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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만5000명 퇴직해도···추가고용 계획 전혀 없는 까닭

전동화와 자동화 추세에 따라 완성차 공장의 필요 인력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여기에 미래 차 대비를 위하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어 비용 절감과 인력 재배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코나 생산라인. [사진 현대자동차]

전동화와 자동화 추세에 따라 완성차 공장의 필요 인력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여기에 미래 차 대비를 위하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어 비용 절감과 인력 재배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코나 생산라인.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 의왕연구소에는 완성차 품질을 검사하는 자동화 장비가 개발을 마치고 실전 배치를 기다리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 끝에서 조립 완료된 차량 품질이 일정 기준을 넘는지 확인하는 장비다.  
  

[일자리 대전환시대③]
일자리 못 만드는 중후장대산업
차산업, 전동화·자동화시대 전환
27명 붙던 완성차 검수 2명 충분

GM·닛산 1만명 넘게 구조조정
인건비 줄여 미래차 비용 마련

철강·조선도 AI 활용 스마트공장
“고임금 대거 투입 시절 지났다”

이 장비를 이용하면 인력 2명만으로 한개 생산라인의 검수 공정이 가능하다. 현재 현대차 울산공장에는 27명의 근로자가 붙는 공정이다. 장비 하나만으로 인력이 기존보다 13분의 1로 줄어든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 공장이나 광주형 일자리 공장, 인도네시아 공장 등 새로 짓는 공장에는 이 장비가 들어간다”며 “현대차 노조에서도 이 장비를 살펴보고 인력 전환을 크게 체감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및 조선업 고용보험 피보험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자동차 및 조선업 고용보험 피보험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래 차 변혁, 일자리를 없앤다 

전동화(electrification)와 자동화(automation)가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엔진’이라 불리는 내연기관이 점차 사라지고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달리면서 생기는 변화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일자리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고용보험 피보험자수는 38만208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39만1053명(-2.3%)보다 8971명이 감소했다. 1년 만에 9000명가량이 줄어든 거다. 자동차 제조부문 고용자 수를 보여주는 이 숫자는 지속해서 감소추세다.
 
현대차 노조도 지난해 열린 노사 고용안정협의회에서 2025년까지 인력의 20%인 1만여명 감소에 대해서 사측과 공감대를 이뤘다.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로 대표되는 ‘미래 차’ 변혁이 시작되면서 일자리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8년 만에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이뤄낸 것도 미래 일자리 변화 상황을 인식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지난해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이 공장은 국내 완성차 공장 가운데 가장 최근에 만들어졌단 점에서 폐쇄의 충격이 컸다. [연합뉴스]

지난해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이 공장은 국내 완성차 공장 가운데 가장 최근에 만들어졌단 점에서 폐쇄의 충격이 컸다. [연합뉴스]

 
현대차 생산직은 약 5만명인데 1만5000명이 2025년까지 정년퇴직한다. 생산인력의 30%가 줄어드는 것이지만 현대차는 이를 매울 추가고용 계획이 없다. 미래 차 변혁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과 재배치가 불가피하다고 봐서다. 자동차 산업이 더는 과거처럼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의미다.
 

해외 업체, 선제 구조조정 나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선제적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은 이미 1만4000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했다. 닛산은 2022년까지 글로벌 인력 1만2500명을, 아우디는 2025년까지 독일에서 95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미래 차 전환을 위한 투자 비용 마련이 주목적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 차 변혁에 대비해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향후 수년 간 최소 3개의 완성차 브랜드가 문을 닫거나 인수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미국 미주리주 웬츠빌의 GM 트럭 공장 바깥에서 구조조정 반대 시위 중인 GM 노동자들. [AP=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 차 변혁에 대비해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향후 수년 간 최소 3개의 완성차 브랜드가 문을 닫거나 인수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미국 미주리주 웬츠빌의 GM 트럭 공장 바깥에서 구조조정 반대 시위 중인 GM 노동자들. [AP=연합뉴스]

 
외자(外資)계 자동차 회사인 한국GM·르노삼성·쌍용자동차는 이미 생산설비 축소와 인력 재배치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자연스런 고용 인원 감소를 내버려두지만, 아직 인위적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1997년에 설립돼 한국에선 최신식 설비를 갖춘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은 것만 봐도 ‘더 이상 한국은 전통적 의미의 자동차 생산을 위해 적합한 곳이 아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철강, ‘스마트 공장’으로 변신

한국 조선산업 역시 과거와 같은 호황기를 누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산업이 살아나더라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면 과거와 같은 대규모 일자리 창출은 쉽지 않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도크 모습. [사진 현대중공업]

한국 조선산업 역시 과거와 같은 호황기를 누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산업이 살아나더라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면 과거와 같은 대규모 일자리 창출은 쉽지 않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도크 모습. [사진 현대중공업]

자동차 제조업 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업과 철강업 등 전통적인 중후장대 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2015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중·소형 조선사들의 폐업이 잇따른 조선업계는 과거와 같은 일자리 창출을 불가능할 전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조선업을 포함한 기타 운송장비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13만6000명(잠정 통계)으로 구조조정 직후인 2017년 10월(14만451명)보다 4400여명(3.3%) 줄었다. 최근 대형 조선사 중심으로 LNG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그나마 고용 수준이 회복된 게 이 정도다.
 
제조업 취업자 줄어드는데 중후장대 산업기술인력은 부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제조업 취업자 줄어드는데 중후장대 산업기술인력은 부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현대중공업그룹은 2018년 이후 조선소 내 대형 크레인 관제는 물론, 주요 엔지니어링 분야에 5G·사물인터넷(IoT)을 도입해 자동화 공정 비율을 높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도 ‘스마트 야드’ 구축에 한 창이다. 스마트 조선소 도입이 당장 되지 않더라도 세계 1·2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을 진행 중이어서 중복 인력의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조선업계의 전망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을 적용한 '등대공장'에 선정됐다. 단순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스마트 공장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이 공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포스코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을 적용한 '등대공장'에 선정됐다. 단순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스마트 공장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이 공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철강 분야는 이미 대규모 인력 고용이 불필요한 업종으로 탈바꿈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대형 일관 제철소에는 이미 관리 인력을 제외하면 생산 공정에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는다. 포스코의 경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세계 경기 하락과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의 과잉공급으로 인해 시황 자체가 나빠진 것도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이유다. 공문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도 철강재 수급은 자동차 생산과 건설 투자 동반 부진으로 내수가 감소하고, 수출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정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8.1%나 줄었다. 도·소매업(-6.0%), 금융·보험업(-4.0%)보다 감소 폭이 더 크다. 기술 개발을 책임지는 핵심 인력이라 할 수 있는 산업기술 인력은 조선업과 철강업에서 각각 4.9%, 2.2%가 감소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생산 현장 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반면 기술 경쟁이 심화할수록 R&D 부문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전통적인 중후장대 제조업 인력의 필요성은 줄고 ICT 전문가 등 산업 변화에 맞는 인력의 수요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더 늦기 전에 노동력을 어떻게 재배치고 재교육할 것인지 기업과 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효성·이동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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