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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알게 된 센터 재미, 다시 활짝 핀 한송이

KGC인삼공사 한송이가 꽃 한 송이와 배구공을 들고 웃었다. 그는 ’체력이 아주 좋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KGC인삼공사 한송이가 꽃 한 송이와 배구공을 들고 웃었다. 그는 ’체력이 아주 좋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늘 (한)송이는 어떤 포지션으로 나오나요? 레프트? 센터? 라이트?”
 

포지션 바꾼 36세 여자배구 노장
은퇴 고민 털고 신인처럼 새 출발

2015~16시즌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 경기 때마다 취재진이 경기 전 이선구 당시 감독에게 항상 하던 질문이었다. 한송이(36·KGC인삼공사·1m86㎝)는 뛰어난 레프트 공격수였다. 실업배구 시절이던 200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했고, 신인상을 받았다. 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에도 꾸준히 활약했다. 2007~08시즌에는 외국인 선수는 물론, 김연경(당시 흥국생명)까지 제치고 득점 1위(692점)에 올랐다.
 
그런 한송이도 30대가 되면서 후배에게 조금씩 밀렸다. 라이트로도, 센터로도 나왔다. 새로운 포지션에서도 그럭저럭했지만, 레프트 때 같은 ‘최고’ 소리를 못 들었다. 특히 2017년 KGC인삼공사로 트레이드되면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듯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달 여자배구 대표팀에 뽑혔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이다. 그리고 도쿄 올림픽 본선행에 힘을 보탰다.
 
21일 대전 평촌동 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한송이는 “포지션 변경 때 아주 힘들었다. 포지션마다 스윙 방식이 다른데 적응하려니 힘들었다. 어떨 때는 1세트는 레프트, 2세트는 센터, 3세트는 라이트로도 뛰었다. 그저 흉내 낸 것뿐 잘하지는 못했다.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에 혼자 숙소에서 짐도 쌌다”고 회상했다.
 
큰 키에 센터를 맡으니 출전 기회가 많아졌다. 그런데 주변에서 “그만하고 시집가서 애 낳아야지”. “너 정도면 뒤에서 후배나 도와줘라” 등의 얘기가 들렸다. 더 위축됐다. 한송이는 “아직 더 할 수 있다”고 겉으로 말했지만, 속으로는 어느 순간 ‘나이가 들어서 이제 힘들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KGC인삼공사로 옮긴 뒤 ‘왜 다른 사람 말에 휘둘리는 거지’라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2018~19시즌 머리가 길었던 한송이. [사진 한국배구연맹]

2018~19시즌 머리가 길었던 한송이. [사진 한국배구연맹]

한송이는 지난해 5월 긴 머리를 싹둑 잘랐다. 그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대해 겁이 많다. 그러다 보니 배구를 하면서도 잘했을 때만 생각하고 변화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8년간 기른 머리를 잘랐다. 미용실에서도 덜덜 떨며 조금씩 잘랐다. 그러다가 귀밑까지 짧아졌고 마음이 홀가분했다”고 말했다.
 
한송이의 플레이는 짧아진 머리처럼 간결해졌다. 대신 힘이 생겼다. 22일까지 15경기에서 126득점, 블로킹 36개다. 지난 시즌은 30경기에서 123득점, 블로킹 19개였다. 센터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눈에도 띄었다. 그는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 조별리그 1차전 인도네시아전, 2차전 이란전에 교체 투입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대표팀 주축이었지만, 지금은 백업이다. 그래도 그는 "뽑힌 것 자체가 기뻤다. 대표팀에서 진짜 센터가 되는 방법을 알았다”며 좋아했다. 그는 소속팀에 돌아온 뒤 세터 염혜선과 속공 연습도 하고, 코치와 영상을 돌려보면서 스텝이나 타이밍 등을 세세하게 교정하고 있다. 그는 "배구를 처음 배우는 것처럼 재미있다”며 웃었다.
 
한송이는 당분간 은퇴는 잊기로 했다. 배우 조동혁(42)과 3년째 열애 중인데, 결혼은 잠시 미뤘다. 그는 "오빠와는 잘 지낸다. 지금은 진짜 센터가 된 한송이를 보여주고 싶다.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은퇴하면 많이 아쉬울 거다. 앞으로 몇 년은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40세가 넘도록 하는 건 아닐까. 그는 "그때(40세)까지 할 수도 있죠”라며 웃었다.
 
여자배구 KGC 인삼공사 한송이가 21일 오후 대전 KGC 인삼공사 스포츠센터에서 한 송이 장미꽃을 들고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여자배구 KGC 인삼공사 한송이가 21일 오후 대전 KGC 인삼공사 스포츠센터에서 한 송이 장미꽃을 들고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송이는 쥐띠다. 2020년 경자년이 쥐의 해다. 그는 "쥐띠가 올해 운이 좋다고 한다. 도쿄 올림픽에도 나간다면, 이 운으로 올림픽 메달까지 딸 수 있을 거다”고 말했다. 시들어 꺾이는가 했는데, 다시 활짝 핀 한 송이다.
 
대전=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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