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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원 앞 찢어진 ‘이웃사촌’···의성·군위 대구신공항 쟁탈전

21일 군위군 우보면 달산리에 위치한 달산지. 대구통합신공항이 이곳에 들어서게 될 경우 활주로가 지어질 장소다. 백경서 기자

21일 군위군 우보면 달산리에 위치한 달산지. 대구통합신공항이 이곳에 들어서게 될 경우 활주로가 지어질 장소다. 백경서 기자

21일 경북 의성군 비안면 도암리.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 중 한 곳이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의성군 비안면 도암리.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 중 한 곳이다. 김정석 기자

매월 2일과 7일 경북 의성군 읍내엔 의성 오일장이 선다. 다음날인 3일과 8일은 군위군 읍내에서 의성과 겹치지 않게 군위 오일장이 선다. 의성·군위는 비안면(의성군)과 소보면(군위군) 사이 작은 야산 하나를 두고 인접한 이웃사촌이다. 의성 주민들은 의성장을 놓치면 다음 날 군위장으로, 군위 주민들도 의성장으로 간다. 장날 다른 지역 주민이라는 것을 알아도 ‘바가지’를 씌우기는커녕 '덤'을 얹어준다고 한다.

장날 바꿔다니며 교류한 이웃사촌 의성·군위
공항유치 갈등 고조…바탕엔 지방붕괴 위기
두 지역 공항을 지방소멸 탈피 해법으로 여겨

 
두 지역은 약속이라도 한 듯 대표 특산물도 다르게 키운다. 의성은 마늘, 군위는 자두·오이다. 인접한 시골 지자체 간 다툼의 근간인 특산물 ‘경쟁’이 없다. 인구 5만2595명, 1읍·17면을 가진 의성군(1174.9㎢)이 인구  2만3843명, 1읍·7면을 가진 군위군(614.24㎢)보다 덩치가 배는 크지만, 군위를 낮춰보는 경우도 없다. 수십년간 지역감정 없이 이웃사촌처럼 잘 지내왔다.  
 
이렇게 잘 지낸 이웃사촌 의성·군위가 최근 등을 돌렸다. 신공항 유치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다. 두 지역 모두 신공항 유치를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지방소멸을 막는 해결책으로 인식하고 있다. 1961년 개항한 대구공항은 2026년쯤 의성·군위 일대에 9조원을 들여 신공항을 지어 이사한다. 이 신공항을 지역에 끌어안기 위해 다투는 것이다.
 
21일 경북 의성군 거리에 대구통합신공항 유치를 기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의성군 거리에 대구통합신공항 유치를 기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정석 기자

본격적인 갈등은 신공항 이전지를 정하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불거졌다. 신공항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급기야 상대 지역을 향한 고소·고발전이 벌어졌다.  
 
먼저 고소·고발전의 운을 뗀 곳은 군위. 주민들로 이뤄진 군위군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이하 군위군추진위)가 지난 13일 김주수 의성군수 등 의성군 공무원을 주민투표법 위반 등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고소했다. 군위군추진위가 이들을 고소한 것은 의성군이 주민투표 참여 성과가 높은 읍·면을 평가해 총 600억원 규모의 포상과 20억원 상당의 공무원 해외연수비 지급 계획을 세워 주민투표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군위군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13일 경북경찰청을 방문해 김주수 의성군수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 군위군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

군위군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13일 경북경찰청을 방문해 김주수 의성군수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 군위군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

의성도 가만있지 않았다. 의성군통합신공항유치위원회(이하 의성군추진위) 측은 “군위에서 지난해 8월 읍·면별로 통합대구공항 유치 결의대회에 참가한 군민에게 상품권을 지급한 사례가 있다”며 “주민투표를 앞두고 군위 쪽에서 먼저 고소전을 걸어온 이상 이쪽에서도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추진위는 지난 14일 대구지검 의성지청에 김영만 군위군수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에서 “김영만 군수는 공직자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신분임에도 직위를 이용해 군민들을 상대로 단독후보지 우보면 일대 유치를 강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공항 이전지를 정하는 주민투표 후엔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 의성군 비안면과 군위군 소보면 일대에 신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것으로 주민투표 결과가 나왔지만, 군위군이 우보면(군위군)에 신공항이 단독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불복하면서다. 군위군은 22일 우보면 단독으로 신공항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김주수 의성군수는 “노코멘트”라면서도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합의가 된 상황이었는데”라고 했다.  
 
김주수 의성군수가 대구통합공항 이전지 결정을 위한 경북 군위·의성 주민투표가 실시된 21일 오후 신공항 의성군유치위원회 사무실에서 개표 결과 의성군 공동후보지(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가 찬성률 90.36%(3만8534표)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민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뉴스1]

김주수 의성군수가 대구통합공항 이전지 결정을 위한 경북 군위·의성 주민투표가 실시된 21일 오후 신공항 의성군유치위원회 사무실에서 개표 결과 의성군 공동후보지(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가 찬성률 90.36%(3만8534표)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민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뉴스1]

대구 신공항 유치는 두 지역엔 ‘생존’ 문제다. 의성·군위는 똑같이 지방소멸 지자체다.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에 따른 인구 감소, 일자리 부족, 젊은 층의 도시 이주로 쇠락의 길을 걷는 중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의성군은 인구가 5만2595명(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지난 5년간 매해 감소해왔다. 2015년 5만4477명, 2017년 5만3474명, 2018년 5만2944명 순이다. 군위군도 마찬가지다. 2015년 2만4126명, 2017년 2만4215명, 2018년 2만3919명으로 감소, 지난해 12월엔 2만3843명으로 더 줄었다.  
 
만 20~39세인 가임 여성이 도시로 빠져나가고 고령자가 늘면서 고령화율은 높아지고 출산율은 낮아졌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의성군의 65세 이상 고령화율(지난해 12월 기준)은 전체 주민의 39.9%다. 군위군의 고령화율은 38.4%다. 3명 중 1명 이상이 만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이야기다. 출산율은 의성군의 경우 1.63, 군위군은 1.179다. 의성군 측은 “2013년 이래 출생(200여 명) 대비 사망(800여 명)이 4배로 고착화했다”고 설명했다.
 
의성·군위는 전국 228개 기초단체(시·군·구) 가운데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의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에 따르면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시·군·구는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각각 0.143)이 공동 1위로 나타났다. 지수가 낮을수록 소멸 위험이 크다. 0.2~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진입 단계,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지방소멸 탈피를 위해 두 지역은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사 온 주민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거나,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등의 노력이다. 인구 늘리기 지원 조례를 만들고, 주민세 지원, 자동차세 감면에 결혼장려금 지원 제도도 만들었다. 가족사진 공모전같은 감성을 자극할 행사까지 열고 있다. 의성은 '컬링 자매'를 내세운 홍보도 시도했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 지방소멸 현상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최태림 의성군통합신공항유치위원회 공동대표는 “의성이 대구 신공항 유치에 사활을 건 것은 지방 소멸 위험지수 전국 1위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구통합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대구통합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신공항을 유치하면 3000억원의 선물 보따리가 지역에 쏟아진다. 공항 기반 시설과 주변 시설이 생기면서 상권 활성화,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등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지방소멸 해법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앙 정부 지원 없이 독자적 생존이 불가능한 지방 중소도시는 정부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지방 쇠퇴가 나라 전체의 공멸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윤호·김정석·백경서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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