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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 칼럼니스트의 눈] ‘석포제련소 폐쇄’ 목욕물 버리다 아이까지 버리는 꼴

에너지와 문명환경론

2018년 10월 영풍석포제련소가 초청한 석포면 여성단체회원 40여 명이 공장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석포제련소]

2018년 10월 영풍석포제련소가 초청한 석포면 여성단체회원 40여 명이 공장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석포제련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공자(孔子) 시절 이 말은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뜻으로 쓰였다. 지금 세상 풍조는 지나침이 과하고 모자람이 적다. 과해서 생기는 문제가 모자라서 생기는 문제 보다 많다. 따라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과유불급을 다음과 같이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게 나을 듯하다. “지나침은 모자람 보다 못하다.” 혹은 “모자람이 지나침 보다 낫다.”
 

주민 직원들 1200명 실직 두려움
이철우 지사, 조업 중단에 부정적
환경·산업 공존하는 문명환경론
산업 파괴적인 환경론에 맞서야

과유불급의 교훈을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환경단체라는 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권태선·이철수·장재연)이 배우면 좋겠다. 환경연합의 모든 행동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천성산 살리기 운동’ ‘부안 핵폐기장 백지화’(이상 노무현 정부 시대) ‘후쿠시마 방사성 누출 대응’(이명박 정부) 등은 너무 지나쳐서 모자라게 된 경우다. 환경과 문명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 환경을 얻고 문명을 파괴하면 보람이 없을 것이다. 문명 가운데 중요한 게 산업이다. 그런데 환경연합이 도롱뇽을 죽인다며 반대했던 천성산 터널 문제는 건설 뒤에 살펴보니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았다. 오히려 도룡뇽은 더 많이 활발하게 잘 살고 있었다. 폭력 사태가 난무했던 부안의 핵폐기장 건설 반대로 인해 우여곡절 끝에 경주시에 핵폐기장이 세워졌다. 경주시가 3000억원 예산 지원금을 받고 유치하여 현재 원전의 안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환경연합은 또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잘 대응했다고 주장한다. 지금 환경연합 사람들은 권력의 요직에 올라 원자력발전소를 속속 폐쇄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 위험을 줄인다면서 원전을 없애는 행동은 어리석다.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이까지 버리는 격이다. 원전 폐기론은 환경만을 과하게 숭배하는 나머지 산업과 문명의 황폐화는 아무래도 좋다는 본말전도요, 무책임이다. 이런 식이라면 환경운동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산업과 문명을 파괴하는 대가로 지킨 환경이란 얼마나 허망한가. 한국은 75만 명이 살아가는 부탄같은 나라가 아니다.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큰 나라다. 그런 나라가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실개천을 끼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은 자연주의적 환타지가 좀 떨어질지 몰라도 수량(水量)이 풍부한 큰 강들을 유지하고 키워나가야 한다. 수량을 전제로 수질(水質)을 관리해야 한다. 수량이 문명과 연관되어 있다면 수질은 환경과 관련돼 있다. 새해엔 수단 가치(환경)에 과도하게 빠져서 목적 가치(문명)를 함부로 대하는 극단적 환경론이 현실적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사람과 산업을 세우고 키우는 환경이어야 한다. 환경을 위한 환경은 곤란하다. 환경은 문명에 봉사해야 한다. 문명은 환경을 포함하며 훨씬 넓고 깊고 풍부하고 오래됐다.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경북 봉화군 석포면 소재 영풍석포제련소의 모습.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경북 봉화군 석포면 소재 영풍석포제련소의 모습.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석포제련소(대표이사 박영민)는 자매 회사인 고려아연과 함께 한국 아연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이 회사는 생산량의 60%를 수출하는데 세계 소비량의 10%라고 한다. 아연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글로벌 기업이다. 석포제련소는 아연 업계의 삼성이라 할 수 있다. 아연은 철 등 금속의 부식을 방지하는 마감재로 사용한다. 아연 도금제가 없는 철판은 오래 못간다. 아연은 없으면 자동차 공장,조선소가 멈춰야 할 정도로 제철 산업의 핵심 요소다. 제련소의 직원은 석포면 주민이 대부분으로 1200명이다. 매출은 연 1조4000억원. 지역 협력업체의 고용은 600여 명. 중앙정부에 내는 법인세가 110억원에 경북도에 내는 지방세는 13억원이다. 이상의 수치는 2019년 8월에 나온 부산경제연구소(소장 김형구)의 “영풍석포제련소 조업정지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따왔다.
 
기자가 실적을 인용한 것은 특정 회사를 찬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생산 과정에서 납과 카드늄같은 중금속이 나온다는 이유로 아연을 무슨 박멸해야 할 ‘낙동강 바이러스’처럼 여기는 극단적 환경론자들의 사고방식에 균형감을 제공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소개했다. 사실 석포제련소는 하늘과 땅과 물에 뿜어대는 오염 물질을 관리함에 있어 썩 훌륭한 기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환경부와 환경론자들의 문제 제기와 엄벌 요구는 일정 부분 타당하다. 예를 들어 2018년 석포제련소의 한 임원이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량 측정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된 바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이 “회사 차원의 조직적 범죄 혐의가 있으니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석포제련소 전체를 수사하라”(2019년 7월)와 같은 성명을 낸 것은 환경단체로서 마땅한 주장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뉴스1]

이철우 경북도지사. [뉴스1]

하지만 중금속 배출 기준 위반 등을 이유로 “악덕기업 영풍은 하루속히 낙동강을 떠날 것을 1300만 명 영남인의 이름으로 명령한다”(2018년 10월)는 추방 주장 즉, 사실상의 폐업 요구는 부당하다. 석포제련소는 환경의 어떤 분야에선 악덕이지만 다른 더 큰 부분에선 현지 주민의 생활 터전이자 지역 산업의 중추이며 철과 차 생산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구 5000만 명의 선진국에서 반드시 있어줘야 할 문명적 요청이다. 두 개의 플러스 마이너스 측면을 비교,종합해 제련소의 가치를 판단할 일이다. 극단적 환경론자는 자기들끼리 정의라고 외쳐대지만 문명이라는 보편적인 관점에서 보면 편협한데다 설득력이 떨어질 때가 왕왕 있다. 그들은 인간의 문명과 산업을 세우고 키우는 환경론이기 보다 환경을 위한 환경론을 펼 때가 많다. 따라서 그들이 ‘1300만 명 영남인의 이름’으로 추방을 ‘명령’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현지 주민들의 상당수는 극단적 환경론자들의 제련소 이전이나 폐쇄 주장을 “나와 내 가족의 직장을 빼앗는 폭력”으로 느끼며 두려워 하고 있다. 그 중에 어떤 이는 “환경운동을 한다는 외지인들이 와서 석포제련소를 뜯어낸 자리에 토양오염 제거 비즈니스를 하려고 한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석포제련소는 현재 ‘20일간 조업정지’ 행정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환경부는 또 다른 혐의로 ‘120일간 조업정지’를 추가로 때렸다. 최종 처분청인 경북도는 환경부의 120일간 벌칙 요청이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석포제련소의 오염수가 기계적 결함에 의해 저장소 바깥으로 약간 흘러 나갔다가 신속한 조치로 다시 들어 왔다. 낙동강으로는 한 방울도 흘러나가지 않았다”며 “이 사실을 알면서도 환경부가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를 취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말하자면 환경부가 제련소에 건 혐의는 ‘문제가 일어날 뻔 했다’는 것이다. 고의성 없이 미수에 그친 피해없는 사건인데 ‘너무 하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석포제련소의 배상윤 관리본부장은 “20일이든 120일이든 조업을 하루라도 중단하면 자동차에 예열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앞뒤로 3개월 정도 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공장을 최소한 6개월 쉬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고 항변했다.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환경운동의 먹잇감이 된 계기는 2015년 전후 일어난 ‘안동댐 왜가리 폐사’ 사건이다. 석포제련소 부근 안동댐 상류에서 발견된 새끼 왜가리들의 떼죽음 현장이 사진에 찍혀 퍼져갔고, 2018년엔 토종 물고기들이 집단으로 죽은 채 발견된 것이다. 이들은 단지 사진 몇십장을 제시하며 “제련소에서 청산가리 수십배 되는 독극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떻게 물고기들이 살아 내겠나. 그 때문에 새들도 살지 못한다”(환경운동연합 2018년 2월)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9년 12월 9일 환경부가 개최한 ‘낙동강 상류(영풍제련소~안동댐) 환경관리협의회’에 보고된 “안동댐 왜가리 폐사 원인분석 연구”(경북대 수의과대학 이영주 교수팀)에 따르면 “중금속 수치를 조사한 결과, 왜가리의 건강에 비정상적인 요인으로 작용할만한 결과는 도출되지 않음”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인과관계가 확립되지 않은 사실을 부풀려 지역민의 삶의 터전을 제거하려는 극단적 환경론자들의 주장이 철회되어야 할 때다. 석포제련소엔 덜하지 않은 비판과 견제가 있어야 한다. 동시에 과하지 않은 요구와 벌칙이 내려져야 한다. 과유불급이다. 이것이 기자가 명명한 문명환경론의 출발점이다. 환경은 문명을 뒷받침해야 한다. 환경과 산업은 공존해야 한다. 이는 문명환경론의 실천강령이 될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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