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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 2000만원어치 못팔면 알지”

2018년 9월 추석을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조그룹의 선물세트 직원 강제판매’란 글이 올라왔다. 스스로 사조그룹 직원이라고 밝힌 청원인의 하소연은 아래와 같았다.
 

사조, 명절세트 직원에 강제 할당
설·추석마다 직급별 판매량 하달
매일 실적 공개, 인사 불이익 암시
공정위 14억원 넘는 과징금 물려

“사조그룹이 수년째 임직원에게 명절 선물세트를 강매하고 있다. 계열사·담당자별 판매 목표가를 설정해 판매를 강요했다. 직원이 자신의 돈으로 구매·사재기하는 것도 모자라 친구·친척까지 동원해야 한다. 목표량을 맞추지 못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사실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사조산업㈜이 소속 계열사 임직원에게 2012~2018년 설·추석 명절마다 선물세트를 구입·판매하도록 강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14억7900만원을 부과했다고 22일 밝혔다. 설 연휴를 앞두고 유통업계에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공정거래법은 자사 혹은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자사나 계열사의 상품을 구입·판매하도록 강제하는 사원 판매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사조는 2012년부터 명절마다 사원 판매용 선물세트를 별도 출시해 매출을 올리는 수단으로 삼았다. 작업은 회장 직속 경영관리실이 주도했다. 사원 판매 유통 경로를 분리해 실적을 관리하고 다음 해 사업 계획에 반영했다.
 
지시는 깨알 같았다. 6개 계열사에 일방적으로 목표 금액을 할당하고 매일 실적을 보고하도록 했다. 계열사는 사업부마다 목표를 재할당했다. 부담은 결국 임직원 개개인이 떠맡았다. 2018년 추석의 경우 A계열사 대표는 1억 2000만원, B사 부장은 5000만원, C사 부장은 3000만원, C사 과장은 2000만원 어치 명절 선물세트를 팔아야 했다. 공정위는 “명절마다 감당하기에 부담이 큰 금액이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추석에 사조그룹 전체에 이런 식으로 210억원의 목표를 잡았고 목표의 94.7%인 199억원을 달성했다. 공정위는 “2012년 추석부터 2018년 추석까지 총 13회 명절 중 9회는 100% 이상, 나머지 4회는 약 90% 이상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계열사별 실적은 내부 인트라넷에 매일 공지했다. 판매 실적이 부진하면 경고도 잊지 않았다. “판매가 부진할 경우 징계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회장 명의 공문을 계열사 대표에게 보내는 식이었다. 사조산업 한 직원은 “연봉에 달하는 목표량을 맞추지 못하면 인사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명절마다 괴로웠다”며 “집에 수북이 쌓인 참치캔을 1년 내내 먹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명절에 자사제품 강매는 유통업계의 악성 고질로 파악된다. 과거 금강제화도 직원에게 상품권을 강매해 문제가 됐다. 홈플러스는 용역업체, 남양유업은 대리점 강매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공정위는 명절 선물세트 판매 의존도가 높은 유통 업계에서 이런 행위가 있는 점을 고려해 지난 17일 업체 8곳을 대상으로 사원판매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공정위는 “사원 판매 행위는 회사 내부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므로 임직원의 적극적인 제보·신고가 중요하다”고 했다. 명절 기간 공정위 홈페이지와 각 지방사무소 등에서 부당 사원판매 신고도 받는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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