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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1인당 GDP 770달러 우간다, 고향 잃은 난민 따뜻이 품는 박애국가로 변신

설날 명절은 우리에게 가족과 혈육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준다. 아무리 서로 지지고 볶아도 가족과 혈육은 삶의 이유가 된다. 귀성 인파가 말해주듯 명절의 가장 큰 의미는 가족과 혈육이 서로 만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 만큼 함께하지 못한 가족이 유난히 그리워지는 때이기도 하다.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이웃나라서 인구 3% 138만 난민 받아
2006년 ‘아프리카의 모범’ 난민법 제정
난민에게 취업·취학·거주이전·이전 자유
난민 캠프 수용 대신 땅 줘서 정착시켜
난민이 현지주민 이웃 되는 혁신적 방안
WFP, 난민에 식량과 현찰 동시에 지급
부식과 생필품 지역주민에게 사먹게 해
농민들, 난민 상대 마케팅 펼쳐 이익 내
말 안통해도 난민-현지인 아이들 우정
아프리카 연대정신으로 인도주의 실현

우간다 서부의 현지인 마을에 정착한 민주콩고공화국 난민 어린이들과 현지 어린이들. [채인택 기자]

우간다 서부의 현지인 마을에 정착한 민주콩고공화국 난민 어린이들과 현지 어린이들. [채인택 기자]

 

한반도에는 이산가족, 국제사회에는 난민

특히 남북분단과 6·25전쟁, 그리고 탈북으로 서로 만날 수 없는 이산가족이 있는 실향민 집안은 명절마다 그리움과 슬픔으로 가슴이 저릴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2018년 8월 20일~26일 제21차 상봉 뒤 이산가족의 인도주의적인 상봉이 끊긴 지 1년 5개월째를 맞는 올해 설날은 더욱 쓸쓸하다.    
한국에 가족과 혈육을 만날 수 없고 고향에 갈 수 없는 실향민과 이산가족이 있다면, 지구촌에는 난민이 있다. 분쟁·박해·폭력·인권유린·위협·기아·전염병·신앙·신념 등으로 어떨 수 없이 고향을 떠난 사람이 난민이다. 한국의 이산가족도 난민으로 시작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표식이 선명한 버스가 민주콩고공화국(ㅇㄲㅊ)에서 우간다 서부 스웨웨 지역으로 건너온 난민들을 접수셉터로 실어나르고 있다. UNHCR 에 따르면 인구 9200만의 DRC는 내란, 치안불안, 경제난, 에볼라 등으로 450만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39만 7638명이 우간다에 정착 중이다. DRC 난민은 지금도 계속 우간다 등으로 행하고 있다. 나라 이름에 민주라는 말이 들어있지만 민주주의도 인권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나라로 평가 받는다. [채인택 기자]

유엔난민기구(UNHCR) 표식이 선명한 버스가 민주콩고공화국(ㅇㄲㅊ)에서 우간다 서부 스웨웨 지역으로 건너온 난민들을 접수셉터로 실어나르고 있다. UNHCR 에 따르면 인구 9200만의 DRC는 내란, 치안불안, 경제난, 에볼라 등으로 450만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39만 7638명이 우간다에 정착 중이다. DRC 난민은 지금도 계속 우간다 등으로 행하고 있다. 나라 이름에 민주라는 말이 들어있지만 민주주의도 인권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나라로 평가 받는다. [채인택 기자]

 

전 세계 국내·해외 난민 모두 7080만

유엔 난민기구(UNHCR)의 1월 19일자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살던 곳을 강제로 떠난 사람은 7080만 명에 이른다. 난민은 UNHCR이 관리하는 2040만과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사업기구(UNRWA)가 맡은 팔레스타인인을 550만을 포함해 2590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국경을 넘지 않고 자국을 떠도는 사람이 4130만 명, 망명 희망자 350만까지 합치면 7080만이 된다.  
난민 발생은 2011년부터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가 670만 명으로 가장 많고, 분쟁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270만)과 남수단(230만)이 뒤를 잇는다. 이 세 나라에서 전 세계 난민의 57%가 발생했다. 망명 신청자는 남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34만1800명으로 가장 많다.  
우간다에 정착한 민주콩고공화국(DRC) 출신 난민 가족이 우간다 정부가 제공한 집과 텃밭 앞에 서있다. [채인택 기자]

우간다에 정착한 민주콩고공화국(DRC) 출신 난민 가족이 우간다 정부가 제공한 집과 텃밭 앞에 서있다. [채인택 기자]

 

터키370만,파키스탄140만,우간다138만 수용

현재 난민들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나라는 시리아 난민이 대거 몰려든 터키로 370만에 이른다. 그 다음이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밀려온 파키스탄으로 140만 명을 수용하고 있다. 그 다음이 남수단의 남부에 있는 우간다가 138만을, 북부에 있는 수단이 110만을 각각 받고 있다. 유럽 국가인 독일이 110만으로 그 뒤를 잇는다.  
난민이 대거 발생한 나라는 분쟁 등으로 세계 최빈국으로 추락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시리아가 유엔 2017년 통계로 831달러로 세계 167위다. 아프가니스탄은 국제통화기구(IMF) 2019년 추정치로 513달러로 세계 177위다. 지난 14일로 10주기를 맞은 이태석 신부가 생전에 활동했던 남수단은 275달러로 세계 186위의 극빈국이다.  
난민을 받아들인 나라도 사실 1인당 GDP가 4만6563달러로 세계 16위인 독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난민을 받아들이기가 난감한 상황이다. 터키는 8957달러로 70위이고 난민 대량 유입을 염려한 유럽연합(EU)이 대거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아프리카의 두 극빈국이다. 우간다는 770달러로 세계 170위이고, 수단은 714달러로 173위다.  
민주콩고공화국(DRC) 난민이 정착한 우간다 서부 스웨웨 지역의 어린이들. 난민과 편지 출신 어린이들이 섞여 있다. [채인택 기자]

민주콩고공화국(DRC) 난민이 정착한 우간다 서부 스웨웨 지역의 어린이들. 난민과 편지 출신 어린이들이 섞여 있다. [채인택 기자]

 

우간다, 가난해도 이웃 나라 난민 받아

주목할 나라는 우간다다. 아프리카 최대의 난민 수용국일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난민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31일 현재 우간다에는 138만1122명의 난민이 살고 있다. 우간다 인구가 4272만9036명(2018년 추정치)이니 전체 인구의 3.23%에 해당하는 난민이 들어왔으며, 국민 100명 당 3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출신국 별로 남수단 86만1590명(62.4%), 민주콩고공화국 39만7638명(28.8%), 부룬디 4만5671명(3.3%), 소말리아 3만7960명(2.7%), 르완다에서 1만7110명(1.2%), 에리트레아 1만4499명(1.0%), 수단 3036명(0.2%), 에티오피아 2961명(0.2%), 기타 677명의 난민이 각각 머물고 있다. 우간다 정부에서 난민 업무를 담당하는 총리실의 통계다. 
지리적으로 우간다는 아프리카의 가운데에 위치한다. 북부는 남수단, 서부는 콩고민주공화국(DRC·과거 자이르로 불림), 남부는 르완다가 각각 접경하고 있다. 남수단은 에티오피아·수단과 접경하며, 르완다는 부룬디와 이어진다. 에리트레아는 다시 수단이나 에티오피아를 거쳐야 한다.  
 
우간다는 총리실 산하에 난민부를 두고 자국에 들어온 난민들에게 따뜻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간다 서부 스웨웨 지역의 사무소 모습. [채인택 기자]

우간다는 총리실 산하에 난민부를 두고 자국에 들어온 난민들에게 따뜻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간다 서부 스웨웨 지역의 사무소 모습. [채인택 기자]

노벨평화상도 해결 못 한 난민, 우간다가 맡아  

현재 내란이 계속되고 있는 남수단과 치안 불안과 에볼라의 위험이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선 지금도 우간다로 난민이 몰려오고 있다. 르완다와 부룬디 출신은 과거 1990년대 내전과 학살을 피해 온 난민들로, 현재까지 귀향하지 못하고 계속 우간다에 머물고 있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1998~2000년 국경문제로 에리트레아-에티오피아 전쟁을 치르면서 난민이 발생했으며, 교전이 종식된 뒤에도 기아 등으로 난민이 계속 발생해왔다. 2018년 4월 취임한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흐메드 총리는 2018년 7월 전쟁을 공식 종료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한 공로로 201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런데도 자국에서 발생한 난민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 난민은 세계 최빈국인 우간다가 고스란히 맡고 있다.  
 
우간다 서부 키야카 지역의 난민 정착 마을의 입구. 우간다 정부는 난민들에게 현지인 거주 지역에 현지인과 나란히 거주하면서 텃밭을 가꿀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모범'이 되는 인도주의 정책으로 평가 받는다. [채인택 기자]

우간다 서부 키야카 지역의 난민 정착 마을의 입구. 우간다 정부는 난민들에게 현지인 거주 지역에 현지인과 나란히 거주하면서 텃밭을 가꿀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모범'이 되는 인도주의 정책으로 평가 받는다. [채인택 기자]

우간다, 2006년 ‘아프리카의 모범’ 난민법 제정

그렇다면 세계 최빈국인 우간다는 자국으로 몰려드는 이웃 나라의 난민들에게 어떤 정책을 펴고 있을까. 놀랍게도 우간다는 전 세계에서 난민들에게 가장 자애로운 정책을 펴는 나라로 평가받는다. 2006년 우간다 의회가 제정한 난민법 덕분이다. UNHCR이 ‘아프리카의 모범’이라고 평가한 우간다 난민법은 난민들에게 우간다 내에서 취업·취학·이동은 물론 우간다 국민이 사는 공동체에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난민들을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특별한 수용소에 수용하면서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제약하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난민의 권리와 사회적 기회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당연히 우간다에는 철조망 안에서 갇혀 생활하는 난민 캠프는 없다. 현지인이나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고 특정 지역 안에서 살아야 하는 난민촌도 없다. 난민들은 전염병 여부만 확인한 뒤 배급을 받을 수 있는 행정절차를 거쳐 현지 주민들의 이웃이 될 수 있다.  
우간다 현지인과 난민이 섞여 있는 우간다 서부 스웨웨의 장터 모습. [채인택 기자]

우간다 현지인과 난민이 섞여 있는 우간다 서부 스웨웨의 장터 모습. [채인택 기자]

이 법은 부속 법안 마련 등 절차와 과정을 거쳐 2009년 ‘세계 난민의 날’인 6월 20일 시행에 들어갔다. 세계 난민의 날은 2000년 유엔 총회 결의를 거쳐 이듬해 시행에 들어간 기념일이다. 1951년 7월 제네바에서 채택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50주년을 앞두고 제정됐다.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되새기고 국제적인 지원과 해결 노력을 다지는 날이다. 55개 국가로 이뤄진 아프리카 연합(AU·2002년 결성)이 아프리카 통일 기구(OAU·1963년 설립)이던 1969년 ‘아프리카 난민 협약’를 발효한 6월 20일을 세계 난민의 날로 합쳤다.  
우간다는 아프리카의 연대 정신으로 가난에도 불구하고 이웃 나라에서 온 난민을 따뜻하게 품으면서 선진국도 하기 힘든 인도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가히 인도주의 업적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하다.
우간다 서부 스웨웨 난민 접수센터 입구의 모습. 에볼라나 말라리아 등 전염병의 유입을 막기 위해 출입자를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채인택 기자]

우간다 서부 스웨웨 난민 접수센터 입구의 모습. 에볼라나 말라리아 등 전염병의 유입을 막기 위해 출입자를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채인택 기자]

   

건너온 난민에 전염병만 확인하고 정착 교육

지난 9월 우간다 현지 취재에서 확인한 이 나라의 난민 정책을 다시 떠올려보면, 말 그대로  ‘혁신’ 그 자체였다. 당시 우간다 서부 스웨웨 지역을 찾았더니 유엔난민기구(UNHCR) 표시가 선명한 버스 5대가 비포장도로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들어왔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현장 직원인 패트릭 오봉기는 “60㎞쯤 떨어진 민주콩고공화국(DRC)에서 국경을 넘어온 난민들”이라고 알려줬다. UNHCR에 따르면 인구 9200만의 DRC는 내란·치안불안·경제난·에볼라 등으로 450만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39만7638명이 우간다에 정착 중이다.  
난민 버스들은 스웨웨 난민 접수센터를 향하고 있었다. 접수센터로 따라갔더니 센터 직원 산드라 난쿵구는 “난민들은 이곳에서 2주 정도 머물면서 우선 고영양 비스킷을 먹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에볼라·에이즈·콜레라·말라리아 등 전염병을 확인하는 등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고 소개했다. 그런 다음 정착을 위해 지문·홍체 등 생체정보를 등록한 뒤 식량배급카드를 받게 된다. 보건위생 등 정착에 필요한 교육까지 마치면 인근 일반 마을로 나가 우간다 정부가 제공한 땅에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현지 주민들과 어울려 살게 된다.  
 
우간다 서부 스웨웨의 유엔세계식량기구(WFP)의 창고에 한국산 쌀이 미국산 옥수수와 나란히 보관되고 있다. 원조 받던 한국이 원조하는 국가로 바뀌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WFP는 한국 정부가 우간다 등에 지원하는 쌀의 guswkd 분배를 위탁 받았다. [채인택 기자]

우간다 서부 스웨웨의 유엔세계식량기구(WFP)의 창고에 한국산 쌀이 미국산 옥수수와 나란히 보관되고 있다. 원조 받던 한국이 원조하는 국가로 바뀌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WFP는 한국 정부가 우간다 등에 지원하는 쌀의 guswkd 분배를 위탁 받았다. [채인택 기자]

난민들에게 한국이 지원한 쌀 공급

점심시간이 되자 센터의 난민들이 그릇을 들고 줄을 섰다. 센터는 이들에게 커다란 무쇠 솥에서 장작으로 지은 하얀 쌀밥과 소금물에 삶은 콩을 급식했다. 부엌의 쌀 포대에는 태극기와 함께 ‘대한민국의 선물(Gift of Republic of Korea)’이라는 영문 표시가 선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긴급구호 필요국가인 우간다·에티오피아·예멘·케냐 4개국에 지원한 2018년산 한국 쌀 5만t의 일부다. WFP의 손광균 공보관은 “이 쌀은 한국 정부가 2017년 2월 식량 원조협약(FAC)에 가입하고 지난해 2월 WFP와 매년 최소 460억원을 들여 한국 쌀 약 5만t을 지원키로 합의한 뒤 두 번째로 공여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스웨웨 접수센터의 급식 담당 직원 페이스 아팀은 “난민들은 센터를 나가 정착촌에 살면서도 쌀을 배급받으므로 이곳에서 밥 짓는 법까지 교육받고 나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우간다에 정착한 민주콩고공화국(DRC) 출신 난민들의 집. 우간다인 마을에 있다. [채인택 기자]

우간다에 정착한 민주콩고공화국(DRC) 출신 난민들의 집. 우간다인 마을에 있다. [채인택 기자]

이 지역의 WFP 물류 창고를 찾았더니 창고에 태극기가 선명하게 그려진 한국산 쌀이 미국이 공여한 옥수숫가루, 영국이 지원한 소금과 나란히 쌓여 있었다. 1960년대 말 한국의 동사무소에서 나눠주던 미국산 옥수숫가루와 분유의 맛이 떠올랐다. 원조를 받던 대한민국이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발전해 국제사회의 연대와 친선에 기여하는 모습이었다. 이 창고에서 만난 현장직원 에드윈 아와살리케는 “깨끗하게 정미가 된 한국 쌀은 옥수수알 등과 달리 별도 가공이 필요하지 않고 적은 연료로 밥을 지을 수 있어 난민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손 공보관은 “농림축산식품부는 쌀을 난민들에게 가급적 깨끗하게 정미해 보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국산 쌀의 품질에 정부의 정성이 합쳐져 난민들에게 호평을 얻은 셈이다. 
 
민주콩고공화국(DRC)에서 우간다에 도착해 접수센터에 머물며 건강검진을 받고 정착 준비를 하는 콩고 어린이들이 한국인 일행을 보자 말춤을 추고 있다. [채인택 기자]

민주콩고공화국(DRC)에서 우간다에 도착해 접수센터에 머물며 건강검진을 받고 정착 준비를 하는 콩고 어린이들이 한국인 일행을 보자 말춤을 추고 있다. [채인택 기자]

난민들, 입에 맞는 쌀 먹고 심리적 안정 찾아

한국쌀이 분배되는 인근 키야카Ⅱ 정착촌의 배급센터를 찾았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건너온 난민들이 쌀을 배급받으러 와있었다. 이들에게서 반응을 들어봤다. 농민 출신 재클린 코브와는 “조리가 간편하고 연료가 많이 들지 않아 쌀이 마음에 든다”라고 말했다. 지나 마투마이나는 “과거 말린 옥수수 알도 배급받았을 때는 방앗간에 가서 돈을 주고 빻아야 한 것은 물론 거기까지 들고 갔다 오는 일도 힘들다”며 “쌀은 바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어 편리하다”라고 말했다.  
민주콩고공화국(DRC)에서 우간다로 넘어온 콩고인 부부가 난민 접수센터에서 제공한 쌀밥과 콩을 먹다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이 먹는 쌀은 한국이 제공한 것이다. 남편은 임신한 부인을 위해 주변에서 아보카도를 구해 플라스틱 밥통에 얹었다. [채인택 기자]

민주콩고공화국(DRC)에서 우간다로 넘어온 콩고인 부부가 난민 접수센터에서 제공한 쌀밥과 콩을 먹다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이 먹는 쌀은 한국이 제공한 것이다. 남편은 임신한 부인을 위해 주변에서 아보카도를 구해 플라스틱 밥통에 얹었다. [채인택 기자]

상인 출신 피에르 카타부카는 “우리는 옥수수와 쌀 중에 선택권 없이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데, 쌀을 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쌀의 인기를 짐작하게 하는 말이었다. 통역을 맡은 글로벌 NGO 월드비전의 자원봉사자 통구 메보는 “몸도 마음도 편치 않은 난민들이 입에 맞는 쌀이라도 먹으면서 그나마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통구 메보는 정기적으로 배급하는 식량을 받으러 온 난민들을 상대로 텃밭을 가꾸는 교육도 하고 있었다.  
우간다 서부 르위발레 마을의 지역 농민조합장인 키자 누루(오른쪽에서 둘째)는 ’우리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지어준 창고를 이용하고, 네덜란드 국제개발 NGO인 SNV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이 필요한 농산물을 적절한 양으로 생산·공급해 수입을 늘리는 농업 마케킹도 공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뒤에 보이는 창고가 WFP가 지역 농민들에게 제공한 유통 시설이다. 왼쪽이 SNV 현장 직원이다. [채잍택 기자]

우간다 서부 르위발레 마을의 지역 농민조합장인 키자 누루(오른쪽에서 둘째)는 ’우리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지어준 창고를 이용하고, 네덜란드 국제개발 NGO인 SNV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이 필요한 농산물을 적절한 양으로 생산·공급해 수입을 늘리는 농업 마케킹도 공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뒤에 보이는 창고가 WFP가 지역 농민들에게 제공한 유통 시설이다. 왼쪽이 SNV 현장 직원이다. [채잍택 기자]

 

WFP, 난민에 현찰 배급, 지역경제와 상생 유도

우간다에는 난민촌 대신 난민정착 지역이 있었다. 난민들만 따로 수용해 외부와 격리하는 난민촌이 아니라 주민들과 이웃한 곳에 집을 짓거나 얻고 정부가 지급한 텃밭을 가꿔 생활할 수 있는 곳이다. 우간다 서부지역 난민을 담당하는 WFP 첸조조 사무실의 솔로몬 무굴루시 담당관은 “WFP는  난민들에게 기본 식량과 함께 현찰을 함께 지급하는 ‘식량과 현찰’이라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난민들은 정기적으로 현찰을 받아 생활에 필요한 고기와 채소 등 부식, 연료 등 생필품을 지역 주민에게 구입한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국제 인도주의 기구와 비정부기구(NGO)들은 이런 우간다 농민들이 난민들을 상대로 농산물을 원활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스웨웨 인근 르위발레 마을의 지역 농민조합장인 키자 누루는 “우리는 WFP가 지어준 창고를 이용하고, 네덜란드 국제개발 NGO인 SNV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이 필요한 농산물을 적절한 양으로 생산·공급해 수입을 늘리는 농업 마케킹도 공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한 가운데 우간다의 오지에 있는 농민의 입에서 ‘농업 마케팅’이라는 말을 들은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우간다 서부 스웨웨의 시장에서 놀고 있는 민주콩고공화국 난민 어린이 파트릭(오른쪽)과 우간다인 친구 마크. 두 사람은 말도 통하지 않아도 친구가 됐다. [채 인택 기자]

우간다 서부 스웨웨의 시장에서 놀고 있는 민주콩고공화국 난민 어린이 파트릭(오른쪽)과 우간다인 친구 마크. 두 사람은 말도 통하지 않아도 친구가 됐다. [채 인택 기자]

 

난민·현지 아이들, 언어 안 통해도 서로 우정 

난민들이 지역 주민과 섞여 사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켄조조의 식량배급소를 찾았다가 잠시 인근에 들어선 시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주민들은 시장에서 난민 고객들이 필요한 의류·신발은 물론 별미로 먹을 수 있는 쇠고기구이·빵·튀김 등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난민은 물론 지역 주민도 시장을 함께 이용하고 있었다.  
시장을 둘러보다 신발 가게 일을 도와주는 ‘파트릭’이라는 이름의 10세 난민 어린이를 만날 수 있었다. 파트릭은 자기 친구라며 우간다 초등학생 ‘마크’를 데려와서 소개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말이 놀라웠다. 프랑스어를 쓰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난민 어린이인 파트릭은 “마크는 프랑스어를 하나도 못 알아들어요. 그래도 내 친구예요”라고 말했다. 영어로 교육을 받는 우간다 초등학생 마크는 “파트릭은 영어를 못해요. 그래도 내 친구예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서로 말도 안 통하는데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었고, 함께 가게를 보거나 시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함께 놀고 있었다. 이들이 우정을 나누는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서로 같은 인간이기에 통했을 것이다. 난민 문제에 접근하는 기본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을 쇠면서 난민 문제가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스웨웨·키야카(우간다)=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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