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대전환시대②]
2시간 교육 후 회사와 계약 체결
배달 1건 4483원 … 세금·보험료 떼
월 392건 배달해야 175만원 수입
바짝 붙는 차 피하다 사고 날 뻔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다른 배달 다 밀렸잖아!”
분식집 사장님의 호통을 들으며 떡볶이·튀김 등 포장된 음식을 배달 가방에 넣었다. 길을 헤매다 뒤늦게 찾아 들어간 분식집에서 “1만8500원짜리 주문 맞죠” 하고 확인한 뒤 허겁지겁 길을 나섰다.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배달 목적지까지의 시간은 10분. 하지만 배달을 끝낸 시간은 그로부터 20분여 뒤였다. 서울 충정로역 인근 언덕을 오르던 전기자전거는 급기야 멈춰섰다. 자전거를 끌고 배달 음식을 받으러 대문 앞까지 나와 기다리던 손님을 만났다.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잡은 일자리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었다.

기자는 직접 플랫폼 노동자로 일해보기 위해 지난달 배달 플랫폼에 가입했다. 지난달 6일 서울 중구의 한 도로 위에서 기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일거리를 찾고 있다. 임성빈 기자

한국 플랫폼경제종사자 특성.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배민 커넥터 계약을 체결하기 전, 교육도 2시간 받아야 했다. 교육장에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이란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함께 앱 이용법 교육을 받던 한 중년 남성은 교육이 끝나자 “나랑은 안 맞는 것 같다”며 계약을 포기했다. 함께 교육을 받던 20~30대 워너비 커넥터는 배달 요금이 큰 관심사였다. 라이더 희망자 강태훈(27) 씨는 “취업하기 전 돈을 모으기 위해 지원했다”며 “취업을 한 뒤에도 상황이 가능하다면 ‘투잡’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역과 정책에 따라 다르지만, 배민커넥트의 경우 1건당 5000원에 가까운 배달요금을 받을 수 있었다.

라이더로 일하기 전, 안전 교육과 실무 교육을 수료한 뒤 배달 업무에 필요한 헬멧과 가방 등을 지급받았다. 임성빈 기자
플랫폼 노동자는 자영업자인가, 노동자인가

지난달 6일 서울 중구의 한 도로 위. 영하의 날씨에 스마트폰 배터리가 빠르게 닳아 없어지자 스마트폰이 꺼지기 전에 배달일을 더 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임성빈 기자
이날 2시간여 동안 3건의 음식 배달을 마쳤다. 첫날 벌어들인 배달요금은 1만4500원. 당시 최저시급(2020년 8590원)에도 미치지 못한 금액이었다. 2시간 동안 일은 했지만 ‘건수’가 없을 때는 공을 치기 때문이다.

플랫폼 종사자 주요 직업(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플랫폼 노동자의 주요 직업(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스스로 일하는 만큼, 위험 부담도 스스로

배달음식을 픽업하면서부터는 빨리 배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페달을 더 세게 밟았다. 임성빈 기자
하지만 사고가 나더라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 노동자가 한 플랫폼 회사에 ‘전속성’이 있다고 인정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전속성이 있는 노동자는 “소속(등록) 업체에서 전체 소득의 과반 소득을 얻거나 전체 업무시간의 과반을 종사하는 사람”이다. 라이더가 이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선 논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이날은 배달 요청이 비교적 적었지만, 부지런히 움직인 탓에 한 시간여 만에 배달 3건, 1만2400원을 벌었다. 최저시급은 넘겼지만 여기서 세금과 산재보험료(450~470원)가 빠져나갔다.

플랫폼을 통한 일자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의 배민라이더스 센터 앞에 오토바이가 줄줄이 세워져 있다. 임성빈 기자

국가별 긱(GIG) 이코노미 참여 성인 비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플랫폼을 통한 배달업은 결국 이 일을 전업 혹은 부업으로 할 건지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다. 라이더의 건강상태와 운전 실력, 플랫폼의 지원 수준 등의 변수에 따라 지속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산업계에서 사라지는 전통적 일자리를 대신할 미래의 일자리가 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