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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시시각각] 선혈이 낭자한 최강욱 입장문

권석천 논설위원

권석천 논설위원

대한민국은 ‘패싱 공화국’인가. 기본적인 절차도 잘 지키지 않는 나라가 법무부·검찰 결재만은 왜 그리도 ‘패싱’을 따지는 것인가. 이번에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놓고 불거진 ‘날치기 기소’ ‘윤석열 패싱’ 논란 역시 불완전 연소할 가능성이 크다. 양쪽 다 검찰청법과 검찰보고 사무규칙에 비빌 언덕이 있다. 감찰에 착수하더라도 자존심에 상처를 줄 뿐 달라질 건 없다.
 

‘쿠데타’ ‘하나회 작태’ ‘공수처’…
대통령 참모로서 맞는 표현인가
청와대 집단정서 드러낸 것 아닌가

이제 주목해야 할 곳은 청와대다. 지난 23일 세 개의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검찰 인사였고, 다른 하나는 최강욱 비서관 기소였다. 인사 발표 30분 전 수사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준 혐의(업무방해)로 최 비서관을 재판에 넘겼다. 앞서 최 비서관은 검찰에서 세 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진술서를 보내고 출석 요구엔 응하지 않았다.
 
검찰이 압수수색 결과를 밑바닥까지 긁어서 기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검찰 인사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공직기강비서관 출두를 요구한 저의가 의심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면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얼토당토않은 혐의로 기소한다면 모든 걸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날 오후 세 번째 사건이 있었다. 최 비서관 입장문 공개였다. 놀라운 대목은 그가 조목조목 지적한 수사 과정의 문제도, 직권남용으로 윤 총장과 수사진을 고발하겠다는 계획도 아니었다. 입장문의 격한 표현들이었다.
 
‘검찰권을 남용한 기소쿠데타’ ‘과거 하나회에 비견될 만한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 작태’ ‘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직권남용’…. 입장문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법무부와 대검의 감찰조사는 물론, 향후 출범하게 될 공수처의 수사를 통해 저들의 범죄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야말로 ‘토황소격문’이다. 선혈이 낭자한 그 글을 보면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평정심을 잃은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공직기강비서관은 국가의 공적 시스템을 관리하는 자리 아닌가. 그런 직책에 있는 공직자가 다른 국가기관을 향해 ‘공수처 수사’를 쉽게 거론해도 되는가. 결국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일 아닌가.
 
검찰이 기소하면 입 다물고 침묵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비서관도 자신의 무고함과 억울함은 밝힐 수 있다. 검찰을 상대로 방어권을 행사하는 건 국민의 기본권이다. 하지만 공직자의 대응에는 정도(程度)가 있고, 수준이 있다. 사생결단으로 싸우고 싶다면 청와대에서 나와야 한다. 앞으로 최 비서관이 인사검증을 할 때 자기 감정을 배제하고 했다고 누가 믿겠는가. 만약 검증에서 탈락한 사람이 “최강욱의 기준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것은 최강욱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집단정서의 문제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최 비서관의 변호사 시절 일(인턴확인서 발급)까지 대리 해명한 것은 한  단면일 뿐이다. 현재 청와대의 문제는 ‘우린 한 식구’라는 집단정서에서 시작됐다. ‘유재수 감찰 무마’ 밑에는 “함께 고생했는데…”라는 온정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의혹 역시 청와대가 원칙보다 정서로 움직였기에 가능했다. 현 정부가 성공하길 바란다는 한 전직 검사는 이렇게 경고한다.
 
“지난해 7월 검찰 요직을 모두 ‘윤석열 사단’으로 채운 윤 총장에게 저항감을 지닌 검사가 많았다. 그런데 계속 이런 식으로 흔들면 검사들 전부를 적으로 돌리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검사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쪽으로 가게 된다. 왜 자꾸 윤석열과 검찰 조직을 약자로, 피해자로 만드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젠 조 전 장관을 놓아 달라”고 호소했다. 지금 조국을 놓아주지 않는 건 청와대다. 조국 사태의 파토스(감정)가 대통령 비서실을 지배하고 있다. 국정의 컨트롤 타워가 특정인들의 정서에 갇히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그 집단정서는 또한 권력에 중독돼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권석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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