이하만 본부장이 인사하는데 말이 되느냐. 예산편성권이 없으니 인력 충원에 대응할 수도 없다. 질병본부 콜센터(1339)가 전화를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미 예상된 일이다. 긴급대응센터장 같은 국장급 간부도 행정 능력은 우수하지만 보건 분야 전문가가 오지 않는다. 복지부가 ‘인사 돌리기’에 질본을 활용하는 게 여전하다.”
 
뭘 시급히 보완해야 하나.
“질병본부장이 지자체 보건소 인력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은 지자체 소속이고, 행정안전부 지휘를 받는다. 질병본부장 요구에 제대로 따라오지 않는다. 이런 점을 청와대가 해결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중에 청와대가 ‘우리는 충분히 협조하라고 했는데, 왜 이리 됐느냐(우한 폐렴 확산을 가정)’고 따질까 걱정이다. 현장에 질병본부장의 명령이 전달되고 시행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 전 본부장은 “감염병에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인사와 예산권을 가지려면 질병관리청으로 독립하는 게 맞다”며 “승격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한 폐렴을 어떻게 보나.
“독감보다 다소 독한 것으로 보인다. 치사율은 4%로 낮고, 전염력은 굉장히 세다. 폐에 바이러스가 달라붙어 있지 않고 목구멍(목젖 뒤)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환자들이 ‘목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바이러스가 목에서 나오니까 무증상 상태에서 감염시킨다는 말이 나온다. 가래에서 바이러스가 나온다면 이렇게 빨리 퍼지기 어렵다. 지하철에서 기침을 하는 사람을 통해 목에서 바이러스가 퍼질 수도 있다. 기침을 안 해도 전파하는 경우도 있다. 감기나 독감처럼 지역사회에 퍼지는 상황이 최악이다.”
 
얼마나 갈 것 같나.
“마지막 환자 치료가 끝나고 한 달 지나야 종결 선언을 한다. 메르스처럼 오래 갈 것이다. 초여름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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