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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엄마에게 대드냐"···명절 뒤 이혼 30% 늘어난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1. A씨는 결혼 후 시부모의 뜻에 따라 일주일에 3~4회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시부모 집을 방문해 함께 저녁 식사를 해왔다. 1년에 10여 차례에 이르는 제사 또는 차례도 자신의 몫이었다. 결혼 후 세 번째 맞은 추석 전날에도 혼자 차례를 준비하며 불만이 쌓여있던 A씨는 남편이 30분간 말없이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자 욕설을 하며 남편의 뺨을 때렸다. 일주일 뒤 남편은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2년간의 재판 끝에 법원은 두 사람이 갈라서라고 판결했다.  

 
#2. 베트남 국적의 B씨는 혼인 중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베트남 남성과 술을 마시고 사랑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B씨는 설 전날에도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했고, 남편의 형은 “차례 음식 준비는 하지 않고 외출을 했다”며 B씨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했다. 남편은 이를 보고도 말리지 않았다. 사건을 계기로 별거하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혼의 원인이 있다며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쌍방의 잘못이 대등하다고 보고 양측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설·추석 뒤엔 어김없이 늘어나는 이혼 신청 건수

명절 이후 부부 관계 파탄이라는 후유증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제공한 최근 3년간(2017~2019년) 전국 법원 협의이혼 월별 신청 건수를 분석한 결과 6번의 설‧추석이 있는 달보다 그다음 달에 모두 이혼 신청이 늘어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7년 설이 있던 1월 이혼 신청 건수는 8978건이었던 데 비해 다음 달에는 1만362건으로 늘어났다. 추석이 있던 10월에는 9100건에서 11월 1만403건으로 증가했다. 2018년에도 설이 있던 2월에는 8880건의 이혼 신청이 접수됐으나 다음 달에는 1만1116건으로 늘어났다. 추석도 비슷했다. 9월(9056건)에 비해 3000여건이 늘어난 1만2124쌍의 부부가 10월에 이혼을 원했다. 지난해에도 격차는 줄었지만 여전히 명절 다음 달에 이혼 신청 건수가 늘어났다. 설과 추석이 있던 2월(9945건)과 9월(9798건)과 비교하면 3월(1만753건)과 10월(1만538건) 모두 1만건을 넘겼다. 이혼 전문 김신혜(법무법인 YK) 변호사는 “확실히 명절 이후 일주일부터 한 달까지 이혼 상담하러 오는 분이 늘어난다”며 “반면 여름 휴가철에는 다른 때보다 상담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평소에도 갈등을 겪던 부부가 명절이 계기가 되어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이인철(법무법인 리) 대표 변호사는 “그동안 쌓아왔던 불만이 명절 때 폭발하는 것 같다”며 “차례 문화나 양가 용돈 액수 문제, 형제들 간 재산 다툼이 부부싸움으로 번지는 등 이유는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최경혜(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도 “고향 내려가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싸워 배우자를 내려놓고 가는 사건이 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지만 제가 상담한 것만 한두 번이 아니다”며 “이 정도의 큰 다툼이 벌어지고 나면 부부 간 갈등이 증폭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명절 스트레스만으로는 이혼 사유 인정 힘들어" 

다만 전문가들은 명절 스트레스만으로는 이혼 사유로 인정받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고부갈등‧장서갈등보다는 중간에서 배우자가 어떻게 처신했는지, 이로 인한 폭언·폭행이 발생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시어머니가 고된 시집살이를 시켰다고 해도 남편이 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혼인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었다면 이혼이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 엄마에게 왜 대드냐’며 부적절하게 처신하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충분히 갈등을 막기 위해 노력했는데도 아내가 며느리로서 더 심한 분쟁을 일으켰다면 오히려 아내의 귀책사유가 될 수도 있다”며 “요즘에는 장서갈등도 많은데, 가정사가 다르니만큼 단순하게 평가할 수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명절 갈등, 해법은 없나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의 갈등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양소영(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는 “평소 갖고 있던 부부간의 문제가 명절을 거치며 집안 갈등으로 번져 해결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변호사는 “며느리는 남편과 사이가 나쁘면 시부모께 잘하고 싶지 않고, 시부모 입장에서는 전후 사정을 모른 채 며느리가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면 기분이 상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부모님께 미리 부부의 상황을 설명하고 서로의 이해를 구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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