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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메르스 '바이러스 창고'···정작 박쥐는 왜 끄떡없나

박쥐 [중앙포토]

박쥐 [중앙포토]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우한 폐렴, 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날개짓에 체온 40도까지 올라
인터페론 농도도 늘 높게 유지
바이러스에도 염증 반응 없어

전부터 박쥐는 '바이러스의 창고'로 불린다.
우한 폐렴은 물론 사스(SARS, 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에볼라 등도 박쥐가 숙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다양한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 있는 박쥐는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우한 수산시장에서 야생동물 판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른바 '우한 폐렴'의 최초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이 21일 폐쇄되어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른바 '우한 폐렴'의 최초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이 21일 폐쇄되어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사스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이 사향고양이를 통해 다시 사람에게 전파됐다.
2015년 국내에서 큰 피해를 냈던 메르스의 경우 박쥐가 갖고 있던 바이러스가 낙타로, 다시 인간으로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과일박쥐가 숙주로 알려졌다. 서아프리카 주민들은 과일박쥐를 직접 먹거나 다른 야생 동물을 잡아먹는 바람에 에볼라에 감염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과일박쥐의 니파바이러스가 야자 열매 수액을 오염시켜 사람으로 전파된 사례도 있다.
사향고양이 [중앙포토]

사향고양이 [중앙포토]

미국과 중남미에서는 박쥐에게 물려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중국과학원 상하이 파스퇴르연구소와 군사의학연구원 연구자들은 지난 21일 학술지 '중국과학: 생명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우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숙주는 박쥐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 바이러스가 큰박쥐(fruit bat)에서 발견되는 'HKU9-1 바이러스'를 공통 조상으로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박쥐와 인간 사이를 매개하는 미지의 중간숙주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오푸(高福)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도 22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의 화난(華南)수산시장에서 팔린 야생동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한 폐렴의 진원지로 알려진 화난 수산시장은 시장 내에서 뱀·토끼·꿩 등 각종 야생동물을 도살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쥐가 옮기는 바이러스 60여종 

박쥐 몸에서는 고온과 독성물질 공격에도 견디는 변성 바이러스가 길러진다. [중앙포토]

박쥐 몸에서는 고온과 독성물질 공격에도 견디는 변성 바이러스가 길러진다. [중앙포토]

박쥐 몸속에는 130여 종의 다양한 바이러스가 있는데, 이중 약 60여종의 바이러스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사람에게 전파돼 병을 일으킨다.

가장 많은 바이러스를 옮기는 동물이 바로 박쥐인 셈이다.
 
무리를 이루고 살기 때문에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서로 주고받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질병관리본부]

중국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질병관리본부]

국내에 서식하는 박쥐도 마찬가지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제어연구센터 김혜권·정대균 박사, 고려대 약학대학 송대섭 교수, 한국동굴생물연구소 공동 연구팀이 2015년 7∼12월 사이 국내 11개 박쥐 서식지에서 49개의 박쥐 분변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소화기 또는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 등이 검출됐다.
연구팀이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바이러스는 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와 각각 89%, 77%의 유사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면역 반응 수위 낮춰 바이러스와 공존

흡혈박쥐 [중앙포토]

흡혈박쥐 [중앙포토]

다양한 바이러스가 박쥐 몸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박쥐의 약한 면역반응 탓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하늘을 날기 위해 박쥐가 강한 날갯짓을 하는 동안 세포핵 속의 DNA가 세포질 속으로 유출이 된다.
 
일반적인 포유류 같으면 세포질 속 DNA는 바이러스로 간주해 면역계의 공격을 받게 된다.
반면 박쥐는 자신의 조직이 면역계의 공격을 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DNA에 대한 면역반응 수준을 낮췄다.
 
이에 따라 별다른 염증 반응 없이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수위도 낮게 유지하게 됐고, 바이러스와 공존하게 된 셈이다.
 
박쥐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크게 증식하게 내버려 두지도 않는다.
 
박쥐는 하늘을 날 때 체온이 40도까지 상승한다. 이처럼 높은 온도에서는 바이러스가 잘 자라지 못하게 된다.
감기에 걸려 사람의 체온이 상승하면 바이러스가 약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포유동물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인터페론이란 단백질을 만든다.
하지만 박쥐는 평상시에도 항상 일정한 수준의 인터페론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바이러스를 보유한 박쥐가 먹다가 남긴 과일을 먹거나, 박쥐의 분변에 노출이 되거나, 혹은 박쥐 자체를 잡아먹으면 바이러스가 다른 동물로 전파된다.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능력이 없는 사람이나 동물에 바이러스가 들어가면 새로운 병으로 확산하게 되는 것이다.
 

박쥐 없앤다고 해결될까

2015년 5월 국내에 메르스가 확산했을 당시 방역 차량이 삼성서울병원 본관 건물 앞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5월 국내에 메르스가 확산했을 당시 방역 차량이 삼성서울병원 본관 건물 앞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쥐와 인류가 수십만 년 공존했는데, 최근 들어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이 늘어나는 왜일까.

인구가 증가하고 사람들이 개발을 확대하면서 박쥐 서식지인 숲으로 들어가기 때문이고, 숲을 파괴한 자리에 가축을 사육하거나 방목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확산 속도도 훨씬 빨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쥐를 없애면 문제가 해결될까.
박쥐는 모기와 나방 같은 해충을 없애고, 꽃가루를 옮기는 유익한 역할도 수행한다.
 
결국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방역을 철저히 하는 등 전파를 막는 방법이 최선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경우 사실 백신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몇 년씩 걸린다. 이미 퍼질 대로 퍼진 다음에, 병이 종식된 다음에 개발되는 게 보통이다.

같은 바이러스가 다음번에 다시 퍼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 사람들 사이에 이미 면역이 생긴 다음일 수도 있다.
 
미리미리 피하고 조심하는 것이 당장은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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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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