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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숨겨도 캐나다 AI는 알았다···한달 전 우한폐렴 예측한 의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의 전세계 확산을 가장 먼저 예측한 것은 캐나다 인공지능(AI)이었다. 17년 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때 사투를 벌인 캐나다 의사가 창업한 스타트업 기술이다. 
 
캐나다 스타트업 '블루닷(BlueDot)'이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먼저 우한 폐렴의 확산을 경고했다고, 미국 언론 와이어드를 비롯한 외신들이 28일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블루닷은 AI로 전세계 뉴스와 항공 데이터, 동식물 질병 데이터 등을 수집·분석해 '바이러스가 확산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후 지난 1월 6일 CDC가, 1월 9일 WHO(1월9일)가 질병 확산을 공식 경고했다. 
 
주로 중국 정부가 확인해준 정보를 기준으로 하는 국제 기구나 미 정부보다 AI 기업의 분석이 빨랐던 것이다. 블루닷 창업자 캄란 칸 박사는 “사스 때의 데자뷰”라며 “정부가 제 때에 필요한 정보를 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캄란 칸 박사, 블루닷 창업자 [사진 블루닷 홈페이지]

캄란 칸 박사, 블루닷 창업자 [사진 블루닷 홈페이지]

 

사스 겪고 창업, 리카싱이 투자 

블루닷을 낳은 것은 사스였다. 중국에서 발발한 사스의 상륙으로 2003년 캐나다에서 44명이 사망했다. 당시 토론토 최대 병원인 세인트 마이클 병원 임상의였던 캄란 칸은 이를 계기로 감염병의 국제 확산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10년 뒤인 2013년 블루닷을 창업했다. 감염병을 미리 예측해 방역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에 미리 정보를 주기 위해서였다. 
 
블루닷은 현재 전세계 65개국의 뉴스, 가축 및 동물 데이터, 모기 등 해충 현황, 국제 항공 이동 데이터, 실시간 기후 변화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한 뒤, 의학·역학적 검토를 거쳐 고객들에게 발송해주고 있다. 블루닷의 고객은 정부 및 공공보건 분야 전문가들.
 
기업으로서 블루닷의 가치를 알아본 건 2014년 홍콩 최고 갑부 리카싱이다. 리 회장의 벤처캐피탈 호라이즌벤처가 블루닷에 시리즈A 투자했다(투자금 비공개). 지금은 의사·엔지니어 외에도 생태학자, 수의사, 수학자, 데이터분석가, 통계학자 등 40여 명이 블루닷에서 일한다.  
 
의료 AI 스타트업 블루닷은 기후, 동식물, 해충, 항공 등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사진 블루닷 홈페이지]

의료 AI 스타트업 블루닷은 기후, 동식물, 해충, 항공 등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사진 블루닷 홈페이지]

 

항공 여정 빅데이터, '서울 간다' 예고  

지난달 말 블루닷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방콕ㆍ서울ㆍ대만ㆍ도쿄 등에 곧 상륙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항공 여정 데이터 등 민간 이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였다.
 
블루닷은 창업 초기부터 항공 빅데이터에 주목했다. 2003년 사스의 교훈이다. 항공 산업의 발전이 호흡기 감염병의 급속한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칸 박사는 2008년부터 민간 항공 여행을 통한 질병 감염을 연구했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발발 때도 블루닷은 항공 여정 분석 역량을 쌓았다. 당시 감염자에 대한 의료 데이터와 수십 억 건의 항공 여정을 분석해 에볼라 최초 발생지였던 서아프리카 밖으로 확산될 것을 사전에 경고했다. 2016년 초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횡행했을 때도 블루닷은 같은 방법으로 지카의 미국 플로리다 상륙을 예고했다. 6개월 뒤인 그해 9월, 미국 남부 플로리다에서는 임산부 84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검색 빅데이터, ‘심리’ 못 걸러내

반면, 전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은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사실 빅데이터를 통한 감염병 예측 시장엔 구글이 먼저 발을 들였다. 지난 2008년 구글은 독감 현황과 전파 경로를 지도에 보여주는 ‘구글 플루 트렌드(GFT)’를 내놓았다. 구글 검색 엔진에서 얻은 빅데이터에 기반했다. 사람들이 아프면 '감기', '독감' 같은 검색어 입력이 늘어나고, 이를 분석하면 독감 발생 지역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3년 구글의 독감 예측은 크게 엇나갔다. 그해 1월 미국에서 독감이 크게 유행했고 구글도 발병률 수치를 공개했는데, 실제 발생률은 그 절반도 안 됐다(오차 140%). 뉴욕시가 '독감을 주의하라'는 보건 경보를 발령하자 구글에서 독감 관련 검색이 폭증했는데, 이것이 실제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의 검색으로 분석에 반영된 탓이었다. 공포·호기심 같은 인간 심리의 변화를 걸러내지 못한 결과였다. 서비스는 조용히 중단됐다. 
 
블루닷도 SNS 데이터는 분석에 반영하지 않는다.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다.   
 

정부, 못 막으면 데이터라도 줘!

최근 국제 감염병 발발 때마다 AI 기반 의료 스타트업의 활약이 돋보인다. 특히, 정부 당국의 정보 공개나 대응이 부실할 때 그렇다. 
 
감염 예측 AI 스타트업 AIME 창업자 래이니어 말롤. [사진 래이니어 말롤 트위터 @RainierMallol]

감염 예측 AI 스타트업 AIME 창업자 래이니어 말롤. [사진 래이니어 말롤 트위터 @RainierMallol]

 
2016년 뎅기열이 남미와 동남아에 퍼졌을 때,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컴퓨터 엔지니어 래니어 말롤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AIME(Artificial Intelligence in Medical Epidemics)이 주목받았다. 말롤은 뎅기열에 걸려 고생하는 가족과 이웃을 보며 자랐고, 2015년 미국 나사(NASA)의 연구 센터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전문의와 협력해 AIME를 설립했다. 이들이 내놓은 프로그램은 뎅기열이 어디서 확산될 지 3개월 전에 예측한다. 브라질 정부가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활용했으며, 현재 말레이시아·필리핀 공공 보건에도 이용되고 있다.
 
말롤은 2017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중남미 지역 '35세 이하 혁신가 35명'과 2020년 포브스의 '30세 이하 리더 30' 헬스케어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당시 외신 인터뷰에서 “중남미 정부의 일상화된 부패와 방역 실패로 이웃들이 희생되는 것을 수없이 봤다”며 “AI 알고리즘과 기술 개발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공무원과 보건 당국자들을 설득해 데이터를 얻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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