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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김광석·김민기…학림다방이 품은 34년의 기억

이충열 대표

이충열 대표

“30년 동안 공간은 그대로인데 이곳을 찾는 이들이 변하더군요. 우리들의 시절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한 장소에서 계속 지켜본다는 건 참 묘한 기분입니다.”
 

학림다방 사진전 연 이충열 대표
“공간은 그대로인데 찾는 이 변해
전혜린도 백기완도 창가 자리 고집”
최근 ‘비엔나 커피’ 인증샷 명소 돼

서울 대학로 ‘학림다방’ 이충열(65·사진) 대표의 말이다. 1956년 종로구 대학로 119번지에 문을 연 학림다방은 서울대학교가 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서양고전 음악이 흐르는 지성인의 단골다방으로, 음악·미술·연극·문학계 인사들의 사랑방으로 자리해왔다. 다방이 팔리며 레스토랑처럼 분위기가 바뀐 것을, 1987년 이 대표가 인수해 예전의 학림으로 복원했다. 그 세월이 34년이다.
 
군 사진병으로 복무한 이 대표는 학림다방 안팎의 세월을 카메라에 담았다. 2월 9일까지(28일 개막)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리는 사진전 ‘학림다방 30년’이 그 결과물. 흑백필름 500롤, 커트 수 1만5000장에서 고른 60여장이 ‘젊은 날의 초상’ ‘창밖으로 흐른 시절들’ ‘학림다방’ 등 3개 카테고리로 나눠 전시됐다.
 
이충열 대표의 흑백필름 카메라에 잡힌 ‘학림다방’ 단골 예술인들. 문인 이덕희(학림다방·1990년).. [사진 이충열]

이충열 대표의 흑백필름 카메라에 잡힌 ‘학림다방’ 단골 예술인들. 문인 이덕희(학림다방·1990년).. [사진 이충열]

‘젊은 날의 초상’에선 가수 김광석과 배우 송강호·황정민·설경구 등의 초년 시절 모습, 가수이자 연출가 김민기의 20년 전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창밖으로 흐른 시절들’엔 학림다방 2층에서 내려다본 대학로 풍경이 담겼다. 모든 사진에 플라타너스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8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 때와 2002년 월드컵 때의 축제 인파가 인상적이다. 류가헌 갤러리의 박미경 관장은 “같은 장소에서 30년 넘게 달라지는 풍경을 담는 일은 드문 일이라, 사진계도 주목한다”고 했다. ‘학림다방’ 섹션에선 다방 내부와 시인 김지하·윤구병, 정치인 백기완 등 단골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 대표를 지난 21일 학림다방에서 만났다.
 
이충열 대표의 흑백필름 카메라에 잡힌 ‘학림다방’ 단골 예술인들. 배우 송강호(연극 분장실·1991년). [사진 이충열]

이충열 대표의 흑백필름 카메라에 잡힌 ‘학림다방’ 단골 예술인들. 배우 송강호(연극 분장실·1991년). [사진 이충열]

31세에 인수했는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로 시작했다. 1년 후 주인이 좋은 가격에 내줘 지금까지 왔다. 우리 세대의 우상 김민기씨와 여러 예술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결심했다. 다방 인수는 내 인생의 ‘행운’이었다.”
 
이충열 대표의 흑백필름 카메라에 잡힌 ‘학림다방’ 단골 예술인들. 가수 김광석(학전 무대·1993년). [사진 이충열]

이충열 대표의 흑백필름 카메라에 잡힌 ‘학림다방’ 단골 예술인들. 가수 김광석(학전 무대·1993년). [사진 이충열]

송강호·황정민·설경구 등 유명 배우들의 초창기 모습이 신선하다.
“연우무대와 학전소극장 포스터와 보도 자료용 사진을 찍었을 때다. 94~97년 ‘지하철 1호선’ 포스터엔 ‘사진=이충열’이라고 적혀 있다. 무대 사진을 찍고 남은 필름으로 연습실·분장실의 배우들을 찍었는데 나도 이번에야 그걸 찾았다. 가난했지만 열정만은 대단했던 때라 모두 풋풋하다.”
 
이충열 대표의 흑백필름 카메라에 잡힌 ‘학림다방’ 단골 예술인들. 가수이자 연출가인 김민기(학전 무대 뒤·1999년). [사진 이충열]

이충열 대표의 흑백필름 카메라에 잡힌 ‘학림다방’ 단골 예술인들. 가수이자 연출가인 김민기(학전 무대 뒤·1999년). [사진 이충열]

단골들이 좋아하는 자리는.
“대부분 창가를 좋아했다. 백기완 선생은 두 달 전까지도 매일 아침 창가 구석 자리에서 커피를 들었는데 건강이 안 좋아 요즘 못 나온다. 수필가 전혜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친구이자 문인 이덕희를 만난 것도 창가 자리였다.”
 
‘학림다방’ 2층에서 내려다본 대학로 풍경. 같은 거리지만 1989년 데모 현장과 2002년 월드컵 축제 모습(아래 사진)은 이렇게 달랐다. [사진 이충열]

‘학림다방’ 2층에서 내려다본 대학로 풍경. 같은 거리지만 1989년 데모 현장과 2002년 월드컵 축제 모습(아래 사진)은 이렇게 달랐다. [사진 이충열]

휴대폰이 없던 시절 학림의 전화기는 모두의 전화기였다. 우편주소를 이곳으로 해놓은 이들도 많다. 메모판엔 누군가에게 전하는 쪽지로 가득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김수현과 김창완이 바둑 두며 얘기하던 장면도 여기서 촬영했다. 요즘엔 젊은이들이 ‘비엔나커피’를 즐기며 인증샷 찍는 복고풍 명소가 됐다.
 
‘학림다방’ 2층에서 내려다본 대학로 풍경. 같은 거리지만 1989년 데모 현장(위 사진)과 2002년 월드컵 축제 모습은 이렇게 달랐다. [사진 이충열]

‘학림다방’ 2층에서 내려다본 대학로 풍경. 같은 거리지만 1989년 데모 현장(위 사진)과 2002년 월드컵 축제 모습은 이렇게 달랐다. [사진 이충열]

이 대표는 “30년간 더 부지런히 기록했다면 현대 인물사 한 권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학림과 사진기를 놓지 않은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학림다방 30년』 사진집 서문은 소설가 정찬이 썼다. 제목은 이렇다. “공간이 없으면, 시간은 어디에 기억될 것인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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