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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저승사자도 날린 추미애···친여 의혹 신라젠 수사 차질

2013년 5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별관에서 열린 증권범죄 합동수사단 현판식에서 채동욱 검찰총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2013년 5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별관에서 열린 증권범죄 합동수사단 현판식에서 채동욱 검찰총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은 지난해 6월 ‘개미도살자’라는 악명 높은 증권 범죄 집단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의 범행으로 소액주주 1만명이 재산 피해를 봤고, 그 피해액만 1000억원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는 이들의 범행 수법이 최근 고도화되는 증권 범죄의 ‘표본’이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투자한 사모펀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을 인수한 뒤 벌인 일도 ‘개미도살자’ 수법과 매우 유사했다. 친여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신라젠 사건의 경우도 투자조합 대신 다단계를 통해 자금을 모은 점 등이 일부 수법의 차이가 있을 뿐 최근 고도화되는 증권 범죄의 한 변종이다.  
 

검찰 이빨 뽑기에 애꿎은 합수단이 사라진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증권 범죄를 엄단하는 데는 가장 중요한 수사 철칙은 '속도'와 '전문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범죄 수법은 날로 은밀해지고 진화하고 있어서다. 이런 이유에서 법무부는 지난 2013년 서울남부지검에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출범시켰다.  

 
합수단은 검찰뿐 아니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국세청 등 금융 관련 전문 인력들이 파견 형태로 함께 근무하며 증권 범죄 수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래소나 금감원 조사가 없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점을 십분 발휘해 범죄 피해를 줄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합수단은 그동안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건, 네이처셀 주가조작 사건, 신라젠 미공개정보이용 사건 등 굵직굵직한 금융범죄를 파헤쳐 왔다. 6년 반 동안 1000명 가까운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을 재판에 넘겼다. 꾼들 사이에서 ‘여의도 저승사자’라고 불린 이유다.
 
하지만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 구상이 담긴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 의결되면서 합수단 폐지가 확정됐다. 합수단이 폐지되면서 직전 배당받은 '라임자산운용 사건' 등 수사 중인 모든 사건은 앞으로 금융조사부가 맡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스1]

 
합수단 검사 출신 변호사는 “합수단이 생기기 전 일반 검찰 부서가 증권 범죄를 수사해야 할 때는 한국거래소, 금융위, 금감원 등을 거쳐 검찰로 넘어오는 시간만 1~2년이 걸렸다”며 “전문성을 갖춘 합수단이 생기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었는데, 사라지게 돼 증권 범죄 예방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됐다”고 말했다.
 
증권 시장은 합수단 폐지에 쾌재를 불렀다. 법무부의 합수단 폐지 소식에 이번 친여 인사들의 증권 관련 범죄 의혹과 관련 있는 상상인과 신라젠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법무부는 민생 위한다지만…"정권 의혹 수사 차질 생길 듯"

2019년 8월 28일 부산 북구 부산지식산업센터 내 신라젠 본사 모습.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날 신라젠 서울 여의도 사무실과 부산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와 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신라젠은 주가 하락 전에 최대주주와 친인척들이 거액의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 임상 중단과 관련된 내부 정보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8월 28일 부산 북구 부산지식산업센터 내 신라젠 본사 모습.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날 신라젠 서울 여의도 사무실과 부산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와 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신라젠은 주가 하락 전에 최대주주와 친인척들이 거액의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 임상 중단과 관련된 내부 정보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합수단을 폐지하는 명분은 검찰이 민생 수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직접 수사 부서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합수단이 ‘비직제 부서’라서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힘 빼기 차원에서 특수부를 축소하는 것보다 합수단 폐지에 고개를 더 갸웃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권의 운동권 출신 주요 인사들이 신라젠 사건 등 증권 관련 범죄와 연루돼 있다”는 말이 무성한 탓에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합수단이 정권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하기 전에 미리 손을 썼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성명을 내고 "합수단 폐지로 신라젠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비직제 부서였던 합수단을 직제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표면적 이유로 내세운 민생 수사와도 거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합수단이 특수부처럼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를 수사하는 게 주된 목적이 아니다”라며 “증권 범죄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일반 국민인데, 합수단을 없애는 건 법무부가 내세운 민생 강화와 역행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도 “민생 수사를 강화한다고 전문성 있는 합수단 검사를 형사부로 돌리는 건 한쪽 면만 보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요즘 증권 범죄 어떻길래

'개미도살자' 사건을 보면 최근 증권 범죄의 고도화 수준에 입이 벌어질 정도다. 이들은 사채 등 남의 돈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회사의 현금·자산 등을 쏙 빼먹고 그 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 이런 방식으로 5~6개 회사를 문어발식으로 인수해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전주(錢主)를 숨기고 지분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하기 위해 다수의 투자조합을 내세우는 것은 그쪽 바닥에선 이제 보편적인 수법이다. 
 
이들은 인수한 회사에서 빼돌린 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타며 유흥업소를 드나들었다. 특정 시점이 되면 허위 공시와 가짜 뉴스 등으로 주가를 띄운 뒤 주식을 처분하고 도주했다. 그사이 인수 회사들은 껍데기만 남고 대부분 상장폐지 당했다. 이 사건의 경우는 검찰이 범죄자들을 잡아 재판에 넘겼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이 더 많다. 피해는 회사 직원들과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져야 한다.
 
조국 전 장관 가족들이 투자한 코링크PE가 상장사 WFM을 인수한 뒤 벌인 일도 ‘개미도살자’ 수법과 매우 유사하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모펀드라는 투자조합을 통해 실제 투자자는 뒤로 숨은 점, 여러 회사에 걸쳐 지분관계를 복잡하게 만든 점, 영어 교육 업체 WFM을 인수한 뒤 기존 사업과 전혀 무관한 2차 전지 사업을 한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띄운 점 등이 유사하다. 한국거래소는 22일 WFM을 바로 상장폐지 하지 않고 개선 기간을 부여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이 회사가 언제 정상화될 지 알 수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 범죄는 대표적인 3가지 유형인 시세조종과 미공개 정보 이용, 사기적 부정거래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수사 기법도 더 정교화되고 조직폭력배 잡듯 일망타진해야 한다”며 “합수단이 사라지면 증권 범죄자들이 더 활개를 치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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